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5일
부평공동묘지에 가다
비가 오는 날은 선거운동 공치는 날이다. 예전 농촌에서 비가 오면 날구지 하는 날이였다. 선거운동과 농사일의 공통점은 비가 오면 일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봄비가 부슬부슬 시작되는데 약산을 혼자 올랐다. 이 시간에 혼자 산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 저 사람들은 무슨 심정과 생각으로 이 시간, 비오는 산을 오르고 있을까? 나는 왜 산에 오르고 있는 걸까?
선거 사무실의 공기는 무겁고 탁하기만 한데, 사람들이 내가 앉아 있을수록 더 힘겨워할 것 같아 오늘부터는 사무실에 있는 시간을 줄이려고 한다.
산 중턱에 인천의 모 일간지 부장님의 전화를 받고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데 인천지역상황과 다른 후보들의 몰염치한 행각에 대해 헉헉거리며 설명했다.
1% 기득권과 싸운다는 사람이 자신을 위해 1%의 기득권도 가지지 못한 사람을 핏박하고 윽박지르는 것이 오늘날의 공천과정에서 보이는 일부 후보들의 작태이다. 없는 사람에게는 군림하려고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빌붙는 것이 정치인가보다. 후보자 선정 과정이 이렇게 흘러간다.
만수산과 만월산 사이의 구름다리를 건너 부평농장 뒤를 돌아 부평공동묘지 길을 말없이 걸었다. 빗발은 점점 굵어지고 사람들이 뜸해졌다. 수 많은 죽음들이 이곳에 있다. 이 사람들중 같은 이유로 죽은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삶이 그렇듯이 죽음도 다 달랐으리라. 그러나 한곳에 같은 방식으로 묻혀있는 것이 아이러니이다.
예전에 힘들때면 공동묘지를 찾았다. 남의 죽음을 보고 무엇을 생각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차를 타고 묘지 꼭대기까지 올 수 있었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없어 차를 세워놓고 낮잠을 자기엔 이보다 좋은 장소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 낡은 버스를 개조해, 귀곡산장이라는 이름을 붙여놓고 커피도 팔고, 컵라면도 팔았었다. 묘지 밖에 없지만 그 풍경이 괜찮았다.
빗속 공동묘지와 총선 후보자, 무슨 괴기영화나 스릴러 영화제목 같다. 난마처럼 얽힌 생각을 정리하려다 남의 죽음들 앞에서 더 복잡해진다. 더 이상 비를 맞으면 안될 것 같아 차를 부르고 공동묘지를 뛰어 내달렸다. 수만명의 영혼들이 나를 따라 뛰며 달려 빗속의 허공으로 흩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