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옷을 갈아입는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긴 겨울이 오기 전 다채로운 얼굴을 자랑하는
단풍 덕에 그림 같은 풍경이 일상에서 펼쳐집니다
어릴 적 같이 자연에서 많이 놀고 산도 자주 다녔던
둘째아이와 같이 가을 소풍을 가고 싶어서 청했더니
바쁘다고 막내랑 다녀오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나날이 화장 실력이 늘어서
가끔 아침에 학교를 가는 건지 회사를 가는 건지
헷갈릴 정도의 풀 메이크업을 선보이는 둘째는 요즘
풍경보다 거울을 보느라 바쁜 거 같습니다.
아름다운 풍경을 함께 즐기고 나누고 싶은 마음에
섭섭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지만
분주하게 움직이느라 보지 못했던
일상의 아름다움을 보게 된 건
저 역시 사실 얼마 되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아파서 병원에 누워보니 건강의 귀함을 알게 되었고
어느덧 자라서 품에 안기지 않는 아이를 보니
엄마만 찾아서 버거웠던 아이의 어린시절이
참 귀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인생선배들에게 자주 들었던 남의 이야기가
저의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당연하게 주어지는 거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소중하고 감사하다는 걸 알기까지는
과정과 시간이 필요한 거 같습니다.
그럼에도 때때로 마음이 과거와 미래에 사로잡혀
후회와 불안으로 어두워질 때는 잠시 멈추어 기도합니다.
자비의 주님
우리의 연약함을 마주함으로서 더욱 낮아지고 겸손할 수 있기를.
깊은 연민의 마음으로 다른 이의 연약함도
따뜻하게 보듬어줄 수 있기를
걱정과 낙담도 평온하게 맞이할 수 있는 담대함을 주시기를.
현재에 머물며 찰나의 기쁨과 감사가 넘쳐나기를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당신이 은밀히 하신 일임을 잊지 않게 하소서.
이 모든 말씀 우리 주 예수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