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푸를 것 같은 담양 죽녹원
추운 겨울 이곳 담양 죽녹원만큼은 푸른 여름과 같았다.
온도와 바람은 겨울과 비슷했지만, 눈에 들어오는 풍경만큼은 분명 여름이었다.
2021년 첫 여행, 짧지만 강렬했던 담양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죽녹원 竹綠苑
담양군이 성인산 일대에 조성한 대나무 정원으로 울창한 대숲이 펼쳐져 있다. 죽림욕을 즐길 수 있는 총 2.2km의 산책로는 운수대통 길,죽마고우 길,철학자의 길 등 8가지 주제의 길로 구성되어 있고, 죽녹원 전망대로부터 산책로가 시작되는데 전망대에선 담양천을 비롯해 수령 300년이 넘은 고목들의 관방제림과 그 길을 따라가면 담양의 명물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과 메타 프로방스를 볼 수 있다. 죽녹원은 1시간 30분 정도면 넉넉하게 둘러볼 수 있다.
입장료
성인 기준 3,000원
동절기 입장시간
매일 09:00 - 18:00 / 입장마감 17:30
담양은 내게 의미 있는 여행지 중 한 곳으로 여행의 물꼬를 틀게 해준 곳이다. 군 시절 8박 9일의 긴 휴가 기간에 전라도 여행(여수, 목포, 담양, 전주)을한 적이 있는데 이 여행이 내게 혼자 떠나는 묘미를, 여행의 참된 의미를 알려주었다. 그 후론 담양을 방문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기회가 돼서 다시 담양을 찾게 되었다. 그 시절과 달라진 게 있다면, 이번엔 자차로 이동했다는 것. 6년의 시간이 결코 짧지만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담양 여행 중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죽녹원이었다. 그 시절 전라도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곳이 바로 이곳 죽녹원이었기 때문에 가장 먼저 찾게 되었다. 세월은 6년이 흘렀지만, 죽녹원은 6년 전 그대로 푸른 대나무들이 바람이 흔들리고 있었다. 나도 그 바람을 몸으로, 소리로 느끼며 이런 생각을 했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고, 그것이 도태가 아닌 우직하게 자신의 뜻을 지킨 노력일 수도 있겠구나'
바람을 느끼며 죽녹원을 걸으니 지금 여기가 어디고, 가는 길이 맞는지 중요하지 않았다. 중간중간 이정표가 나오면 더 끌리는 곳으로 이동했다. 그때 철학자의 길을 만났다. 이 길을 걸으면 철학자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을까 기대하며 걸었지만, 결국 걷는 동안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철학이라는 게 딱히 정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걷는 것 자체도 철학이 될 수 있겠지' 위안하며 다시 죽녹원을 천천히 걸었다.
죽녹원에서 나는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우직함을, 바람의 소리를 그대로 담을 수 있는 포용력을 추운 겨울이든 뜨거운 여름이든 혹은 봄, 가을이든 늘 따뜻한 감정을 느끼게 해줄 것 같은 그 대나무의 산뜻함을 느꼈고, 배웠다. 담양을 여행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가장 먼저 찾고자 했던, 또 마음을 설레게 했던 죽녹원은 군 시절 모습 그대로였기에 이번 여행에서 더 강하게 다가왔고 그 기대를 충족시켜주었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전국 최고의 가로수길이라 불리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은 담양의 명물 랜드마크로 자리하고 있다. 담양에서 순창으로 이어지는 24번번 국도에 위치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은 현재 500m 길이의 가로수 길을 관람객이 걸을 수 있게 조성했고, 많은 관광객이 1년 내내 찾는 명소가 되었다.
입장료
성인 기준 2,000원
죽녹원을 지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을 찾았다. 쓸쓸한 느낌을 주는 이 길이 죽녹원을 다녀오고 와서인지 더 쓸쓸하고 외롭게 느껴졌다. 500m 남짓의 짧은 길이었지만, 걷는 동안 나무들을 위로해 주는 마음이 들기보단 같이 쓸쓸하고 외로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여름의 기분을 느꼈던 죽녹원과는 반대로 제대로 겨울을 경험했다. 짧았던 이 가로수길은 생각보다 길게 느껴졌다. 내게 지금 외롭고 쓸쓸한 감정은 그렇게 필요한 감정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을까 최대한 빠르게 이곳은 나오게 되었다. 여름에 찾았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어서 조금은 당연하면서도 아쉬운 기분이 남았다.
메타프로방스
연간 50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관광단지로 대한민국 가장 아름다운 가로수길로 선정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바로 옆에 위치해 있으며 휴양지로 유명한 프랑스의 도시 프로방스를 옮겨 놓은 듯한 감성을 가지고 있다. 이곳은 디자인 공방과 체험관 등 문화와 예술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다양한 경험과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장소다.
죽녹원과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의 거리는 관방제림 산책로를 하나 낀 거리에 불과한데, 느낌이 전혀 달랐다. 푸른 하늘과 대나무가 있던 죽녹원과 달리 하늘은 어둑어둑한 구름이 많아졌다.
또 코로나의 여파 때문인지 토요일임에도 불과하고 관광객이 많지 않아 메타프로방스 마저 쓸쓸한 느낌을 주었다. 6년 전 방문했을 때의 활기찬 모습이 아니어서 조금은 당황스러웠지만, 그때 보지 못했던 조형물들과 여러 간식거리들이 쓸쓸함을 대신 채워주었다.
1일차 여행
죽녹원 →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 메타프로방스
TIP
죽녹원과 관방제림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과 이곳 메타프로방스까지 묶어서 여행을 하면 동선 낭비를 줄일 수 있고, 죽녹원을 나오면 국수거리가 굉장히 유명하다. 점심으로 국수를 먹는 것을 추천한다. 대부분 가격대는 4,000원을 형성한다.
담양 숙소 / 두리농원
국내 여행을 하며 가장 마음에 들었던 숙소 두리농원. 호캉스를 좋아하는 여행자에겐 그리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을 수 있지만 이곳은 충분히 매력있는 곳이었다. 한옥 건물에 4명이 묵어도 절대 작지 않았던 숙소 크기, 그리고 바베큐장 이용이 무료인 이곳. 가성비도 가성비지만 담양과 어울리는 한옥이 여행의 기분을, 컨디션을 올려주기 최적이었다.
물고기 모양의 종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며 기분 좋은 소리를 내었고, 한옥의 풍경은 어느 여행지보다 멋진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곳이 주는 여유로움은 담양 여행을 좀 더 풍족하게 만들어주었다.
금성산성
금성산성은 산성산으로 불리는 줄기의 해발 350~600m 능선에 쌓은 산성으로 길이가 3km에 가까운 큰 규모의 산성으로 전라남도 장성의 입암산성, 전라북도 무주의 적상산성과 함께 호남 3처산성으로 불렸다. 축성된 것이 정확하지 않아 삼국시대 혹은 신라말 고려초쯤 축성되었다 여러 이야기가 나오지만 명확히 알려지지 않은 신비한 산성으로 조선 말까지 계속 사용된 산성이다.
금성산성은 3km의 큰 규모의 산성답게 산성 전체 코스를 도는 것엔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 주차장에서부터 입구인 보국문까지만 해도 2km가 되어 전체 코스를 도는데 5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짧은 1박 2일의 여행 동안 다 도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하여 입구인 보국문까지만 다녀오기로 마음을 먹고 트레킹을 시작했다.
주차장에서 보국문까지는 40분 정도가 소요되는데 등산과 다름없는 산길이다. 산이 원만해서 오르는 게 어렵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올라야 했다. 사실 금성산성 바로 앞에 주차장이 있다고 생각해 왔다가 큰코다친 케이스라 적잖이 당황했지만, 보국문에 도착했을 때 담양 여행에 금성산성을 넣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진 풍경을 지니고 있었다.
금성산성이 언제 지어졌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삼국시대로 추정하는 지금 그 시절 건축 기술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고, 이런 전통 건축물을 좋아하는 내겐 더 아름답게 다가왔다. 이곳에 앉아 잠시 쉬는데 40분간 등산의 피로가 싹 사라졌다. 다음 담양 여행엔 여유롭게 찾아와 금성산성을 한 바퀴 돌고 와야겠다고 다짐했다.
▲연동사의 마스코트 '연백이'
연동사의 마스코트 연백이와 절순이
담양 여행 중에 만난 귀여운 동물 친구들도 있다. 금성산성을 따라 내려오면 연동사로 빠지는 길이 있는데 그 연동사의 마스코트 연백이와 절순이가 주인공이다. 심지어 연백이와 절순이는 생생정보통과 한국기행을 통해 이름을 날린 유명 스타들이었다.
▲연동사의 마스코트 '절순이'
호기심에 들렸던 연동사는 뜻밖의 인연들을 만들어주었다. 이곳에서 따뜻한 차를 한 잔 얻어마시며 연백이와 절순이의 이야기를 들었다. 절순이는 3살인데 불경도 알아듣는 똑똑한 개라고 했고, 연백이는 웃는 게 예쁜 개라고 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연백이와 절순이를 보러 연동사를 찾는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이들이 달라 보였다. 연백이는 정말 웃고 있는 것 같았고 절순이는 똑똑해 보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연동사에서 나눈 이야기와 내가 앉아있는 내내 옆을 계속 지켜주었던 두 친구가 담양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첫 번째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
2일차 여행
금성산성 → 연동사 → 군산 이동
TIP
금성산성은 트레킹을 좋아하는 여행자라면 하루를 잡고 돌기에 좋은 코스라 생각이 된다. 5시간이 소요되는 코스를 돌고 연동사를 들러 연백이와 절순이를 만나고 온다면 풍족한 여행이 될 것이다. 또 담양하면 떠오르는 떡갈비를 먹자. 트레킹 후 먹은 떡갈비는 잊지 못할 맛을 선사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