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동안 공식 사망자만 513명. 살인, 폭행, 성폭력, 불법 감금과 노동 등
인권유린으로 얼룩졌던 부산 형제복지원은 ‘한국판 아우슈비츠’로 불린다.
형제복지원의 실태가 드러난 지 34년이 지난 현재, 가해자들은 희생자들에게
일말의 미안한 마음이라도 있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알자지라, 최근 관련 다큐 방영
호주에 가 처벌 면한 임 목사 다뤄
제작진 부산일보 기사 접하고 취재
박인근 일가 시드니 골프장 주목
피해자 “환수해 배상으로 사용을”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 방송의 시사 프로그램 ‘101 이스트’는 지난 9일 형제복지원 사건을 재조명한
‘공포의 집(South Korea's House of Horror)’을 방영했다. 50분 분량의 다큐멘터리는 피해자들이
증언하는 형제복지원 내 인권유린과 박인근과 결탁한 정부, 부산시의 부패를 다뤘다.
특히 매리앤 졸리와 수잔 김 등 호주 기자들이 제작한 다큐멘터리는 호주로 건너간
형제복지원 내 교회 임영순 목사와 출소한
박인근이 1990년대 호주로 재단 재산을 빼돌린 과정도 상세히 짚었다.
박인근의 처남인 임 목사는 1976년 12월 형제복지원 이사로 취임해 1987년 2월 이사직을 사임했다.
예배당은 탈출을 시도한 원생들의 인민재판이 이뤄지는 곳이었다.
박인근이 원생을 무자비하게 폭행을 하면 임 목사가 그 뒤에 들어와 태연히 설교를 했다.
그는 시설에 수용된 아이들을 가족과 다시 만나게 해주는 일도 맡았는데,
실제 가족들에게 데려다 주지 않았다고 피해자들은 증언한다.
한 피해자는 “임 목사에게 집 주소와 집 전화 번호까지 줬다”며 “우리집이 중국집을 했으니까,
그러니 그쪽으로 갔으면 좋겠다 했는데, 방어진이나, 장생포의 엉뚱한 중국집으로 찾아가더라”고 회고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임영순 또한 박인근과 똑같은 범죄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
횡령죄, 폭행사주, 알고도 묵인 한 것도 범죄라는 것이다”며 “겉으로는 목사지만, 원생들은
임영순 목사를 더 악마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임 목사는 형제복지원 사건이 밝혀지기 전인 1986년 호주로 건너가 목회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처벌을 피했다. 제작진은 호주 한인 사회에서 기독교계 원로가 된 임 목사와 인터뷰를 시도해
그의 승낙을 받았지만, 그는 돌연 인터뷰를 취소했다. 그는 또 “희생자들에게 사과할 의향이 있나”는
제작진의 질문에 “뭘 사과하라는 건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교회에서 나오는 임 목사에게 제작진이 찾아가
인터뷰를 직접 요청했지만, 그는 차를 타고 현장을 떠났다.
제작진 중 한 명인 한국계 호주인, 수잔 김 기자는 <부산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5월 과거사법 개정안이 통과됐고, <부산일보>의 ‘살아남은 형제들’에서 피해자 증언 등을 접하고
취재를 결심하게 됐다”면서 “호주와 연결된 부분이 상당히 많아, 조사 때 호주와의 연결고리를
집중적으로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특히 박인근 일가가 사들인
시드니 인근 ‘밀페라 골프연습장’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인근은 1995년 호주에 가족회사를 세우고 140만 달러(12억 4000만 원상당)에 이르는 골프연습장을
매입한다. 현재 박인근의 셋째 딸과 사위가 골프연습장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골프연습장은
불법 자산이기에 하루 속히 환수해 배상으로 사용돼야 한다는 게 피해자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그런데 박인근 일가가 골프연습장을 1100만 달러(94억 6000만 원상당)의 가격으로 매물로 내놔
자칫 제3자에게 매각된다면, 피해자 배상도 어려워질 수 있다.
김 기자는 “언론에 형제복지원 실상이 드러나자 골프장을 팔려고 내놓은 것 같은데 다행스럽게도
잘 팔리지 않는 것 같다”면서 “운영자는 가능하면 골프연습장을 빨리 팔고 싶어 할 것이다.
지속적인 보도와 관심으로 한국과 호주 정부를 움직여 골프연습장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알자지라의 101 이스트, 형제복지원 편은 유튜브(https://youtu.be/I_p4xNEZPJw)에서도 시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