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연 스님의 삼국유사에도 파자소암의 가르침을 담고 있는 얘기가 전한다. 노힐부득과 달달박박이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두 친구 스님 이야기이다. 두 친구 이야기는 이렇다.
어느 날 해가 저물어 가는데 스무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름다운 여인이 달달박박의 절로 찾아와서 하룻밤 머물러 가기를 청했다. 그러나 달달박박은 단호하게 이를 거절하며 말했다.
"절간은 청정한 곳이어서 여자를 가까이할 수 없으니 지체 말고 이곳에서 빨리 떠나시오."
쫓겨난 여인은 노힐부득의 절을 찾아가 똑같이 하룻밤을 청했다. 노힐부득은 잠시 고민한 뒤 말했다.
"여기는 여자가 머무를 곳은 아니나, 중생의 뜻에 순종하는 것 또한 보살행의 하나이거늘 어찌 깊은 골짜기 어두운 밤에 홀대할 수 있으리요."
노힐부득은 등불 아래서 쉬지 않고 염불을 외웠다. 날이 밝을 무렵 여인은 스님을 불렀다. "내가 불행하여 마침 해산의 기미를 보이니, 원컨대 짚자리를 깔아 주길 바랍니다." 노힐부득은 이 말을 듣자 여인이 '슬프고 불쌍히 여겨져' 그래도 따라 하였다. 여인은 해산한 뒤 이번에는 목욕을 시켜 달라고 했다. 노힐부득은 '부끄럽고도 두려운 마음이 착잡하였으나, 슬프고도 민망한 정은 한층 더 간절하여' 더운물로 목욕을 시켜 주었는데, 놀랍게도 그 물이 금물로 변하였다. 노힐부득이 놀라자 여인은 말했다. "스님도 이 욕조에 목욕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노힐부득이 그 말을 따랐더니 별안간 정신이 맑아지고, 피부가 황금빛으로 변하였으며, 돌연히 옆에 연대(蓮臺)가 놓였다. 여인이 스님에게 그 위에 올라앉기를 권하며 "나는 관세음보살인데, 이에 와서 스님을 도와 대보살을 이루게 하였노라"라고 말한 뒤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런 일이 벌어진 사실도 까맣게 모르고 있는 달달박박은 '엊저녁에 노힐부득이 반드시 계를 어겼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며 노힐부득을 찾아갔다. 그런데 노힐부득이 있는 곳에 다다르자, 그가 연대 위에 앉아 미륵존상 자세를 취하며 온몸에서 광명한 빛을 내뿜고 있는 것이 보였다. 노힐부득의 몸은 모두 금빛이었다. 달달박박은 자기도 모르게 머리를 조아린 뒤 절을 했다. 노힐부득은 자비충만한 목소리로 친구에게 "욕조에 남은 금물이 있으니 목욕을 하라"고 권했다.
불교(종교)는 계율이나 기도이기 이전에 사람에 대한 사랑이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계율 때문에 사람의 생사를 놓친다면 그것은 죽은 불교이다. 오늘의 우리 가슴에 진하게, 깊게 아로새겨 실천해야 할 설화다.
‘파자소암’의 수행승이 한 소식한 선객이라면 아가씨가 품에 안겼을 때 등이라도 어루만져 주며 “모처럼 내 방에 훈훈한 봄바람이 부는구나!”라고 했어야지. 그랬어야 암자도 불타지 않고 수행승은 계속 수행을 했을 것이다. ‘부처도 사람이다.’는 걸 깨우쳐야 한다.
출처 : 불교닷컴 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