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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글에서는 전술의 기본요소로써 화력과 기동이라는 개념과 그 관계를 알아보았습니다. 오늘 쉬는 김에 한편 더 써보려 합니다.
https://cafe.daum.net/shogun/OCbn/635
이번 글에서는 돌격소총의 등장이 기존 보병전술과 제대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었는지를 이 영상을 통해서 살펴보겠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돌격소총으로 무장한 기동제대는 경기관총 없이도 볼트액션 소총으로 무장한 적을 상대로 화력우세를 가져갈 수 있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일단 이번 영상에서는 1944년말 2차대전을 수행중이던 독일에서 등장한 Sturmzug(강습소대)라는 제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Sturmzug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돌격소총을 대량으로 소지한 보병소대입니다.
'척탄병 중대의 강습소대'. 이번 영상에서 제작자가 레퍼런스로 삼은 실제 문서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화력과 기동이라는 기본원리는 여전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격소총이라는 물건은 보병의 실질적 화력을 증대시켜 소부대 전술에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그러므로 일단 돌격소총이라는 물건이 어쩌다 나왔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돌격소총이 대량으로 양산되기 이전의 보병화기는 크게 볼트액션 소총, 반자동 소총, 경기관총, 기관단총으로 구분할 수 있었습니다.
볼트액션 소총은 보병의 기본화기로써 조상인 전장식 화승총에 비하면 괄목할만한 변화를 겪었습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연사에 적합한 화기는 아니었습니다. 이상적인 조건하에서 500m 정도 떨어진 표적을 명중시킬 수 있도록 제작되었으나, 1차대전에 비해 역동적으로 변화된 전투환경과 전장의 스트레스 그리고 너무 강한 반동을 일으키는 탄약으로 인해 이상적인 명중률은 기대하기 힘들었습니다.
반자동 소총은 볼트액션 소총의 부족한 연사력을 극복하고자 제작된 화기입니다. 미국의 M1 게런드 소총을 제외하면 2차대전의 반자동 소총들은 신뢰성 문제와 양산문제로 인해 널리 보급되진 못했습니다. 2차대전 이후에는 이 문제들을 해결하였으나 돌격소총과의 경쟁에서 밀려났습니다.
경기관총은 이미 이전 글에서 설명드렸다시피 육중한 부피와 무게의 수냉식 기관총을 경량화하여 보병분대까지 지급되어진 화기입니다. 경기관총의 등장으로 인해 1개 분대는 화력조와 기동조로 나누어져 운용될 수 있었다는 것이 지난 글의 요지중의 하나였습니다. 이들 경기관총은 2차대전의 주력화기였던 볼트액션 소총과 동일한 탄약을 공유하였으면서도 압도적인 연사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돌격소총이 등장하기까지 보병분대와 소대의 화력은 이 경기관총에 편중되어져 있었습니다.
기관단총은 1차대전의 참호전에서 등장한 화기였습니다. 지리멸렬한 참호전을 타개하기 위해 독일제국은 여러가지 수단들을 동원하였고 그중의 하나가 바로 기관단총이었습니다. 2차대전때는 주로 분대장의 개인방어화기 및 근접교전수단으로 활용되었습니다. 본래 기관단총은 참호내에서 소탕전을 벌일 목적으로 권총탄을 연사할 수 있게 제작된 화기입니다. 근거리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권총탄의 한계로 인해 일반적인 교전거리인 200m 내외에서는 명중을 기대하기 힘들었던 문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문제의 요지는 무엇이냐. 바로 볼트액션 소총과 기관단총 사이에 존재했습니다. 볼트액션 소총은 500m 거리의 표적도 맞출 수 있는 화기였으나 실전에서 그러한 명중률은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연사력까지 떨어졌습니다. 기관단총은 근거리에서는 연사를 통해 적을 제압할 수 있었으나 실전에서의 표적은 대개 권총탄의 유효사거리에서 벗어나 있었습니다.
이에 독일 군수산업체에서 제기한 해답은 '중간탄'이었습니다.
기존의 권총탄보다는 커서 유효사거리가 늘어났으면서도 제식 볼트액션 탄약보다는 작아 연사가 용이한 탄약. 그게 중간탄이라는 개념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중간탄을 활용할 물건으로써 독일 군수산업체는 '유효사거리가 향상된 기관단총' 컨셉을 개발하였습니다. 여러해동안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이 새로운 총기는 히틀러에 의해 말 그대로 '돌격소총'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습니다.
최초의 돌격소총이었던 StG44의 주요한 특징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기존의 제식 볼트액션 소총인 K98k보다 작고 가벼움.
2. 대략 400rpm가량의 제어가능한 자동사격이 가능.
3. 400m 가량의 유효사거리를 가짐.
한마디로 돌격소총은 볼트액션 소총의 유효사거리와 기관단총의 연사력을 절충하여 이 둘의 갭을 메운 보병화기였습니다. 결론적으로 돌격소총으로 인해 보병들의 <유효한> 화력이 증대되었습니다.
그리고 경기관총은 여전히 보병분대와 소대의 주력 화력자산으로 살아남았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돌격소총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요. 돌격소총이 - 목표치보다는 훨씬 미진하였으나 - 대량으로 양산된 2차대전때는 Sturmzug(강습소대)라는 형태로 활용되었습니다.
이 그림은 1944년 5월 독일의 보병소대 편성입니다. 인원은 다르지만 1개 본부와 3개 분대라는 큰 틀은 친숙해보입니다.
9명으로 구성된 1개 소총분대는 이렇게 구성되었습니다. 저번 1944년 영국 보병분대와 마찬가지로 1개 분대는 또다시 분대장이 이끄는 기동제대와 부분대장이 이끄는 화력제대로 나뉘어져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총류탄을 운용하는 유탄병이 분대당 1명씩 존재한다는 점, 그리고 분대의 화력은 1정의 MG42 경기관총에 편중되어 있다는 점이 특기할만 합니다.
반면에 1944년 11월. StG44 돌격소총이 지급된 강습소대는 편성이 사뭇 다릅니다. 정리해보자면 이렇습니다.
1. 3개 분대에 1명씩 배치되어있던 유탄수를 3인 팀으로 엮어서 소대장 직속으로 두었음.
2. 3개 소총분대를 2개 강습분대 및 1개 화기분대로 재편성. 8인의 강습분대에는 오직 StG44 돌격소총만 지급.
3. 1개 화기분대에 MG42 경기관총을 몰아서 편성. 2정의 MG42는 2개 경기관총반으로 상시 운용하고 1정의 MG42는 예비로 치장해두었다가 방어시에만 운용.
가장 주목할만한 변화는 3번입니다. 왜냐하면 기존 보병화기의 화력은 경기관총에 편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분대에서 경기관총을 제외해버리면 1개 분대를 기동제대와 화력제대로 나눠서 운용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돌격소총은 기동제대의 <유효한> 화력을 높혀주었기에 경기관총의 화력을 타 분대로부터 독립시켜 특정한 목적을 위해 더 집중시킬 수 있게 된 셈입니다.
강습소대의 소대본부. 소대장 1, 전령 2, 위생병 1. 그리고 소대장이 직속으로 지휘하게 된 1개 유탄수반. 유탄수의 경우도 경기관총과 마찬가지로 특정한 목적을 위해 화력을 더 집중시키게 된 셈입니다.
강습소대의 2개 강습분대. 분대장 1, 부분대장 1, 소총병 6. 강습소대는 일반적인 보병편성은 아니었습니다. 시가전을 소탕하는 등 근접전에 특화된 예비대로 활용되었습니다.
강습소대의 1개 화기분대. 팀장 1, 기관총사수 1, 부사수 2. 방어시에는 예비로 치장해두던 MG42 1정을 더 운용.
아이러니하게도 현 시점의 보병편제는 Sturmzug보다는 1944년 5월의 독일 보병소대에 가까워 보입니다. 그 이유는 두가지로 추정됩니다.
1. 1944년 말 당시 StG44의 증산량이 일반 제식화기로 쓰이기에 부족하였기 때문에 정예 혹은 특수목적 제대에게만 지급하였다.
- 영상의 내용에 따르면 Sturmzug는 당시 독일 보병의 일반적 편제라기보다는 근접전에 특화된 예비대로 활용되었다고 합니다.
2. 보병과 보병간의 화력우위(Fire Superiority)는 상대적 개념이다. 돌격소총이 일반화 된 상황에서 Sturmzug의 유용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현재에는 찾아볼 수 없는 편성이 되었을 수도 있다. Sturmzug는 돌격소총을 갖추지 못한 적 제대를 근접전으로 제압하는데 특화된 제대에 가깝다.
이쪽 내용은 상당히 긴데 제가 주목한 부분만 옮겨보겠습니다.
근본적으로 Sturmzug의 전술도 기동과 화력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화력제대인 화기분대의 MG42 경기관총 2정의 집중된 화력으로 적을 제압하고, 기동제대인 2개 강습분대가 성공적으로 기동하여 적을 강습(Assault)하여 격퇴한다는게 기본적인 시나리오입니다.
이 부분도 지난 글처럼 실전상황이 아니라 교육 및 훈련을 위한 가상의 모델입니다. 목표는 강습소대인 아측이 공자가 되어 가상적군으로부터 34고지를 탈환하는 것입니다.
아측이 활용할 수 있는 지형지물은 34고지 우측에 위치한 수목선입니다.
아측의 1개 화기분대가 적을 제압하는 사이에 나머지 아측제대가 개천을 넘어 수목선으로 보호되고 있는 강습지점(Assault Position)에 집결해야합니다.
그런데 매우 흥미로운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34고지 북동쪽에 위치한 사냥꾼의 집입니다. 이 사냥꾼의 집에도 적 보병이 위치하여 34고지로 강습을 시도하는 아측 2개 강습분대들을 위협합니다.
만약 이 사냥꾼의 집을 무시하고 34고지로 무모하게 강습을 시도하게 되면 사상자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도 상술하였다시피 기동없는 화력투사는 탄약을 낭비하지만 화력없는 기동은 인명을 낭비하니 말입니다.
이 국면을 어떻게 해결하는지가 저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3. 기동은 적의 <유효한> 화력에 의해 수행되지 못할 수 있다. - 상황이 던져주는 문제.
4. 적의 화력은 아측의 화력에 의해 <유효하지 않게> 될 수 있다. - 상황을 해결하는 솔루션.
일단 34고지 남쪽으로부터 아측의 돌격소대가 접근합니다. 그러다 34고지의 적이 사격을 가해오면 시나리오가 시작됩니다.
소대장은 34고지의 적을 상대로 공격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이 영상에서 제시된 계획은 이러합니다.
계획에 따라 MG42 2정을 소지한 화기분대가 수목선에서 엄폐한채 34고지의 적과 총격전을 벌입니다. 화기분대가 적을 제압하는 사이에 소대의 나머지 분대들은 개천을 건너 강습지점(Assault Position)까지 기동합니다.
이때 위에서 상술한 사냥꾼의 집에 있던 적 보병들이 강습지점의 소대원들에게 사격을 가합니다. 만약 Sturmzug가 아니라 다른 일반 보병소대였다면 1개 분대 혹은 경기관총을 소지한 화력조를 강습지점에 남겨놓고 사냥꾼의 집을 화력으로 제압해야합니다. 왜냐하면 볼트액션 소총으로 무장한 일반 보병분대의 화력은 경기관총에 편중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사냥꾼의 집 때문에 일반 보병소대라면 강습에 참여하는 인원이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돌격소총으로 무장한 강습소대의 경우는 다릅니다. 일반 보병소대보다 소수의 인원만 사냥꾼의 집을 제압하기 위해 강습지점에 남겨두고 강습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돌격소총의 반자동 사격은 볼트액션 소총보다 연사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경기관총이 없어도 적을 용이하게 제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돌격소총으로 인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된 셈입니다.
그런데 이런 의문이 들긴합니다. 만약 사냥꾼의 집에도 적이 기관총을 거치해두고 있으면 어떻게 될까라고 말입니다. 일단 이 모델은 애초부터 적보다 아측이 우세한 상황을 전제해놓고 있기 때문에 고려사항은 아니긴 하지만요.
아무튼 간에 소수의 인원만 돌격지점에 남아 사냥꾼의 집을 제압합니다. 그리고 소대장 휘하의 유탄수 3명은 34고지를 향해 총류탄을 집중사격하여 적을 제압합니다.
그리고 유탄수의 사격이 끝나면 나머지 강습분대원들이 34고지로 함성을 지르며 돌격합니다. StG44의 자동사격을 활용하여 34고지의 진지와 참호를 소탕합니다.
강습이 성공하면 화기분대와 유탄수들은 34고지로 신속히 기동하여 강습분대원들과 합류합니다. 사상자 처리, 포로제압, 탄약분대 등을 시행하고 적의 반격에 대비합니다.
그리고 시나리오는 종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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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돌격소총과 관련하여 흥미로운 이야기도 있습니다. 2015년 미 해병대 보병분대에서 M249 경기관총이 중대로 올라갔고, 2020부터 모든 분대원들의 화기가 나이츠아마먼트제 소음기와 트리지콘 VCOG를 장착한 M27 IAR 소총으로 통일되고 있다는 영상이 있습니다.
왜 그러는건지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StG44로만 무장한 Strumzug의 강습분대가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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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쓸 수 있다면 다음편은 이거에 대해 써보려고 합니다. 우크라이나전에 등장한 러시아의 Strumzug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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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와, 흥미로운 내용 진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다음 편도 기대가 되네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