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우연히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저 그렇고 그런, 첫회와 마지막 회만 보면 되는 드라마려니 했는데, 보고나서 참 잘만들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놀랐던 건 캐릭터들이 하나하나 과장되었지만 자연스러우며 현실감있는 연기들을 보여주는 점이었습니다.
벼르고 벼르던 끝에 오늘 imbc에 가입을 하고 아침부터 지난 방송 7개를 내리 보았습니다.
처음엔 하루에 한개씩만 보자.. 라고 생각했었는데,
드라마의 특성상(아마 이거 없으면 드라마가 아니겠죠..) 끝까지 보게 되고 말았습니다.
참 재미있게 잘만들었더군요.
왠지 기존의 드라마에 대한 차별성을 의도적으로 드러낸 것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고정관념들을 무참히 깨고 있더군요.
드라마를 만드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제 짧은 생각입니다.
삶에서는 모두가 자신이 주인공이니까요.
그리고 완벽한 캐릭터란, 말 그대로 드라마 내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니까요.
제가 펄프 픽션을, 메그놀리아를, 아모레스 페로스를, 숏컷을, 스모크를 좋아하는 이유는 같은 맥락에서입니다.
주인공이 존재하고 나머지 인물들은 부수적인 존재로 비춰지는 것 보다는 모두가 똑같이 주목받고, 불안정한, 개개인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리얼리티에 다가간 것이라 생각합니다.
부족하면서도 인간적인 캐릭터들을 끌 수 있다면 반 이상은 성공한 드라마가 아닐까요?
게다가 첫화부터 나오는 '3호선 버터플라이'의 남상아도, 인디 밴드들의 모습들도, 레코드점에서 주인공 이나영이 집어든 킹 크림슨 1집도, 그걸 본 이동건이 킹 크림슨의 레드, 그 중에서도 스타리스를 추천하는 모습들도, 낙원 상가가 나오는 부분도, 연주하는 부분들도,
모두다 그냥 지나쳐지지 않더군요.^^
물론 몇몇 군데는 드라마의 전형성을 탈피하지 못한 부분들도 보이고, 또 일부는 억지로 내용을 연결한 듯한 인상도 받지만, 그런 부분들은 드라마 고유의 재미를 살리기 위한 부분들로 보여집니다.
여하튼 매주 수,목요일 밤이 즐거워질 것 같네요.
드라마는 제대한 이후로 단 하나도 재미 붙이지 못했는데 말입니다.
P.S.개인적으로는 공효진의 연기가 가장 맘에 드는군요. 이세창의 연기변신도 눈여겨 볼 만 합니다..커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