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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4년 사단법인으로 출범한 불국토가 12월17일 설립 20주년을 맞았다. 그 사이 사회복지법인과 재단법인 등 3개 법인 산하에 18개 시설을 둔 부산불교복지의 맏형으로 성장했다. 불국토의 성인식을 축하하기 위해 창립을 함께 했던 스님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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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시즌이 끝난 사직 아시아드 경기장 주위는 평소보다 바람이 더 모질었다. ‘여기가 맞는가?’ 연신 갸웃거리며 장소를 찾아 헤맸다. 바람은 점점 더 차가워졌고 해는 성큼 기울었다. 어느새 주위에는 어둠이 깔렸다. 코끝이 시큰해 발밑만 바라보며 터벅터벅 걸었다. 바람 소리만 쌩쌩하던 귀 끝에 어디선가 소소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보니 막막하던 어둠은 사라지고 없었다. 밝은 조명이 반짝거렸고 고운 정장을 입은 청년들이 기다렸다는 듯 반갑게 인사를 건낸다. “어서 오세요. 여기가 바로 불국토입니다!”
12월17일 기념식 봉행 불국토 20년사도 발간
94년 ‘불국토’ 출범 후 복지·재단 법인 뒤이어
초대 동참 스님들 모두 복지 불사에 일가 이뤄 ‘불교복지 산파’ 별명도
개금복지관 운영으로 시작 3개 법인 산하 18개 시설 직원 250·봉사자 9000여명 올해 예산 100억 원 달해
칠흑같이 어두운 삶에 지친 이들에게 밝은 빛을 선사해 온 ‘불국토’의 복지 불사가 어느덧 20돌을 맞이했다. “20년을 한 찰나에 경험했다”는 그들의 표현이 지나친 과장이라 질책해도 좋다. 12월17일 ‘불국토 20주년 기념식’이 봉행된 부산 아시아드시티 연회장은 어둠 속 등불을 들고 서서 길가는 이들에게 빛을 선사해준 지난 20년, 불국토의 우직함을 스스로 대견스러워 하는 작은 자축의 자리였다.
행사장 입구에는 현재 불국토 산하기관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전시물이 설치돼 있었다. 불국토는 사단법인과 사회복지법인, 재단법인 불국토청소년도량까지 3개 법인 산하 18개 복지시설을 비롯한 36개 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직원들은 총 250여 명에 이르며 자원봉사자는 9000명에 달한다. 규모로만 보아도 가히 중견 기업이라 부를 만하다.
그런데 불국토는 기업 대신 ‘가족’, ‘공동체’라는 용어를 즐겨 쓴다. 산하 모든 단체들의 활동 슬로건도 한 결 같았다. ‘너와 나 차별 없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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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국토는 1994년 첫 산하시설이던 개금종합사회복지관을 개관하며 사회복지에 첫 발을 디뎠다. |
“불국토는 불교의 현대사회적 역할을 실천한다는 의지를 모아 1994년 사단법인을 설립한 이후 지금까지 부산지역 불교 사회복지사업, 청소년 사업의 기반을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포교의 장을 열었습니다. 불국토의 끊임없는 성장은 초대 이사장 정관 스님과 이사 스님들 그리고 후원자, 자원봉사자, 직원 여러분들의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불국토 3개 법인 이사장을 맡고 있는 영주암 주지 범산 스님의 인사말은 짧지만 많은 뜻을 함축하고 있었다. 스님의 표현처럼 20돌을 맞이하는 불국토의 출발을 함께한 당시 이사 스님들은 혜총, 정련, 정여, 수불, 지현 스님 등 대부분 불자들에게 익숙한 법명이었다.
지현 스님은 불국토에서 두송종합사회복지관을 인수받아 사회복지법인 늘기쁜마을, 정련 스님은 몰운대종합사회복지관을 인수 받아 사회복지법인 내원, 수불 스님은 재단법인 안국선원, 정여 스님은 사회복지법인 보현도량을 일궜다. 불국토를 ‘복지 산파’라는 별칭으로 부를 만한 이유다.
자체적인 성장은 물론 끊임없이 불교 복지 기관을 키우고 배출하는 데 앞장서 온 결실들이다. 가장 최근에는 전 포교원장 혜총 스님이 초대 관장을 지낸 용호종합사회복지관 역시 불교법인 위드아시아 산하기관으로 전환되기도 했다.
불국토 초대 이사로 함께했던 금정총림 범어사 주지 수불 스님도 20년 전의 출범 당시를 떠올리며 감회에 젖었다. 스님은 “복지를 위해 결집된 스님들의 열정이 20년이 지나 아름드리나무가 된 거 같아 동참자의 한 사람으로 무척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 한다”며 “지금처럼 변치 않고 너와 내가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 힘써 달라”고 격려했다.
특히 불국토는 20주년을 기념해 ‘불국토 불사의 역사’라는 제목의 20년사를 발간했다. 이 책에는 불국토의 역사뿐만 아니라 불교복지에 대한 정의 및 현황을 소개하는 글과 더불어 초대 이사장인 영주암 회주 정관 스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가득 담았다. 영주암의 불사부터 정관 스님의 수행, 어린이지도자연합회에서 사단법인 불국토의 설립으로 이어진 어린이 포교와 복지 불사의 전개까지 생생한 포교의 현장들이 그대로 책에 녹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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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대이사장 정관 스님은 “구도자의 마음으로 복지에 힘써 줄 것”을 당부했다. |
정관 스님은 법어에서 불국토 가족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정성껏 만들어진 20년사 책에서 직원들의 열정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이 자리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불교복지의 가장 큰 복지는 바로 스스로 편안하고 여유로운 것이고 그 여유를 주위에 나누어 줄 수 있는 내면적인 풍성함”이라고 전한 스님은 “불국토의 따뜻한 역사와 감동이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항상 불국토 가족들이 스스로를 위한 복지에도 소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내면세계의 무형 복지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구도자의 마음으로 복지에 힘써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1994년 사단법인 불국토의 부산 개금종합사회복지관 운영으로 시작된 불국토의 복지 불사는 1995년 사회복지법인 설립, 1998년 청소년 법인인 재단법인 불국토청소년도량 설립으로 각각 이어졌다. 20년이 흐른 지금은 3개 법인 산하에 18개 시설로 늘어났다. 직원만도 250여 명에 이르며 연간 외부지원 순수사업비만 10억 원 이상을 확보해왔다. 올해는 전체 예산만도 100억 원에 달했다.
산하 기관의 분야도 다양하다.
사회복지법인 불국토는 보현어린이집, 영주암어린이집, 용당어린이집, 수영구노인복지관, 양정재가노인복지센터, 부산 서부 노인보호전문기관, 부산시 노인찾아주기종합센터, 요양시설인 상락정 배산 실버빌, 상락정 영주홈, 상락정 연화홈, 부산진 시니어클럽, 그리고 개금종합사회복지관과 정신장애인복귀시설인 컴넷 하우스, 이밖에도 부산시 사회복지시설인력지원센터, 부산시 수영구 자원봉사센터 등 15개소의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재단법인 불국토청소년도량은 부산광역시 양정청소년수련관, 부산진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 부산광역시 여자단기청소년쉼터 3개소의 시설을 운영한다.
불국토의 첫 기관인 개금종합사회복지관을 인수했던 사단법인 불국토는 현재 기관 운영 대신 직원 장학사업, 직원 자녀 장학사업, 동국대학교 지원, 다문화가정 지원, 해외 지원, 군법당 지원 사업 등을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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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주년을 맞아 가족의 마음으로 일하고 있는 산하 시설 종사자들에 대한 시상식도 열렸다. |
불국토는 향후 제3세계 구호 사업에도 뛰어 들 전망이다. 범산 스님은 “이제 국내 복지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본다. 해외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 주력하는 것이 20주년을 맞아 새롭게 모색하는 불국토의 새로운 복지 불사의 방향”이라며 “제 3세계 국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세워 불국토의 재도약을 실천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타종교에서 잠식하다시피 한 복지 분야에 뛰어들어 이제는 복지사업의 롤 모델로 평가받을 만큼 성장한 불국토. 그간의 노하우로 새로운 복지 불사를 전개해 나갈 불국토의 대작불사가 쌩쌩 몰아치는 한파를 성큼 녹여냈다. 돌아가는 길은 다시 어둠 속이었지만 두려움은 저만치 달아나고 없었다. 불국토 가족들이 손에 쥐어 준 든든한 자비의 등불이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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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