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 -108
동봉
1790.2.3~1852.11.10
이 숫자들은 사람의 생몰연대지요
영국의 의사이며 지질학자며
고생물학자였던 맨텔이 있었습니다
잉글랜드 서식스 루이스에서 태어나
런던에서 삶을 마감하기까지
아마추어였지만 많은 일을 했습니다
2012년 6월 7일이지요
21세기에 접어든지 한참이나 지난
오늘날에 이르러서도
우리나라에서는
진화론을 반대하는
기독교계 창조과학회 쪽에서는
과학교과서에서 시조새를 빼라고
정부에 압력을 가해서
결국 교육부에서 손을 들었지요
슬프고도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종교에 자유가 있다면
학문에도 분명 자유가 있을 것이고
만일 학문에 자유가 있다면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 데도
자율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과학교과서에서 시조새를 빼라
진화론을 빼라는 압력도 그렇거니와
그런 압력에 굴복하는
정부도 교육부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나는 진화론이 옳다든가
또는 창조론이 옳다든가
창조론도 아니고
진화론도 아니라는
양시론兩是論이나
양비론兩非論을 내세우지 않습니다
안타까워서 하는 말입니다
물론, 지금은 그 사건으로 인해
진화론의 위치가 더욱 확고해졌지만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요
장차 이 땅의 주인이 될 청소년들의
학문의 자유를 빼앗는 처사가
과연 있을 수 있습니까
기독교 교리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자연과학의 길을 가로막아
미래를 무지로 몰아가는 일들이
중세도 아니고 어떻게 가능합니까
두루 아시다시피 시조새에 관한 얘기는
파충류인 공룡의 세계에서
조류인 새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남겨진 화석을 놓고
공룡은 공룡이 조상이고
새는 새가 조상이라는 창조론과
공룡이 새로 진화했다는 진화론이
서로 맞닥뜨리면서
논쟁을 벌였던 이야기입니다
진화론에 처음으로 불을 붙인 사람이
기데온 알제르논 맨텔Gideon Algernon Mantell이었고
마무리 지은 사람이 바로 찰스 다윈이지요
브리테니커Britannica Korea에 의하면
그는 생존 중에 알려져 있던
총 5속屬의 공룡 중
모두 4속의 공룡을 발견합니다
맨텔은 특히 자신의 고향 서식스의
중생대(약6,500만년~2억2,500만 년 전)의
고생물을 연구했는데
이 지역은 그의 지질학적 발견으로
좀 유명해지게 됩니다
그는 백악기(6,500만 년 전~1억3,600만 년 전)의
윌드통統이 담수淡水의 기원임을 규명했지요
윌드통에서
이구아노돈Iguanodon,
힐라에오사우루스Hylaeosaurus,
페롤로사우루스Pelorosaurus,
레그노사우루스Regnosaurus로 알려진
놀랄만한 공룡 파충류를 발견했지요
또한 그는
트라이아스기(1억9,000만 년~2억2,500만 년 전)에
암석으로부터 파충류의 한 종인
텔레르페톤 엘기넨세Telerpeton elginense를
기재하기도 했습니다
맨텔의 주요저서로는 1822년에 발표한
<남부 다운스 지방의 화석들>
<서식스 지방의 지질학적 현상들>이 있고
1844년에 펴낸
<창조의 신성함> 등이 있습니다
그의 저서 중 그가 심혈을 기울인
<서식스 지방의 지질학적 현상들>은
당시 300파운드라는 거금을 들여
펴냈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 자신을 제외하곤 말입니다
300gbp×1800원=54만원이지만
요즘 시세와 비교할 수는 없지요
그의 책은 평생 50부가 나갔으니
요즘처럼 스마트폰 시대도 아니고
종이책으로만 접하던 때인데
안팔려도 정말 너무 안팔린 편입니다
나는 오늘 부산 서면 영광도서에서
출판기념특강 및 싸인회를 갖습니다
1993년 6월 말경이었던가
강남구 신사동 출판문화회관에서
옮긴책《평상심이 도라 이르지 말라》(656쪽)의
출판기념회를 연지 22년 만입니다
그때는 불광출판부에서 냈고
나의 직계 노스님이자
민족대표 33인중 한 분이었던
백용성 큰스님 어록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옮긴 책입니다
맨텔은 그의 평생
겨우 50권 밖에 팔리지 않은
자신의 책을 놓고도
어려운 살림에 비해 당당했습니다
나는 그에 비하면 초판을 낸지
7주 만에 재판을 찍었으니
그래도 괜찮은 편이라 해야겠지요
나를 사랑해서이기도 하지만
부처님의 가르침 중에서
특히 정토세계를 사랑하고
쾌적한 환경을 동경하는 분들의
마음에서 비롯된 게 맞을 것입니다
부처님 사랑합니다
모든 마하살님 사랑합니다
언제나 적접 또는 간접적으로
응원하시는 벗님들이여
충심으로 모두를 사랑합니다
내 책《아미타경을 읽는 즐거움》의
소중한 독자분들이여
아주 깊이 깊이 사랑합니다
오늘 오후 2시 정각입니다
부산 서면에 있는 영광도서
4층 문화사랑방에서 만나자고요
04/18/2015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