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 고전 공부 모임인 루첼라이 정원에서 장 자크 루소의 <에밀>을 공부하였습니다. 강사는 역시 연세대학교 김상근 교수입니다.
김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에밀>은 사회계약에 입각한 이상적인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서, 이상적인 시민을 교육하는 방식에 대한 논고입니다. 1789년 프랑스 혁명 직전인 1762년 출간되어 프랑스 혁명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혁명 지도자 로베스피에르의 탐독 도서였다고 합니다.
저는 <에밀> 공부를 통해 평소 제가 품고 있던 의문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제 의문은 "동양과 서양의 젊은이들은 교육에서 무슨 <차이>가 있었기에 19세기 동양은 서양에 침략당하였고, 그 <차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가" 입니다.
1392년 이성계는 조선을 개국합니다. 고려는 무인이 정권의 주축입니다. 그래서 무신정권이라고 합니다.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정도전은 조선을 유학 기반의 문인 중심의 나라로 만들었습니다.
조선은 초기에 요동 정벌의 꿈을 꾸기도 하였지만 조선왕조 500년 동안 타국을 침략하여 영토를 확장하겠다는 꿈을 가지지 못하고 국방은 외침을 방어하는데 주력하게 됩니다.
그런 상황에서 조선의 젊은이(15세에서 25세)들은 무슨 꿈을 꾸었을까요. 과거 급제하여 관료가 되는 것을 인생 목표로 삼았을 것입니다. 반면, 장군이 되어 다른 나라를 점령하는 꿈은 결코 꾸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지폐에는 4명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천원권은 퇴계 이황입니다. 조선 시대의 대표적인 유학자입니다. 오천원권은 율곡 이이입니다. 조선 중기의 학자이자 정치가입니다.
만 원권은 세종대왕이고, 오만 원권은 율곡 이이의 어머니 신사임당입니다. 우리나라 지폐에 나오는 4명은 모두 문인입니다. 무인에 속하는 분은 아무도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문인을 숭상하는 나라입니다.
젊은이들이 과거시험에 집착하는 전통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 시대에 머리가 좋은 어려운 집 아이들이 인생 역전을 노릴 때 그들이 선택하는 길은 사법시험, 행정고시, 외무고시에 합격하는 것이었습니다.
1392년 조선 개국으로부터 629년이 지난 2021년에도 그 흐름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전공을 불문하고 우수한 학생들이 모두 로스쿨에 몰리고 있고, 9급 공무원 경쟁률이 100대1을 넘는 상황입니다.
1392년 조선왕조 개국 시기는 이탈리아 르네상스가 시작한 시기입니다. 단테(1265-1321), 페트라르카(1304-1374), 다빈치(1452-1519), 마키아벨리(1469-1527), 미켈란젤로(1475-1564) 등의 시대입니다.
르네상스 이후 서양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입니다. 프랑스 혁명전까지 백년전쟁(1337-1453), 장미전쟁(1455-1485), 위그노전쟁(1562-1598), 30년 전쟁(1618-1648), 대북방 전쟁(1700-1721), 미 독립전쟁(1775-1783) 등 수없이 많은 전쟁이 있었습니다.
이런 시대 상황 속에서 15세부터 25세까지의 유럽 젊은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요. 조선의 젊은이들처럼 공부를 하여 국가시험을 합격한 후 관료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을까요.
그들은 군인이 되어 전쟁터에서 공을 세우는 일을 인생 목표로 삼습니다. 유럽의 지적 전통은 호메로스가 쓴 일리아드에서 시작됩니다. 일리아드가 어떤 책인가요. 50일간의 트로이 전쟁을 다룬 책입니다. 그 책에는 수많은 전쟁영웅들이 등장합니다. 그중 최고는 아킬레우스입니다.
유럽은 전쟁영웅이 되는 것이 최고의 삶이라고 가르쳤습니다. 그 전통에 따라 유럽의 젊은이들은 전장으로 달려가 소수는 영웅이 되었습니다. 최고의 영웅 모델은 평민에서 황제가 된 나폴레옹입니다.
미국 달러의 표지 모델을 보면 그 전통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1달러는 조지 워싱턴 대통령입니다. 독립전쟁 영웅입니다. 5달러는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입니다. 10달러는 알렉산더 해밀턴 미국 초대 재무장관입니다.
20달러는 앤드류 잭슨 7대 대통령입니다. 그는 전쟁 영웅 출신입니다. 50달러는 율리시스 그랜트 18대 대통령입니다. 남북전쟁 당시 북군 총사령관입니다. 100달러는 벤자민 프랭클린입니다. 미국 독립전쟁 당시 외교관이자 정치가입니다. 6명의 인물 중 3명이 장군 출신입니다.
이런 전통에서 살아온 서양의 젊은이들이 무엇을 꿈꿀까요. 로스쿨이나 9급 공무원 시험을 꿈꿀까요. 그들은 선조들이 하였던 땅따먹기를 하러 나섭니다. 바로 스타트업을 만들어 영토를 확장하는 것입니다. 어느 영웅은 지구가 좁다고 화성을 점령하겠다고 합니다. 일론 머스크입니다.
<에밀>에는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에밀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게 하기 위해서 모자도 보행기구도 손을 이끄는 끈도 주지 않을 것이다. 탁한 공기가 있는 방안에 가만히 두는 것이 아니라 매일 들판에 데려가서 뛰어놀게 해 줄 것이다. 하루에 100번 넘어져도 상관없다. 그것은 더 좋은 일이다."
"나는 아이에게 가장 큰 불행을 안겨주는 도구, 즉 책을 빼앗아 버린다. 독서는 아이에게 해악을 끼치는 역할을 하는데, 공교롭게도 사람들이 아이에게 주는 유일한 일거리이기도 하다."
"당신은 아이를 개구쟁이로 만들지 않고서는 총명한 인간을 만들어 내지 못할 것이다. 그것이 스파르타의 교육법이다."
"에밀에게 책이 필요하다면 자연 교육의 개설서여야 할 것이고, 그렇다면 에밀은 <로빈슨 크루소>를 첫 번째 책으로 읽게 될 것이다."
저는 강의를 더 들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제 아이들을 <에밀>과 정반대로 교육하였기 때문입니다. 조선왕조 젊은이들이 받은 교육을 그대로 아이들에게 전수하였습니다. 저는 무슨 짓을 한 것일까요.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아이들에게 서양 교육을 맛보게 해 준 것입니다. 저에게서 배운 문인 교육이 아닌 무인 교육을 미국에서 잘 받았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 봅니다.
미국에 유학을 갔다 온 많은 학생들이 한국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들이 배운 교육은 우리나라에서 가르치는 교육과 달랐을 것입니다. 그 교육에는 <에밀>의 전통이 살아 있을 것입니다.
그 교육을 받은 젊은이들은 지금 사회 각 분야에서 한국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한국의 스타트업 영웅 중에 상당수는 그런 친구들입니다. 이번에 국민의 힘 당 대표가 된 이준석도 그중 한 명입니다.
저는 유학을 다녀온 한국 젊은이들이 바꾸는 <유쾌한 반란>을 흐뭇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공부한 젊은이와 유학을 다녀온 젊은이들이 어우러져 만드는 대한민국은 토종이 주류였던 우리 세대들이 만든 대한민국과 사뭇 다를 것입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가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21.6.21. 조근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