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과정문학상
심사평/권대근
사유하는 인간의 의미있는 몸부림
권대근
문학박사, 대신대학원대학교 교수
인간행위의 모든 산물은 우리 삶과 격리되어 있지 않다. 지금부터 당선작 수필과 수필가의 세계관을 큰 호흡으로 횡단하며, 수필가의 고뇌에 동참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져보자.
이 수필은 바로 흔들리는 삶을 바로 세워보고자 하는 수필가 정인호의 세계관이 담긴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내용과 지향점이 세상과 삶을 노래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었던 산문 정신과 철학의 생명이기도 한 비판정신에 기대고 있다는 데서 이 수필의 강점을 찾을 수 있다. 인간을 돌아보고, 세상을 비판하는 역할에 있어서 정인호 수필가는 언제나 선두에 있다. 그리고 그런 점은 첨예하게 세상을 사유하는 철학과 닮았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제몫 챙기기에 바쁘다. 모두들 이기심은 하늘을 찌르면서 ‘나’ 중심주의가 되어 목소리 큰 사람만 이득을 보는 세상이 되어 딱하다.”고 절규하는 정인호 수필가의 이런 현실 참여적 태도는 이기주의가 판을 치는 난국에 참으로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기호가치가 공기처럼 부유하는 이러한 척박한 도시 속에서 우리가 살아나가야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정인호는 그 탁월한 방법으로 협동과 자기희생을 제시한다.
자본주의적 삶은 늘 도박으로 점철된다. 주식투자를 통해 일확천금을 얻고자 하는 것과 이기심의 메커니즘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탐욕 때문에 극도의 자기 중심주의에 빠진다. 남의 입장이나 공동체적 가치는 안중에도 없다. 그 욕망의 충족 여부는 전적으로 큰 목소리에 달려있다고 작가는 지적한다. 오징어가 자신의 광명을 찾아 고기잡이배로 돌진하는 것, 그것은 죽음에 다가서는 일이다. 정인호는 인간에게서 오징어의 우둔함을 발견한 것 같다. 화려한 도시의 조명들은 인간 대 인간, 그 천연의 부딪힘을 인정하지 않는다. 빛은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있다. 이런 세태에 정인호는 자신의 수필을 통해 바람직한 인간상을 제시한다. 사람은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자본주의 속에서 인간의 욕망은 이기심을 조장한다. 작가는 이러한 현실을 넌지시 비판함으로써 작가적 사명을 다하고자 한다.
사유의 죽음으로 향하는 시대의 흐름을 거슬러, 우리 모두 협동주의자가 되어보라는 것이 정인호의 메시지다. 정과정문학상을 수상한 정인호 수필가에게 축하를 드린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해서, 수필가의 삶이 더욱 치열해지고, 그래서 그의 수필이 더욱 고고해지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