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곁에 부인, 남편이 있는 분이라면, 오래 전 풋풋했던 시절 그 님과 "처음 떠난 첫 여행"의 아련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빛바랜 추억을 회상하는 시간이 됐음 좋겠다...^^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그녀와 네 번째 만남에 강릉으로 1박2일 여행을 가게 됐을 때다.
첫 만남부터 그녀의 밝고, 화끈한 스타일에 묘한 매력을 품게 되면서 점점 끌림이 느껴졌다.
조금 이른 감이 있었지만, 둘만의 은밀한 여행 제안에 그녀는 흔쾌히 허락했는데 그런 그녀의 당당함이
더 호감을 느끼게 했다.
그녀와 첫 여행이라 멋진 추억을 남기고 싶어 고속도로를 피해 "여행의 참맛인 국도"로 내달렸다.
눈이 시리도록 운치 넘치는 강원도 겨울을 지날 땐 그녀도 나도 자연이 그린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에
그냥 뻑이 갔다.
5시간 만에 도착한 강릉 경포대 해변...먼저 호텔로 들어가 짐을 풀었다.
좀 무리해서 특급호텔을 잡았는데 역시 돈이 좋긴 좋구나 싶었다.
객실 창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파란 동해 바다, 깔끔한 침구며 바닥재, 고급스런 벽지, 화장실 등 기분까지
맑게 느껴진다.
저녁 시간이라 우린 두툼한 차림으로 근처 횟집으로 향했다.
자연산 싱싱한 모듬회에 쇠주 한 잔씩 주거니 받거니 나누는데...
캬...점점 더 끌림이 느껴지는 그녀와 단둘이 앉아 시원하게 펼쳐진 동해를 바라보며, 달달한 바다 내음에
감칠맛 나는 회를 안주 삼아 들이키는 쇠주 한 잔.
더는 바랄 게 없는 최고의 분위기였다.
그래서인지 1시간 만에 둘이서 맥주 두 병에 쇠주 3병 반 비웠다.
오늘 밤 첫 거사를 제대로 치르려면 알콜을 좀 자제해야 하는데...순간 걱정이 좀 됐지만, 에라 모르겠다는
기분으로 몇 잔을 더 마시고 2차로 입가심 할 겸 근처 맥줏집으로 향했다.
맥줏집 야외 테라스에 앉아 잔을 들고 밤바다 풍경을 감상하는 그녀의 옆 모습이 무척 섹쉬하게 보인다.
첫 만남부터 "화려한 복장"에 "화장이 좀 찐한" 것 말고는 뭐 그리 흠잡을 데 없는 외모라 멀리 오징어 배의
환한 불빛보다 더 화사하게 보인다.
시간은 벌써 10시를 넘기고 있었는데 그녀를 먼저 객실로 올려보내고 술도 좀 깰 겸 백사장 밴치에 앉아
담배를 꺼내 물었다.
곧 그녀와의 첫 합방이 이뤄진다는 생각만으로도 벌써 몸이 막 뜨거워지는 걸 감지하며 호텔로 들어서는데...
막 호텔 정문을 나오는 "두 남자"가 날 부르는 게 아닌가.
거래처 박사장 일행이었다.
주말을 이용해 와이프랑 넷이서 골프투어 왔다가 부인들은 먼저 객실로 보내고 남자들만 간단히 한잔 하러
가는 중이란다.
중요한 거래처라 동석할 것을 거절하기 어려워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고, 나 혼자 술자리에
끼게 됐다.
끈적한 분위기의 노래방에서 도우미를 끼고 마신 폭탄주만 10잔을 더 마신 것 같다.
쇠주 두 병에 맥주 4병, 폭탄주 10여 잔...주량보다 세 배 이상 마셨더니, 정신은 혼미해져 간다.
그 후...박사장이 부축했던 것 같고, 비틀거리며 객실로 가는 중에 몇 번 꼬꾸라지면서 객실로 들어온 것
같다.
그리곤 곧바로 침대에 쓰러져 잠이 들었나 보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심한 갈증에 물을 마시려고 눈을 떴는데, 사방이 캄캄하다.
손으로 더듬으며 조명 버튼을 겨우 찾아 아무거나 눌렀는데 "아주 희미한 등"이 켜진다.
냉장고를 열고 생수병을 꺼내 원샷으로 나발을 불었다.
아...이제 좀 정신이 살짝 돌아온 기분이다.
어 그런데...바닥에 대충 벗어 팽개친 내 옷 옆으로 스타킹이며 치마와 브래지어가 사방에 널브러져
있었다.
술이 떡이 돼 들어와 그녀가 기대했던 행사를 치르려고, 그녀를 안으려 옷을 벗긴 것도 같고...
몇 번이나 첫 합방을 시도하다 과도한 알콜로 인해 무기가 작동이 안 돼 결국 포기하고 곯아떨어진
것도 같고...
아...순간 그녀에게 너무 쪽팔리고, 미안한 생각이 든다.
그리곤 과음한 탓으로 코까지 골며 잠에 빠진 그녀 곁으로 다가갔다.
인기척에 잠시 몸을 뒤척이며 잠에 빠진 상태로 "얼굴을 내 쪽으로 돌리는데"....
희미한 불빛에 비친 그녀의 얼굴을 본 순간....
허걱..!!
순간 놀라 뒤로 자빠질뻔했다.
"전혀 모르는 여자"가 그것도 팬티만 걸치고 누워 있는 게 아닌가.
그녀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기미 낀 얼굴에 이불 사이로 살짝 비친 처진 똥배의 낯선 여자가 자고 있는 게
아닌가.
순간, 술이 떡이 돼 객실을 잘못 찾아 들어온 걸 감지했다.
너무 당황스러워 재빨리 바지와 런닝만 대충 끼어 입고 셔츠와 양말은 품에 안고 슬금슬금 기다시피 방을
빠져나왔다.
흥건히 젖은 땀을 닦을 새도 없이 복도로 나온 뒤 잠시 정신을 차리고 객실 호수를 확인했다.
어...분명 1009호가 맞는데.
바지 주머니에 있던 카드키 케이스에도 분명 1009호로 적혀 있는데...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혹시, 저 안에 똥배 나온 여자가 술이 만취해 우리 객실로 잘못 들어온 건가.
그렇다면 그녀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혼자만 내버려 뒀다고 화가 나서 먼저 가버린 걸까.
"아...그녀는 어디에"....
반팔 런닝 차림에 양말도 안 신은 맨발로 바지 쟈크까지 안 채운 채 호텔 복도에 엉거주춤 서성이는 내
모습에 누가 보면, 완전 변태같이 볼 것이란 생각에 서둘러 양말을 신고, 셔츠를 껴입는데...
그때였다.
1009호 객실 문이 살짝 열림과 동시에 똥배 여자가 빼꼼히 머리를 내밀며 날 쳐다보는 게 아닌가.
그때 객실 번호가 적힌 카드키 케이스를 내보이며 자초지종을 설명하려는데...
문을 연 그 여자가 눈을 비비며...
"저기..J씨 거기서 뭐 해요?"
헐...대박.!!
잠에서 덜 깬 표정으로 뭔 일이야...라는듯 밝은 복도 불빛에 비친 여자는 바로 그녀였다.
짙은 초승달형 눈썹에 뽀얀 얼굴, 상꺼풀 있는 큰 눈과 살아 있던 바디라인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아주 희미한 눈썹, 기미 낀 얼굴, 작은 눈...동네마트에서 쉽게 보는 평범한 아줌마 모습이었다.
아...몇 번의 만남에 매번 진한 화장으로 분장한 그녀를 보다가 지금 민낯을 본 순간, 약간의 실망도
있었지만, 혼란스러웠던 지금의 상황이 정리됐다는 안도감에 긴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다시 객실로 들어가 생수 한 병을 더 나발 불며 바닥에 널브러진 옷가지를 정리하는 그녀를 흘깃 쳐다
봤는데 그녀의 바디라인을 살린 건 보정속옷이란 걸 알게 됐다.
세월이 제법 흘렀지만, 아쉽고 아련한 추억으로 남은 어느 여인과 여행에서 벌어진 에피소드를 재밌게
읽히고 싶어 픽션도 조금 섞어 주절거려 봤다.
글 읽어 주신 여러분들의 조강지처와 지겹더라도 다시 한 번 "있을 때 잘하자"는 의미로 멋진 동해안
여행을 댕겨오시길 기대하며....^*^
감사합니다..^^
가끔 얼굴 근육 풀릴 수 있는 재밌는 주제로 찾아뵙고 싶습니다.
봄 비 내라는 불금 오후....
운치 넘치는 불타는 금욜 되셔요..ㅋㅋ.^^
알고보면 마트에서 만나는 이웃 아줌마 같은 분들이 가장 속깊고 정많고 아름다운 분 들 이신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