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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악어가 뜬금없이 던진 말 “선배, 좋은 대회가 있는데 같이 가보실래요?” 이렇게 낚여서 이름도 생소한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이 대회는 개인전이나 릴레이가 아니라 100Km를 4인 1조가 되어 같이 완주하는 단체전이다. 각 CP와 결승선에 팀원 4명 모두가 같이 들어가야 기록이 인정되기 때문에 팀웍과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참고로 옥스팜은 1942년 영국 옥스퍼드 기근구제위원회로 시작되어 현재 세계 약 80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제구호개발기구이다 그리고 옥스팜 드레일워커는 1981년 홍콩에서 처음 시작된 이래 12개 국가에서 개최되어 전 세계 20만명 이상이 참여한 기부 프로젝트이로 한국 대회는 이번이 아홉 번째다. 참가자와 주변 서포터즈(지인)들로부터 받은 기부금은 빈민과 난민 구호에 사용된다.
팀 구성은 대장 최종두, 팀원 전호수, 이태준, 장웅배로 우여곡절 끝에 결정되었지만 다들 바뻐서 대회 전에는 같이 만나서 훈련도 한번 못했다. 호수는 2 년전 부러진 쇄골 부위가 다시 부러지는 바람에 심을 박았지만 이 대회를 위해 심을 빼는 일정까지 미루었다. 그리고 나는 작년 9월 요추 골절로 운동을 쉬고 있다가 올해 2월 챌린지 마라톤 대회에서 무릎 부상이 도지는 바람에 훈련은 고사하고 대회 참가 자체가 불투명한 상태였다.
최종 점검을 위해 대회 1개월 전 웅배와 함께 장수 트레일 70K 대회에 참가하였다. 우천 관계로 38km로 거리가 단축되어 다행히 완주는 하였지만 30km 이후 극심한 무릎 통증이 와서 걸을 수 밖에 없었다. 팀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옥스팜 대회는 포기해야 하나? 고민이 깊어졌지만 옥스팜 대회의 상승고도가 그리 높지 않고 천천히 뛴다면 가능할 것도 같다는 막연한 생각에 포기 대신 치료에 집중하였다.
아직은 수습 버스기사인 내가 지난 달에는 장수대회로 3일간 휴가를 내었고 이번 달에는 옥스팜 대회로 3일간 휴가를 신청하게 되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어쩌랴 신청한 대회는 나가고 봐아지…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다음 달이다. 돌로미티 여행으로 2주간 휴가를 내야하는데 회사에서 허락을 해줄지 모르겠다. 일단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자.
드디어 대회 전날, 종두 대장의 차를 타고 대회 출발지인 인제로 향했다. 숙소 예약도 먹거리 준비도 종두 대장이 다 해놓아 우리는 그저 몸만 합류했다. 작년에 남성팀 우승 기록이 19시간대이므로 우리팀 ‘푸르름”도 우승에 도전해 볼 만하다는 종두 대장의 설명에 우리 모두 반신반의하였다. 난생 처음 경험하는 단제전을 어떻게 치를지 작전 회의도 해보았지만 도대체 감이 오지 않았다.
대회장에 도착하여 필수장비 검사와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은 후 등록을 마쳤다. 이 때도 한 명의 팀원이라도 빠지면 등록이 안된다. 그리고 인제문화원에서 대회설명회를 들었다. 심폐소생술 교육, 대회 설명회(영어, 한국어),.… 다른 트레일런 대회에서는 들어보지 못한 생소한 단어들이다. 대회 안내 홈페이지부터 대회 등록과 운영까지 국제적인 기준에 맞춰 준비되어 수준이 높고 체계적이라는 인상이 들었다.
대회 당일 새벽에 일어나 밥먹고 똥싸고 장비 챙기고 준비하는 것은 대회 경험이 많은 우리 베테랑들에게는 식은죽 먹기다. 대회장에 도착하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출발준비를 마치고 왁자지껄 떠들고 사진을 찍으며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출발! 25K, 50K, 100K 종목의 800명이 넘는 인원이 다같이 출발하니 분위기가 유쾌하고 젊은 친구들의 에너지가 넘친다. 출발선에서 보니 혼성팀이 눈에 많이 띈다. 작년에도 혼성팀 우승 기록은 15시간대로 남성팀 우승 기록을 앞섰다. 올해 우승을 목표로 훈련한 영민(마루)이도 혼성팀으로 등록했는데 팀원 중 한 명이 부상으로 참가하지 못하는 바람에 단체전에는 나가지 못하고 나머지 세 명의 팀으로 그냥 완주하겠다고 한다. 단체전이다 보니 이런 저런 변수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대회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뛰지 않고 걷는 복장으로 준비한 팀들도 많이 보였다. 대부분은 트레일러닝 초보자들일 이들이 100km를 38시간 동안 걷는 것은 그 자체로 큰 도전일 것이다.
소양강과 내린천을 끼고 원대리 자작나무 숲을 지나는 코스는 미완성의 한반도 모양인데 내년에는 꼭 한반도 모양을 완성하겠다고 한다. 이름도 없는 평범한 산을 지나는 코스이지만 원시림의 상태가 잘 보존되어 있고 강원도 산이 갖는 특유의 중량감(Mass)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위로는 대암산이, 아래로는 방태산이 자리잡고 있고, 오른쪽으로는 백두대간이 지나가는 험준한 지형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전체적으로 임도 길이 많고 경치가 아름다운 코스이지만 100km 코스는 50km 코스를 2번 돌아야 하는 지루함과 정신적 피로감을 이겨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인제문화원에서 출발하여 옛 44번 국도를 지나 소류정, 박달고치, 자작나무숲 주차장에 이르는 1코스(출발~CP1)는 아직 초반이어서 그런지 다들 여유롭다. 지나가는 다른 팀들과 인사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 꽃을 피우며 맑은 공기와 화창한 날씨를 즐긴다. 박달고치(756m)로 올라가는 원시림에 들어서니 고사리 군락지와 울창한 나무, 음습한 계곡과 바위에 낀 이끼들이 우리들을 맞이한다. 마치 유명한 트랙킹 코스에 와있는 착각을 일으킨다. 식물들이 내뿜는 피톤치드 때문인지 황홀한 기분마저 든다. 음~ 이 맑은 공기. 그래 이것이 내가 여기 와 있는 이유이고 보상이다. 그러나 처음에 완만하게 시작된 오르막이 갈수록 경사가 심해져 나중에는 땀을 뻘뻘 흘리고 올라갔다. 이 대회 코스중에서는 가장 상승고도가 높은 구간이다. 그래도 박달고치 정상에 오르면 인제, 원통까지 다 보이는 시원한 조경을 감상하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올라오느라 흘린 땀을 식힐수 있었다.
CP2까지 가는 길에는 그 유명한 원대리 자작나무숲이 있다. 겨울에 오면 더 아름답다고 하지만 5월의 자작나무 숲도 멋지다. 우리는 잠시 쉬면서 온갖 폼을 잡고 사진을 찍고 각자의 방식으로 자작나무숲을 감상하였다. 이후 이어지는 정자리 임도길은 약간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평이한 코스지만 양쪽으로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어 지루하지 않고 무엇보다도 강한 햇빛을 막아주는 그늘이 있어 좋았다.
이 대회의 특징 중 하나는 풍부한 먹거리다. 그 중에서도 식사는 그냥 보조식이 아닌 식당에서 먹는 정식과 동급 이상이다. 자작나무숲 주차장(CP1/CP5)에서 먹은 단팥빵과 우유, 정자리 마을회관(CP2/CP5)에서 늦은 아침과 저녁으로 먹은 산채비빔밥, 고사리 경로당(CP4)에서 먹은 뷔페식 점심까지 맛도 일품이다. 식사가 맛있으니 아이스크림, 커피, 바나나, 젤리 등 간식이 별로 생각나지 않을 정도다. 종두가 준비한 출발 전 아침도 맛있었다. 닭죽 한봉지에 햇반 한그릇, 떡과 바나나, 카스텔라 빵까지 먹고나니 이렇게 많이먹고도 과연 뛸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3코스는 초반부터 마을을 지나는 경사진 포장도로를 계속 올라가야 한다. 이미 햇살이 뜨거워 걷기조차 힘들어 욕이 저절로 나올 즈음 숲길이 나와 시원한 그늘 속으로 들어가니 한결 편해진다. 경사진 숲길을 따라 머구너미 고개까지 오르면 그때부터 긴 내리막의 임도길이 나온다. 경사가 매우 적은 내리막이다보니 무릎이 안좋은 나로서는 뛰기에 제격이었다.
CP3가 얼마남지 않은 지점에서 호수가 갑자기 신호가 왔다고 하면서 화장실을 찾았지만 숲에서 자연으로 방출할 만한 적당한 장소가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CP3까지 참기로 하고 나와 호수가 먼저 나가고 웅배와 악어는 뒤에서 천천히 따라오기로 하였다. CP3에 도착해서 일도 보고 잠시 쉬면서 악어와 호수는 시원하게 등목까지 마쳤다. 나는 옷과 신발이 젖는 것이 싫어서 등목은 생략했지만 다음 코스를 지나면서 계속 후회했다. 등목으로 체온을 낮추었어야 했는데… 그 와중에 라이브트레일을 모니터링 하던 강빵의 문자가 도착했다. 우리 팀이 남자 3등에서 2등으로 올라섰다고… 야호! 다들 분위기가 업되었다. 이 소식에 다죽어가던 악어 대장이 갑자기 생기가 되살아나서 빨리 출발하자고 난리를 친다.
4코스는 대부분 좁은 울리불리 길이다. 돌이 많고 계단도 좁게 만들어져 신경이 많이 쓰이는, 은근히 힘들게 만드는 코스다. 더위를 먹어 체온이 올라갔는지 힘도 없고 맨 뒤에서 뒤따라 걷기도 힘에 겹다. 정신도 혼몽하다. 지금까지 잘 버텼던 무릎마저 아파오기 시작한다. 몰래 진통제 한 알을 먹었지만 통증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웅배와 호수는 힘이 남는지 한참 앞에서 떨어져 가고 있었다. 개인전이라면 벌써 뛰어갔겠지만 단체전이다 보니 앞서 가다가도 뒤를 힐끔힐끔 훔쳐보며 나와 악어가 어서 오기를 기다린다. 거리가 벌어졌다 싶으면 페이스를 늦추거나 잠시 쉬면서 뒷사람을 기다린다. 뒷사람도 마냥 편할 순 없다. 개인전이었다면 천천히 쉬면서 걸어갔겠지만 단체전이다 보니 내가 팀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애쓴다. 있는 힘 없는 힘을 다 짜내면서 앞사람을 뒤따라 간다.
내린천을 건너는 다리를 지나고 금방 나타날 것 같은 CP4가 보이지 않는다 시계를 보니 벌써 거리가 51km를 넘었다. 분명히 50km 코스를 2회전한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50km 지점에서 반환점이 나와야 하는데… 다리를 건너지 말고 직진했어야 했나? 우선 500m 앞에 혼자 앞서 가고있는 웅배에게 전화해서 다시 돌아오라고 연락하고 코스 지도를 보면서 설왕설래 내부협의를 하고 있는데 저기서 한 팀이 뛰어오고 있었다. 물어보니 우리가 가던 코스가 맞다는 것이다. CP4가 100km 반환점이자 결승점인 셈이다. 그리고 거리가 안맞는 문제도 CP5(=CP2)까지 가면서 자연스레 의문이 풀렸다. 출발점에서 CP1지의 거리보다 CP4에서 CP5까지의 거리가 짧다보니 CP4에서 누적거리 52km~53km가 나와도 2회전 하고 나면 전체 거리가 100km가 채 안되었던 것이다.
“웅배야 나의 잘못된 판단으로 1km 정도 알바 시켜 미안해.”
5코스는 조금 전에 지나왔던 내린천 다리를 다시 건너서 한반도의 38선을 동에서 서쪽으로 횡단하듯 가로질러 계속 올라가는 코스다. 날씨가 더워져서 그런지 1코스의 오르막보다 더 힘들게 느껴졌다. 그래도 머리 속에 2등이라는 숫자를 생각하며 쉬지않고 오르다보니 어느새 1코스에서 올랐던 박달고치 정상에 다다랐다. 경쟁이라는 것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팀원 모두 체력이 고갈된 상태에서도 정신력을 끌어올려 우리 안에 잠자고 있는 능력치를 끌어내고 있으니 말이다. 여기부터 결승점까지는 동일한 코스를 반복하면 된다. 그리고 가장 큰 오르막 2개를 다 끝냈으니 이제부터 그리 어려울 건 없다. 해가 기울면서 더위도 조금 누그러진 것 같다. 지금까지 60km 정도 왔으니 이제 40km 만 더 가면 결승점이다.
6코스를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이번에는 악어에게 자연으로부터의 호출이 왔다. 참새가 방앗간을그냥 지나치지 않듯이 악어는 매 CP마다 쉬지않고 먹었고 연신 방귀를 뀌어대더니 드디어 소식이 온 모양이다. 사실 악어 대장 뿐만 아니라 모두들 뱃속이 편치 않다. 새벽부터 그리 먹어댔으니, 그리고 먹자마자 뛰어댔으니 뱃 속에 가스가 안차고 배길수가 있겠나? 후반부 레이스 내내 나를 포함해 앞뒤로 뿅뿅 거리며 냄새를 피웠지만 진한 숲의 향기에 중화되고 바람에 쓸려가니 그런대로 참을만 하다. 자작나무숲 화장실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데 또다른 화장실이 나타났다. 더 이상 괄약근 조절로는 참기 힘들다는 악어와 배가 다시 아프다는 호수에게는 구세주와 같은 화장실이었다. 나와 웅배는 두 사람을 남겨두고 자작나무숲까지 천천히 걸었다.
경사가 있는 내리막에서는 무릎이 아파 도저히 뛸 수가 없었다. 다들 뛰지 못하고 내 속도에 맞추어 걷거나, 뛰더라도 앞에서 기다려 준다. 고맙다. 진통제 한 알을 또 먹었다. 이제 어둠이 내려와 헤드랜턴을 켤 시간이다. 이미 어두워진 CP6에 들어서면서 스탭과 서포터즈가 열띤 응원으로 우리를 맞아주었다. 나도 모르게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응원하는 사람들의 에너지를 받으니 기분이 좋아지고 나도모르게 힘이 불끈다..
맛있는 산채비빔밥 저녁과 사탕, 젤리 등을 먹고도 한참을 기다려서야 악어의 식사가 끝났다. 식사가 제공되는 CP에서는 기본이 30분이다. 후딱 먹고 뛰어나가는 웅배와 악어의 레이스 스타일이 대조된다. 웅배는 화장실까지 다녀와서도 떠날 채비가 안되니 마음이 급해진 모양이다. 그래봐야 단체전에서는 소용없다. 느긋하게 마지막 팀원이 식사와 휴식을 마칠 때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 길을 나서다 보니 날씨가 쌀쌀해 바람막이를 걸쳐 입었다.
7코스는 약간의 오르막과 긴 내리막. 이제 고지가 얼마 남지 않은 정말 후반부다. 호수가 힘이 나는지 앞에 나서서 일정한 페이스로 끌어준다. 나는 무릎 때문에 계속 뛰는 것이 부담스러워 한번은 빨리 뛰고 한 번은 걷기를 반복하면서 일정한 속도로 뛰어가는 팀원들을 따라갔다. 다행히 내리막 경사가 급하지 않아 무릎에 큰 무리없이 뛸 수가 있었다. 웅배는 잠시 체력적 한계가 왔다고 힘들어했지만 금방 회복하였다.
우리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며 긴 내리막 길을 뛰어갔다. 그런데 칠흑같이 어두운 밤의 적막을 깨는 사람 소리가 들렸다. 뒤에 오던 혼성팀 여성 주자의 목소리였는데 바로 옆에서 이야기하는 것처험 가까이 들려왔다. CP6에서 우리가 떠날 때쯤 들어왔던 혼성팀인데 벌써 우리를 뒤따라 왔나? 팀순위에는 관계가 없지만 추월당하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다. 우리 팀도 ‘헛둘헛둘’ 마음 속 구호를 외치며 속도를 조금 더 올렸다. 뒷 팀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지더니 어느 순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CP7에서는 간단히 요기하고 서둘러 출발했다. 조금만 내려가면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나오고 포장도로에서 숲으로 들어가 내린천을 따라가는 울리불리 둘레길을 지나면 결승점이다. 그런데 진통제 약발인지 아니면 결승점이 가까워져 엔돌핀이 솟아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무릎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다. 속도를 조금 더 올려서 아무도 없는 심야의 포장도로를 뛰어본다. 우리는 모두 미친 사람들처럼 뛰었다. 자유다. 행복이다. 그래 이 맛이지. 나도 이렇게 뛸 수 있는데 말이야…
한참을 뛰다보니 웅배와 호수만 따라오고 있고 악어 대장이 안보인다. 이제 둘레길로 들어서야 하는데 악어 대장이 걱정되어 내가 악어와 뒤에서 천천히 갈테니 두 사람은 먼저 가라고 하고 악어를 기다린다. 조금 있다 도착한 악어를 앞세워 울리불리 둘레길로 들어섰다. 포장도로에서 힘을 빼서 그런지 악어의 다리가 조금 풀려 있었다. 발을 내딛는 속도도 점점 느려져 걱정이다. 그런 와중에도 악어는 방귀를 계속 뿜어 대었고 나는 속이 메슥거렸지만 악어를 끝까지 데려가야한다는 알수없는 책임감에 이를 꾹참고 뒤에서 악어를 독려했다. 이제 5km도 안남았어… 힘내!!!
악어와 조용히 마지막 구간을 걸어가고 있는데 저기 앞에 내린천을 건너는 다리가 보였다. 웅배가 기다리고 있었다. 호수는 발목이 아파서 먼저 천천히 앞에서 걸어가고 있다고 한다. 계산상으로는 2~3km 더 가서 다리가 나와야 하는데 생각보다 빨리 다리가 나오니 의아했지만 한편 힘이 솟았다. 진짜 끝이로구나… 다리부터 결승선까지는 2km 좀 넘는 포장도로이니 20분이면 충분히 갈터이다. 갑자기 악어 대장의 눈빛이 빛났다.
“모두 뛰어! 19시간 대에 들어갈 수 있어”
사실 우리는 21시간 넘어 결승점에 도착할 것으 예상했었다. 악어 대장을 선두로 웅배와 내가 따라 뛰었고 중간에 앞서 걷던 호수가 합류해서 모두 같이 뛰었다. 그냥 미친듯이 뛰었다. 결승점에 가까워질수록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아니 악어 대장이 이렇게 빠른 주자였나?
19시간 52분 52초, 우리 팀 ‘푸르름’의 공식 기록이다. 남성팀 3위란다. 1등과는 1시간 40분, 2등과는 40분 차이가 났다. 상품이나 상장은 없었지만 우리는 모두 우리가 이뤄낸 결과에 만족했다. 나이를 고려하면 팀원의 평균연령이 60세가 넘는 우리 팀이야말로 실제적인 1등이지… 더구나 부상자가 2명이나 있었고 다들 바쁜 일상으로 훈련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대회에 참가한 것을 고려한다면 기대 이상의 결과이다.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돌아가면서 한명씩 앞으로 나가 페이스를 끌어주고, 팀원중 한명이라도 힘들어하면 기다려주고 격려하면서 100km를 무사히 완주한 것은 순전히 팀웍 덕분이었다.. 혼자가면 지루하고 힘든 길을 팀원들과 같이 웃고 떠들고 먹고 보고 느끼고 이야기하다 보니 250리 길도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것이 단체전이 주는 묘미일 것이다. 2박 3일의 짧은 기간이지만 기억에 오래 남을 유쾌한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다.
내년에 우리가 다시 참가한다면 식사시간 한번에 20분씩해서 1시간 당기고, 똥 누고 오줌 누는 시간을 각자 따로하지 말고 한꺼번에 처리해서 30분 절약하고 사진 찍고 노는 시간 20분 줄여서 18시간 안에 들어 올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우리가 1등 먹는 것은 따논 당상이지.
(끝)

첫댓글 재미있는 대회 같네요.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신선한 공기가 폐에 닿는듯한 느낌^^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 자작나무 숲 !
스노우 트래일런 때 지나간 기억이 나네 !
수고들 하셨네 아픈 다리를 이끌고 악어가 큰일을 잘 하는구먼 웅배도 몸이 안좋았던거로 아는데 모두 수고들 하셨소 !
즐거운 (?) 산행이셨군요
훈련을 안 하셔도 이렇게 완주를 하실 수 있다니 대단하십니다.
악어대장님 뿡뿡이네요ㅎㅎㅎ
이것저것 줄이면 18시간 당근가능이고요~ 밥 잘 주는 재밌는 대회~ 후기 감상 잘 했습니다 3위 축하드려요!!!
형님 말씀처럼 내년 1등 도전 한번 해보시죠
고생 많으셨읍니다.
그런데 종두형은 먹는 족족 방구가 나오니 이해하셔야겠습니다^^~
태준선배의 멋진 엣세이 한 편임돠👍 원래는 순위는 생각지도 않고 참가하는데 의미를 두고 출전했는데, 의외로 팀합이 좋아서 좋은 결과를 가져온듯요~감솨~^^~ 내년에는 팀훈련도 좀 하고, 태준선배 말처럼 시간관리 잘하면 거시기 해볼 수도 있을 듯요~ 대회날 유난히 덥고, 음식이 괜춘해서 cp마다 먹고 마시다보니 뿡뿡이가 아우성을 치드래요~:)
천천히 하지만 물면 끝까지 가는 형님, 빠르게 하지만 본인 몸 돌보지 않고 끝까지 가는 형님. 뭔가 맞지 않은 팀이 만들어 졌지만 서로 끌어주고 배려하며 완주한 대회인것 같았습니다. 철인은 독주라고 하지만 이 대회는 같이있어 가치있는 아주 즐거운 대회였습니다. 다들 밤새며 하는 운동은 그만해야지 하면서 대회 다음날 바로 내년을 기약하는 멋진 형님들~~~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타진은 넘사벽이여^^
훈훈함이 넘치네요.
4인4색인 팀인데 아주 멋지게 완주하셨네요.
읽다보니 어느새 내년엔 나도.. 어떻게든 함께 나가보고 싶네요.ㅋ
노렸던건 아니지만 그래도 3위 입상도 축하드려요.
내년에는 일철에서 혼성,남성,여성팀으로 두서너팀 만들어 출전해도 재미있겠네요ㅎㅎ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