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3대 시기(詩妓) 김부용(金芙蓉)의 ‘희제(戱題)’> 해암(海巖) 고영화(高永和)
운초(雲楚) 김부용(金芙蓉 1820~1869)은 12세에 기적(妓籍)에 오른 기녀였지만 16세에 성천 군민 백일장에서 장원하여 인기를 얻었으며, 한시(漢詩) 350여 수를 남겼다. 22세 때에 김부용은 평양 감사와 호조 판서를 지낸 김이양(金履陽 1761~1852)의 부실로 들어갔으며 죽어서는 김이양의 묘 옆에 묻혔다. 시문집으로는 『운초당시고(雲楚堂詩稿)』와 『오강루 문집(五江樓文集)』 등이 있다. 황진이, 이매창과 함께 조선 3대 시기(詩妓)로 불린다. 다음은 너무나 잘 알려진 운초(雲楚)의 ‘희제(戱題)’ 한시이다.
● 장난삼아 짓다(戱題) / 운초(雲楚) 김부용(金芙蓉 1820~1869)
芙蓉花發滿地紅 부용꽃이 피어 연못 가득 붉으니
人道芙蓉勝妾容 사람들 부용꽃이 나 부용보다 더 예쁘다네
朝日妾從堤上過 아침에 제방 따라 걸었더니
如何人不看芙蓉 사람들이 부용꽃은 보질 않고 부용만 보구먼.
◯ 위 시는 ‘부용꽃이 나보다 예쁘다하네(勝妾容)’를 부제로 붙인 칠언절구 희제(戱題)이다. 이 시에서 보면 부용이 둘 나오는데 실제 부용꽃과 부용이란 이름의 기생 운초이다. 詩 내면을 들여다보면 정자에서 연회할 때 연못의 부용꽃을 보고 부용꽃이 나보다 훨씬 예쁘다고 놀리지만, 내가 아침에 제방을 따라 산책하는데 사람들이 제방길 따라 핀 부용화는 안보고 나만 본다며 좌중을 박장대소케 한다. 얼굴도 시도 아름답지만 그 발상이 엄청 귀엽지 않은가? 예로부터 시샘 많은 여심(女心)이 문학과 어우러지면 표현의 품격이 높아졌다. 이로 인해 사람들 마음속 여백에 오랫동안 각인시켜 주니 또 다른 유쾌함을 자아낸다.
그녀는 19살에 50살이나 차이가 나는 김이양(金履陽 1755∼1845)의 소실이 되었다. 이 시는 황진이, 이매창과 함께 조선 3대 시기(詩妓)로 불리는 그녀의 작품집인 『운초집』에 실려 있다. 그녀의 詩 대부분은 규수문학의 정수로 꼽히고 있다.
● 요즘 부용꽃은 무궁화를 닮은 아욱과에 속하는 낙엽관목 ‘목부용(木芙蓉)’꽃을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옛날 한시에 나오는 부용화(芙蓉花)는 대부분 연꽃이었다. 다음은 ‘부용(芙蓉)’을 읊은 시를 살펴보자.
1) 부용지(芙蓉池) 연(蓮) 연못. / 서거정(徐居正 1420∼1488)
芙蓉池畔竹如雲 연못가엔 대나무 숲이 구름처럼 무성한데
香色皆奇絶點氛 연꽃 향과 빛깔 뛰어나고 먼지 한 점 없어라
淨友此君吾所愛 연(蓮)과 대나무 내가 다 사랑하는 바이라
相看終日挹淸芬 온종일 바라보고 깨끗한 풍격 사모하네
2) 부용(芙蓉) 연꽃 / 장유(張維 1587∼1638)
人愛衆卉茂 사람들 현란한 꽃들 좋아하지만
我憐芙蓉淸 나는 청수(淸秀)한 연꽃 호감이 가네
亭亭出深沼 깊은 못 속에 뿌리 박고 우뚝 나와서
濯濯當回楹 물에 씻긴 그 모습 난간을 둘러쳤네
纖莖立更直 가냘픈 연잎 줄기 곧추 서 있고
危朶高不傾 간들간들 꽃가지 기울지도 않는구려
馨香匪外襲 속에서 우러나는 그윽한 연꽃 향기
穠艷眞天成 농염한 자태 역시 자연스럽기 그지없네
--하략--
3) 부용(芙蓉) 연꽃. / 오국헌(吳國獻 1599∼1672)
可愛芙蓉葉 사랑스러워라~ 부용의 꽃잎이여
團團不出水 둥글둥글한 것이 물에서 나오질 않아도
如得新釀酒 새로 빚은 술을 얻은 모습처럼
味應甘且美 응당 빛깔이 좋고 아름다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