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은유는 다양한 문화적 요인과 인지 과정에 기초하기 때문에 문화 사이에, 또는 문화 내부에서 은유가 다르게 사용된다. 예를 들어 화는 일반적으로 ‘열 받는다’, ‘열난다’와 같이 열과 관계를 맺는데, 중국어나 한국어에서는 ‘기가 찬다’라는 표현처럼 수증기나 기운과 관계를 맺기도 한다.
식물 은유는 중국문화에 나타나는 독특한 특징 중 하나이다. 중국인들은 복숭아를 불로장생의 은유로 즐겨 사용하는데, 중국신화에서는 서왕모가 불로장생의 신비한 복숭아인 반도가 열리는 과수원인 반도원을 소유하고 있으며 가을이 오면 신선들에게 연회를 베풀고 반도들 하사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사군자로 알려진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는 식물이지만 선비가 마땅히 지녀야 할 도덕성을 은유한다. 불교의 상징이며 주돈이의 <애련설>로도 유명한 연꽃은 순결함, 부활 등의 의미뿐 아니라 군자의 은유로도 사용된다. 또 일반 백성들을 ‘민초’라고 부르는 등, 식물 은유는 중국문화에서 널리 퍼진 은유로 중국의 문화적 특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이처럼 한 문화에 내재하는 은유를 뿌리 은유(root-metaphor)라고 한다.
-<은유와 마음>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서양 책을 읽다 보면 이해도 안 되고 느낌도 잘 다가오지 않아 난감할 때가 많다. 이것을 넘으려면 서양의 키 텍스트(key text)를 부지런히 읽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성경, 그리스로마신화, 북유럽 신화,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일리아드와 오디세이, 단테의 신곡 등등 듣기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 특히 성경을 잘 알아야만 그들의 정신세계를 이해할 수가 있다. 20세기 전까지만 해도 성경 속의 이야기들이 근본 모티프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교회에 다닐 때, 20대에, 40대에, 이렇게 세 번 성경을 접했다. 매주 성경을 읽고 믿음으로 다가는 종교인들과는 분명 다르다. 그리스로마신화, 북유럽신화는 보기만 해도 울렁거린다. 변화무쌍한 이름들 때문이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책들은 일부만 보았다.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를 비롯한 세계문학전집의 고전들은 간헐적으로 읽었다. 속도가 더디다. 8월 독서모임에서 단테의 신곡을 읽을 예정이다. 지옥편, 연옥편, 천국편을 매주 하나씩 읽어나간다. 함께 읽기의 힘에서 많은 도움을 받으리라 미리 감사한다.
남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 그들의 삶의 조건과 삶의 양식을 담은 책을 읽는 것이 시작이다. 본래의 뿌리는 같아도 자라나는 과정은 다르니까 말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