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전쟁과 대통령의 자격^^
-조선일보(7/16)-
-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
정치의 계절과 함께 대통령을 꿈꾸는 야심가(野心家)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임립(林立)한 여야 대선 주자들이
국가의 존재 이유를 꿰뚫고 있는지는 검증되어야 한다.
여론조사 1·2위를 겨루는 후보들이 출사표를 역사 전쟁으로 시작한 것이 상징적이다.
21세기 대한민국을 이끌겠다는 지도자들이 5000만 국민이 살아갈
나라의 장래 대신 과거사를 두고 다투는 모습이 참담하다.
지나가버린 옛일을 곱씹으며 민족 정기 운운하는 논평가는
준엄한 대통령의 자격을 감당할 수 없다.
대통령 자격은 국리 민복의 책임 윤리로만 판정된다.
민생 보장과 국익 창출 외 모든 것은 부차적이다.
이런 정치적 책임 윤리 지평에서 적빈(赤貧)과
전쟁의 폐허를 넘어선 우리의 성취는 정녕 자랑스럽다.
한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개발도상국 가운데 선진국으로 격상된 유일한 국가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7월 2일 결의). 산업혁명과 민주혁명을 이룬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자 한류로 전(全) 세계를 매혹하는 대중문화 강국이다.
이런 국가적 성취를 누리면서 한국을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나
‘순수하지 못했던 국가’로 부르는 것은
수구적 과거결정론에 불과하다. ‘특정 영토에서 폭력을 독점’하면서
전쟁을 할 수 있는 지구상 어떤 국가도 ‘순수’할 순 없기 때문이다.
정권이 조장한 관제(官製) 역사 논쟁은 나라를 망친다.
역대 보수·진보 정권 모두 역사를 정치화했지만 문재인 정권이 특히 심각하다.
문 정권은 보수 진영을 토착 왜구로 낙인찍는
민족주의적 ‘역사 다시 쓰기 공정’(工程)에 부심해왔다.
친일 적폐 청산을 내건 국민 갈라치기로 진보 장기 집권을 기획했다.
문 정권이 부추긴 퇴행적 민족주의는 대한민국 국가 대전략을 파탄 직전으로 몰았다.
국가 이성의 수호자여야 할 대통령이 날것의 민족 감정으로 국정에 큰 부담을 안겼다.
문 정권의 역사 전쟁은 현대 동아시아 체제(한일협정 체제)를 흔드는 자충수다.
한일 관계는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이다.
문 대통령이 ‘더 이상 지지 않겠다’며
도쿄 올림픽 참석 카드를 흔드는 것도 미숙하기 짝이 없다.
민족 감정을 절제한 김대중 정부 시절엔 ’21세기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김대중·오부치 선언)으로 일본을 비롯한 주변 4강국과 외치(外治)가 최상이었다.
합리적 국가 이성에 충실했던 DJ가 국제적 리더로 존중받은 데 비해
‘민족주의자 문재인’의 존재감은 미약하다.
감정적 대일 고자세(高姿勢)와 정반대인 굴욕적 대중 저자세도 민족주의와 모순된다.
전략핵 보유국 북한이 한국을 끊임없이 모욕해도
민족 감정으로 얼버무리는 변태적 태도가 대한민국을 부끄럽게 한다.
한국 사회에서 민족주의는 최후의 성역(聖域)이다.
평화를 사랑하는 반만년 백의민족 담론은 고난의 역사를 이겨낸 자존감의 근원이다.
근대 이후에 민족주의가 등장한 서구보다 훨씬 오래된
언어·영토·혈통의 지속성이 한국인의 민족 감정을 떠받쳐왔다.
우리 역사에서 민족주의가 방어적으로 작동했다는 사실이
민족 정서의 도덕적 정당성에 대한 한국인의 자기 확신을 극대화했다.
민족을 국가보다 앞세우는 한국인의 마음의 습관이 굳어진 배경이다.
그러나 한국 민족주의의 신성한 아우라(Aura)는 국가가 국제정치의 주체라는 현실 인식을 방해한다.
한반도를 초토화한 6·25전쟁은 백의민족이 아니라
남북한 두 주권 국가가 한반도 현실 정치의 실체라는 교훈을 증언한다.
북한과 한국이 서로를 무력으로 절멸하려 한 국가총력전을
‘민족 통일’의 이름으로 정당화했다는 사실이 뼈아프다.
6·25전쟁의 산물인 북한 핵무장을 국가적 비상사태로 여기지 않는 우리네 풍조는
민족주의적 소망 사고(wishful thinking)가 국가에 끼친 치명적 폐단을 웅변한다.
역사 전쟁은 국가 수호와 국민 보호에 백해무익하다.
문 대통령에게서 보듯 우린 너무 오랫동안 민족을 앞세워
국가를 허물어트리는 사람을 지도자로 뽑아왔다.
대통령 자격과 성숙한 국민 자격은 동행한다.
민주공화국이자 자유민주주의 헌정 국가인 대한민국을
어설픈 역사 논쟁으로 흔드는 정치꾼은 대선 과정에서 걸러내야 한다.
내일이 제헌절이다. 새 대통령은 헌법 제69조에 의거,
다음과 같이 취임 선서하게 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에 노력할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대통령 자격의 시작이자 끝이다.
감상적 민족주의로 국가의 근본을 허무는 자(者), 대한민국 대통령 자격이 없다.
^^[사설] 정연주와 민언련의 방송심의위 장악, 또 정권 말 ‘文 전위대’^^
-조선일보(7/13)-
문재인 대통령이 5개월여 공석(空席)이던 방송통신심의위원장에
정연주 전 KBS 사장을 내정하고 이르면 다음 주 임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구성될 방심위원으로는 친정권 언론 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고 한다.
KBS 노조는 정연주 방심위원장설이 처음 나온 지난 1월 성명을 내고
“정연주씨가 방심위원장이 되면 방송이 특정 세력에게 장악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방송 문외한이었던 정 전 사장은 2003년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KBS 사장으로 선임된 뒤 난데없는 ‘송두율 찬양’ 다큐멘터리로 국론을 분열시켰다.
10여 차례 북한에 허가 없이 입국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던 송씨는
검찰 조사에서 “아직도 김일성 주석을 존경한다”고 했던 사람이다.
2004년 노 전 대통령 탄핵 소추 당시에는 하루 10시간 이상 ‘탄핵 반대 방송’을 했다.
탄핵 반대와 찬성 인터뷰 비율이 ’31대1′이었다.
이에 대해 언론학회는 “파괴적 편향을 보였다”고 개탄했다.
이 당시 현실과 역사를 왜곡하는 프로그램이 수없이 편성됐는데,
자원 부국이던 베네수엘라를 최빈국으로 무너뜨린 포퓰리스트 독재자 차베스 대통령을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영웅으로 추켜세운 다큐멘터리가 대표적이다.
정 전 사장은 내로남불의 원조이기도 하다.
2002년 대선 당시 신문에 “현역 3년 꼬박 때우면 빽 없는 어둠의 자식들,
면제자는 신의 아들” 등의 글로 야당 후보의 아들 병역 면제 논란을 집중 공격했는데
정작 자신의 두 아들은 미국 국적을 선택해 병역을 면제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병역 면제 서류는 정 전 사장이 워싱턴 한국 대사관에 직접 제출했다고 한다.
2005년 국정감사에서 아들 병역 문제 관련 질의에
“두 아들이 미국에 내린 뿌리를 뽑아 한국으로 옮기는 게 불가능했다.
두 아이를 늘 그리워하며 살고 있다”고 했는데 거짓말이었다.
정 전 사장의 장남은 국감 발언 석 달 전부터 삼성전자 서울 본사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이런 파렴치한 사람이 누구를 심의하고 재단한다는 건가.
정 전 사장뿐 아니라 민언련 출신 방심위원 내정자들에 대한 우려도 크다.
청와대는 김유진 전 민언련 이사, 국회의장은 민언련 정책위원을 지낸 정민영 변호사를 추천했다.
민언련은 이름에 ‘언론’을 붙이고 있지만 실제 하는 일은 현 정권의 전위대다.
뉴스 모니터링과 각종 논평을 통해 현 정권을 비판하는 기사와 언론사를 공격하는 돌격대 역할도 한다.
이 역할로 민주당 국회의원 자리를 거의 빼놓지 않고 얻는다.
이렇게 극도로 편향된 인물들이 ‘방송 심의'를 한다고 한다.
정권 말에 검찰을 정권 방패막이로 만든 데 이어 방심위를 통해 방송도 장악하고 위협하겠다는 것이다.
^^ '정연주 반대'라는 종편 대주주의 당사자성^^
-미디어스(7/13)-
TV조선·채널A, 5년 간 방심위 제재 1·3위… 정연주 해임논리 제공, 배임 기정사실화, 무죄 판결 침묵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정연주 전 KBS 사장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으로 내정되자
TV조선·채널A를 소유한 조선·동아일보의 비판이 거세다.
과거 정 전 사장에 대한 불법 강제해임 논리를 제공한 이들 신문은
5기 방통심의위가 지난 5개월 간 출범이 미뤄진 사실을 제거하고
정부·여당 추천 위원으로 먼저 출범하는 것에 대해 '위법' 딱지를 붙였다.
13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각각 사설
<정연주와 민언련의 방송심의위 장악, 또 정권 말 '文 전위대'>,
<방심위원장 할 사람이 논란 많은 정연주밖에 없나>를 게재했다.
주된 비판논리는 정연주 전 사장이 대표적 친여 인사로 정파적이라는 것,
야당 후보 아들 병역면제 논란을 비판했지만
자신의 두 아들은 미국 국적을 선택해 병역을 면제 받았다는 것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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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13일 조선·동아일보 사설 갈무리- |
조선일보는 정 전 사장을 '방송 문외한', '내로남불의 원조' 등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을 '현 정권의 친위대', '돌격대' 등에 비유하며
"이렇게 극도로 편향된 인물들이 방송 심의를 한다고 한다.
정권 말에 검찰을 정권 방패막이로 만든 데 이어
방심위를 통해 방송도 장악하고 위협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편향성 논란이 있는 인사를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심의하는 기구의 수장에 앉히겠다는 것은
누가 봐도 방송 길들이기"라며 "직접 칼자루를 쥐고
정권에 비판적인 방송을 통제하려는 시도가 아니고 뭔가"라고 썼다.
동아일보는 5기 방심위가 정부·여당 몫 추천 위원으로
먼저 출범하는 것을 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여권 몫 추천위원 6명만으로 방심위를 구성하고,
위원장까지 선출하는 것은 법 절차를 어기는 일"이라며
"야당 몫 추천위원 3명도 함께 참여해 방심위를 정상적으로 구성해야 한다.
그러려면 청와대는 정 전 사장을 위원장에 앉히겠다는 구상을 포기하고
다른 중립적 인사를 대안으로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 문화일보, 매일신문, 세계일보 등이 정 전 사장 임명 반대 사설을 썼다.
특히 조선·동아일보 등 보수언론의 반대는 정연주 전 KBS 사장 해임 당시
보도태도를 살펴보면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 전 사장은 2003년 참여정부 시절 KBS 사장에 올랐으나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강제해임됐다.
당시 감사원은 정 전 사장에 대해 부실경영 등을 이유로 해임을 요구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KBS 이사회 결의를 거쳐 해임을 결정했다.
검찰은 정 전 사장이 KBS와 국세청 간 법인세 부과 취소 소송에서
법원의 조정 권고를 받아들여 556억원을 환급받은 것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KBS 승소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소송을 포기해 KBS에 1892억원의 손실을 끼쳤다는 혐의다.
이 과정에서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주요 보수언론은 정 전 사장 해임논리를 제공·확산시켰다.
정 전 사장 해임 당시 여당 추천을 받은 KBS 이사들의 주장을 그대로 옮기면서
정 전 사장의 배임 혐의를 기정사실화했다. '좌편향' '비도덕적' 등을 정당한 해임사유로 보도했다.
KBS 이사회가 정 전 사장 해임을 대통령에게 제청하기로 한 다음날인
2008년 8월 9일, 조선·중앙·동아일보 지면에 해임 사유가 적시됐다.
대표적으로 동아일보는 총 10가지의 정 전 사장 해임사유를 적시했는데,
'시위대가 경찰 옷을 벗기고 폭행했는데 취재를 안했다',
'수신료 인상 설득에 실패했다', '메인뉴스가 왜곡됐다', '회사소송자산 포기'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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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9일 조선·중앙·동아일보 지면 갈무리- 그러나 정 전 사장에 대한 해임과 검찰의 기소는 2012년 대법원에서 각각 무효·무죄로 확정됐다. 관련 소식에 대해 조선일보는 침묵했고 중앙·동아일보는 단신 처리했다. 2019년 검찰과거사위원회는 "검찰은 유죄판결의 가능성이 없음에도 공소를 제기했다. 현저한 주의의무 위반의 과오가 있다"며 검찰총장 사과를 권고했다. 또 이들 신문은 5기 방통심의위 출범이 지연되고 있는 맥락을 다루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5개월여 간 정 전 사장 내정설 등을 이유로 위원 추천을 거부해왔다. 그 사이 방통심의위 구성 지연으로 누적된 심의 건수는 디지털성착취물 심의 1만여 건을 포함해 14만여건에 이른다. 아울러 내년 3월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공직선거법에 따라 지난 12일(예비후보자 등록 신청 개시일)까지 구성되어야만 했으나 시한을 넘긴 상태다. 공직선거법은 '방통심의위는 선거방송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선거방송심의위를 설치·운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정부·여당 몫 위원 추천을 현행법 위반이라고 주장했으나 이는 사실관계가 틀린 주장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은 방통심의위 설치와 관련해 총 9인의 방통심의위원은 국회의장 3인, 소관 상임위 3인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위촉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오히려 정치권의 책임방기로 인한 출범지연을 막을 수 없는 제도정비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한편,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밝힌 2015년부터 2020년 8월까지 주요 방송사별 방송심의 의결 현황에 따르면, 방통심의위 법정제재와 행정지도를 가장 많이 받은 곳은 TV조선(355건)이었다. 이어 MBC 284건, 채널A 213건, KBS 194건, SBS 190건, MBN 130건, JTBC 114건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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