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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이력은 순 우리말입니다]
안녕하세요.
어제 일요일 오전 9:31 MBC에서 'ℓ'와 '20㎖'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미터법에 의한 부피의 단위"인 리터(liter)의 기호는 ℓ이 아니라 l과 L이 바릅니다.
이 단위는 100년도 넘은 1879년 국제도량형위원회에서 채택했고, 소문자 l과 같이 쓸 수 있는 대문자 L이라는 단위는 l이 숫자 1과 헷갈릴 수 있어서 이를 피하고자 1979년에 국제도량형위원회에서 받아들였습니다. 이것도 무려 28년 전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표준국어대사전에도 ℓ라고 나와 있습니다. MBC에서 내 보낸 자막은 'ℓ과 20㎖'이 아니라 'l과 20ml'나 'L과 20mL'로 써야 바릅니다.
이쯤 되면 뭔가 한소리하고 넘어가야 하는데, 무책임한 방송사도 꼬집고, 정신 못차리는 국립국어원도 한번 짚고 넘어가야 속이 시원할 텐데, 그냥 넘어가려니 영 거시기 하네요... 쩝... ^^*
오늘 이야기 시작합니다.
저희 일터에 다음 달부터 새로운 직원이 한 분 오십니다. 며칠 전에 이력서를 들고 오셨더군요. 아직 얼굴도 잘 모르는 그분을 반기는 뜻으로 '이력'을 좀 알아볼게요.
우리가 흔히 아는 이력(履歷)은 "지금까지 거쳐 온 학업, 직업, 경험 등의 내력"을 뜻합니다. 그것을 적어 놓은 게 이력서죠.
한자 履歷 말고 우리말 '이력'도 있습니다. "많이 겪어 보아서 얻게 된 슬기."를 뜻합니다. 이력이 나다/이력이 붙다/그 젊은이도 이 장사엔 웬만큼 이력을 지녔을 것이다처럼 씁니다. 한자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순 우리말입니다.
이력과 비슷한 낱말로 '이골'이 있습니다. "아주 길이 들어서 몸에 푹 밴 버릇"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골이 나다'고 하면, "어떤 일에 완전히 길이 들어서 아주 익숙해지다. 또는 진절머리가 나도록 그 일을 오랫동안 많이 해 오다."는 뜻이 되는 거죠.
여기서 드리고 싶은 말씀은, "많이 겪어 얻는 슬기"를 뜻하는 '이력'은 순 우리말이라는 겁니다. 그런데도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순 우리말 이력에 履歷이라는 한자를 달아놨습니다. 다행히 한글학회에서 만든 우리말큰사전에는 순 우리말 이력과 한자 履歷을 갈라놨습니다.
MBC 엄기영 뉴스 진행자 말대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기에 저도 한마디 하자면, 이런 글을 쓰면서 비꼬지 않고 그냥 지나가자니, "참으로 속이 쓰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___^*
우리말123 |
첫댓글 이력 이골. 같은듯 약간은 다르군요. 아는 말들이 나와서 막 반가운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