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의 이성과 감성 사이] 일본 패밀리 중형 세단은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해, 토요타 캠리가 8세대를 신형을 선보였다. 먼저 시장을 선점했다. 반응이 있었다. 안팎으로 바뀐 캠리에 관심이 쏠렸다. 원래 캠리는 신뢰받아온 차다. 거기에 파격적 디자인이 더해졌다. 먼저 바뀌어 나온 만큼 관심을 독차지했다. 그 상황에서 혼다 어코드가 출시했다. 어코드 역시 세대 바뀐 10세대 모델이다. 어코드 또한 40년간 세계에서 베스트셀링 모델로 군림해왔다. 그 사이 쌓은 신뢰가 두텁다. 어코드 역시 안팎으로 바뀌어 관심을 유발한다. 세대 바꿔 재정비하고 둘이 맞붙는다.
둘 모두 세대 바꿔 나온 만큼 공통점이 있다. 우선 둘 다 새로운 플랫폼으로 뼈대를 새로 짰다. 캠리는 TNGA(Toyota New Global Architecture) 플랫폼을, 어코드는 ACE(Advanced Compatibility Engineering)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 각 브랜드가 미래를 계획하며 그린 밑그림이다. 그러니까 둘 다 새 플랫폼으로 빚은 첫 중형 세단이라는 뜻이다. 신선도가 높다.
혼다 어코드
두 번째는 저중심을 공통적으로 강조했다. 캠리도, 어코드도 차체가 더 낮아 보이도록 만들었다. 뼈대 새로 짜 강성 높이고 중심 낮춘 자세로 달리면, 잘 달린다. 즉, 주행 감각을 벼렸다는 뜻이다. 그동안 일본 중형 세단은 상품성을 앞세웠다. 넉넉하고 편하면서 내구성 좋은 그런 자동차. 미국 시장의 취향이 반영됐다. 이젠 미국 시장의 취향이 달라졌다. 탄탄하게 달리는 재미를 좇는다. 해서 일본 자동차도 기존 장점은 유지하면서 개선했다.
토요타 캠리
둘 다 젊어진 점도 비슷하다. 디자인 방향성 얘기다. 캠리는 급진적일 정도다. 현대 쏘나타 YF가 나왔을 때 받은 충격을 다시 느꼈달까. 주름처럼 선 그은 그릴과 매서운 전조등이 강렬하다. 개성은 확실히 드러낸다. 보다 보면 독특해서 남달라 보이기도 하다. 실내 역시 독특하다. 센터페시아를 비대칭으로 만들었다. 패밀리 세단에서 생각하기 힘든 형태여서 더 눈에 띈다. 독특한 외관답게 실내도 새롭게 접근했다. 안팎 모두 참신하다.
어코드는 캠리에 비해 보수적이긴 하다. 앞모습을 강조한 점은 비슷하다. 그릴을 키우고 전조등과 연결했다. 덕분에 선이 더욱 굵은 인상으로 변했다. 어코드는 외모 요소보다 형상에 집중했다. 패스트백 형태로 빚어 요즘 유행을 받아들였다. 중후하기보다 세련된 세단으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 실내도 세련된 느낌을 이어나갔다. 단정한데 지루하지 않다. 무엇보다 질감을 잘 살렸다. 강렬한 소재로 치장하기보다 잘 가다듬었다. 방식은 달라도 두 차종 모두 연령대를 낮춘 셈이다. 새로우려면 젊어지는 게 방법이니까.
혼다 어코드
캠리와 어코드 모두 변화의 방향성이 비슷하다. 그런 점에서 둘을 가르는 건 쉽지 않다. 이럴 땐 소소한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 가격과 옵션이랄까. 그럴 때 캠리는 이성적인 영역에 속한다. 일단 가격이 어코드보다 싸니까. 트림별로 50만원에서 200만원 정도 차이 난다. 그러면서 옵션은 보다 충실하다. 캠리가 에어백이 2개 많아 10개다. 모든 트림에서 JBL 오디오 시스템을 장착했다.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도 캠리는 기본으로 적용했다. 어코드는 상위 트림에만 옵션을 꽉 채워 넣었다. 동급 트림을 비교하면 차이날 수밖에 없다.
혼다 어코드
반면 어코드는 차체가 캠리보다 조금 크다. 미세하지만 길고 높고 넓다. 그러면서 배기량 줄인 터보 엔진을 달았다. 큰 차체를 배기량 덜어낸 엔진으로 움직이는 건 시대 흐름이다. 그러니까 다운사이징.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은 보다 기술적으로 진보한 기분이 들게 마련이다. 1.5 터보 모델은 연비도 좋다. 게다가 어코드는 출력 강화한 2.0 터보 모델도 고를 수 있다. 패밀리를 떼도 되는 차다. 제법 가속페달 밟는 재미를 주는 모델도 있는 셈이다. 물론 웃돈 얹어줘야 하지만, 고를 수 있는 폭이 넓어 감성을 건드릴 단초가 된다.
토요타 캠리
패밀리 중형 세단은 지극히 이성적인 자동차다. 자극보다는 효율을 중시한다. 해서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이성과 감성이 공존한다. 누군가에게는 캠리의 디자인이 감성적으로 다가갈 거다. 누군가에게는 혼다의 단정함이 이성적으로 다가갈 거다. 그만큼 두 차종은 같은 영역에서 세밀한 차이를 드러낸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그 차이가 선택을 가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