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문의 사랑 노래/위성유
계절은 날마다 생각하네
지고없는 뜰안 목련꽃과
허공으로 쏟아내던 아카시아 향기와
술렁거리며 들판을 거닐 던 청보리밭
지난 봄날을 기억하네
쌀밥덩어리처럼 매달린 이팝나무 흰 꽃들과
어둠 속 긴 장마의 터널을 지나 매미의 울음에
잠 못 들던 그 무덥 던 여름날을 음미하네
오솔길을 걸어가며 보았네
코스모스 잎 사이로 산들바람 불어오면
노랗고 붉게 새옷 갈아입고 가을잎이 익어가는 것을,
나는 홀로 생각하네
우리가 맞이하는 계절의 생성조차도 쉬이 오는 것이 아니었음을
한 줌의 바람과 한 줌의 햇살과 한 줌의 비와 한 줌의 별 빛들의 조화로 맛볼 수 있음을 알았네
아! 하물며 자랑스런 우리 위문의 천 년 역사와 빛나는 전통이 어찌 한순간에 이루어 질 수 있었으리
제 몸을 스스로 울려 한송이 꽃을 피우고
피어난 꽃을 한번 더 울려 더 높게 피어 오르려는 자기 희생이 열정의 꽃으로 피었기에 가능하였네
위문을 위해 한 생을 온전히 짊어지신 선조님들의 공덕과
그 깊고 높은 뜻 아로 새기며 따르던 후세들의 작은 힘들이 모여 이루어진 소중한 황금빛 열매였네
만일 우리가 한뿌리에 태어나지 않았다면
지금 마주보며 전하는 애틋한 눈빛과 살가운 혈육의 정을 감히 어디에서 맛볼 수 있을 것인가
아! 돌아보면
한 점 흩어지는 구름 같았던 한 길 한 세월
위문으로 엮어진 든든한 지붕과 울타리는
우리 삶에 버팀목이자 보금자리였네
어느 덧 심연에서 타고 오르는 뜨거운 혈정이 우리 마음에 가득 고여 스미네
오늘은 마흔아홉번째 맞는 경사스런 축제의 한마당
위문의 울창하게 넓게 펼쳐놓은 아름드리 그늘로 들어가
서로 기쁨을 나누고 슬픔을 태우며 흥이 나게 놀아보세
삭히고 묵혀 둔 근심 걱정이랑 모두 잊고
덩실덩실 얼싸 앉고 어깨춤 추어보세
웃음꽃으로 하나되어 부르는 사랑 노래
산메아리 되어 방방곡곡 울려 퍼지도록 신나게 놀아보세
아, 만추의 시월
뜻깊고 감격의 기쁨이 용솟음치는 오늘
그리운 혈육을 만나는 일 반갑고 고맙고 이처럼 좋아서
가을단풍이 불을 지펴가며 물결치려 하네
우리의 뜨거운 혈정
하늘도 감복하여 가을산을 붉게 적시려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