조금 무모한 여행이 아닐까 싶었지만, 이리저리 준비를 단단히 해서 다녀왔습니다.
강원 산간지방에 내려진 한파경보 속에 비박은 매우 위험할 수 있기에 준비가 철저하여야만 합니다.
많은 분들께서 아이까지 데리고 겨울산행은 무모하다고 다음기회로 미루라고하셨지만
2주간 준비를 나름 열심히 하였고, 겨울 산행에 대해 공부를 많이하였습니다.
어쨌든 첫 겨울 야영이니 걱정도 좀 됩니다.
다음주부터는 봄철 산불조심기간이라 5월까지는 입산통제라 이번주가 마지막 기회입니다.
한파경보라도 다녀오기고 결정하고 차근차근 준비했습니다.
암튼 걱정을 많이해 주신 덕분에 안전하게 잘 다녀왔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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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물품 목록입니다. 체크리스트화하여 필요한 장비 등을 빠짐없이 기록합니다.
이젠 적지 않으면 금방 금방 잊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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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가 전날 밤 일단 짐을 꾸려봤습니다. 어설픕니다. 몇번을 다시 쌋는지 ..-.-
가벼운 짐은 아래에 무거운 짐은 윗쪽으로 배치하는 것이 상식입니다만, 무게뿐만 아니라 부피도 고려해서 잘 꾸려야합니다.
배낭은 70리터 60리터 두개에 나눴는데 많이 모자랍니다. 준비한 물품 몇개는 포기하고 안가지고 갑니다.
배낭 밑쪽부터 침낭 - 모포(다운이불 한채가지고 감-.-) - 우모복 - 텐트 - 코펠버너 - 음식물 - 잡다물품(GPS, 랜턴, 구급낭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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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당일 아침입니다. 냉동음식물까지 백팩마무리하고 한번 메봅니다.
저울에 달아보니, 제꺼 20kg, 아들꺼 15kg인데 무거운 등산복과 등산화 아이젠을 착용하면 약5~7kg 더 나갑니다. 아들은 웃는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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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출발~~
9시출발 예정이었으나, 휘발류버너 연료인 백휘발류가 아무래도 모자를것 같아 낚시점에 들리고 주유소에 들르느라 1시간 지체하여 10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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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당시 춘천 영하 7도..일기예보 보니 대관령 영하 19도..-.-
토요일 오후부터 풀린다는 말만 믿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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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계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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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영동고속도로 상행선 휴게소입니다. 상하행선 모두 만차입니다.
아무래도, 토요일 아침 일찍들 오셔서 지금쯤이면 하산들 할 시간입니다.
우리는 저들과 역주행할 것이니, 산행이 힘들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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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소에서 간단히 소머리국으로 점심요기합니다. 6천원인데 허접해 보이지만 나름 맛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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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뎌 출발~~ 12시반입니다. 많이 늦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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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폼 한번 잡아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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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엔 눈이 없는데 경사가 좀 있어 힘들어합니다. 등짐이 많이 무거워 어깨가 아프다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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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따라 여행도 좋지만 후회를 시작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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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정도 왔습니다.
선자령은 트래킹코스라 경사가 심하지 않습니다.
눈과 바람이 많아 힘든코스인데, 선자령에 오는 이유는 눈과 바람의 맛을 보러오는 것이라 전혀 힘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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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바람이 솔솔 붑니다. 선자령 칼바람이 뭔지를 알려줍니다.
뽈따구니가 얼얼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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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진 버틸만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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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 힘들어 죽겠습니다.
캠핑장비가 가득하니 배낭무게에 어깨뿐만아니라 고관절까지 아프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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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부근에 와서 괜찮은 숙영지를 찾았습니다. 약 10미터정도의 벽을 등지고 있어 바람이 전혀 없습니다만 눈위입니다.
사진 오른쪽 위가 바로 정상이고 왼쪽이 강릉방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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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리저리 좀 더 좋은 자리 맡으러 다닙니다. 야영 준비하는 분들이 꽤 많아 보입니다.
자리잡는것도 전쟁이에요.
제가 자리 맡아 놓고 아들보고 지키라하고 제가 이동하면도 더 좋은 곳 있다 보고 하면서 옮겨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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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최상의 자리입니다. 누군가가 캠핑한것 같은데 조금만 고르면 될 듯합니다.
해가 저물고 있으니 빨리 텐트를 쳐야합니다. 정상은 내일 올라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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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케 자릴 만들까하고 구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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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도 남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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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자리 고르기 시작~~
이럴 줄 알았다구..플라스틱 제설삽을 가져오려다가, 조금 무겁지만 철제삽을 준비해왔습니다.
눈이 많이 다져저 있어서 플라스틱 삽이었으면 금방 망가졌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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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질은 단.기.사.병. 이 정말 잘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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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탄하게 만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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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삽질 중..거의 마무리 단계인데, 눈이 많이 얼어서 30분이상 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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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쪽 풍광은 강릉시내가 보이는게 아주 좋습니다.
밤에 사진찍어야지..했는데 못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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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를 설치하고 나니 해가 넘어가면서 기온이 급격히 내려갑니다.
바람도 솔솔불고요..
물은 1.5리터 1개, 날진수통 중간짜리 1개, 생수 작은거 2병 준비했는데 아껴 써야합니다.
일단, 눈을 퍼서 물을 만든 다음 그 물로 햇반을 삶습니다.
생수로 부대찌게에 라면을 넣고 얼렁 끓였습니다.
이때 벌써 해가 져서 깜깜해집니다.
추워지기 시작해서 텐트안에서 식사를 시작하는데 햇반이 제대로 안끓여졌습니다. 거의 생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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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대충 밥을 먹고나니 훈훈해집니다. 밖은 추위가 엄습해 옮니다.
내일 아침엔 생수가 모두 얼어 버릴 것이므로 코펠에 물을 미리 부어 놓습니다.
이렇게 안하면 아침 먹으려면 눈을 퍼다가 물통을 녹여야하는 이중고를 당하기 때문입니다.
7시에 눕습니다. ..이렇게 일찍 자다니.
아들과 이런 저런 세상 얘기해보지만 추워서 준비해간 썰을 다 못푸네요.
아들에게 좋은 얘기 좀 해주려고 얘깃꺼리를 많이 준비했었는데...-.-
텐트밑에 그라운드시트를 깔고 침낭 밑에는 푹신한 시트를 깔았음에도
눈위에 텐트를 친 관계로 냉기가 올라옵니다.
잠자리는 동계침낭 한개, 봄가을 침낭 한개입니다.
동계용은 아들주고 봄가을용은 제가 이용하려고 다운이불을 한채 가지고 왔는데 밑에서 올라오는 한기때문에, 아무래도 깔개로 써야겠습니다.
침낭에 들어갈 때는 등산복은 벗고 우모복(두터운 패딩류)만 입으면 되는데
아들 패닝 쟈크가 고장납니다..-.-
할 수 없이 아들은 등산복을 입고 침낭으로 들어갑니다. 핫팩 한개 발쪽에 넣고요..
문제는 저의 침낭...-.-
구스다운 침낭이긴 하지만 봄가을용이라 아무래도 얇습니다.
제 등산복을 벗어 발쪽에 깔고 패닝을 입은 채로 침낭에 들어갑니다. 쟈크 망가진 아들 패딩으로 이불을 삼습니다. 핫팩 한개를 발쪽에 한대는 배위에 놓고서...
누웠지만 잠은 안옵니다. (8시도 안됐는데 잠이 올리 없죠..-.-)
살짝 추워지기 시작합니다.
아들 침낭은 겨울용이라 그리 춥진 않다 합니다.
문제는 저인데..다리쪽이 너무 시리네요.
발쪽에 놓은 핫팩이 이리저리 도망다닙니다..-.-
밖에는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소리 붕붕 나고...
눈이 오는 것인지, 쌓인 눈이 날리는 것인지 우리 텐트위에 많이 쌓입니다.
강릉 야경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추워서 못갑니다.
시간은 흘러...조금 춥지만 잠이 빠집니다.
"아들!!, 추우면 짐싸서 도로 내려갈까?"
"아니 안추워~~"
-.-
(2부 계속)
삭제된 댓글 입니다.
나도 술은 가지고 가긴 했는데 너무 추워서 딱 한잔만 했다. 많이 먹었다가 일 나겠더구만.
아들이 고생이 많군
고생은 개뿔..나만 고생 직싸게 했음..-.-
무지 춥지??!! 꾼바리 시절 혹한기훈련이 문득 떠오른다. 아흐~~~~~ 추워라!!!!
난 6방이라서 그런경험 없었는데...이번에 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