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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그의 행보(2)
적무강은 이제까지 거칠게 풀어 헤쳤던 머리를 뒤로 빗어 넘겨 이목구비가 환히 드러나게 만들었다.
그러자 드러나는 본래의 얼굴, 그러나 너무 평범하기에 오히려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않았다.
아무래도 거칠게 머리를 풀어 헤친 모습이 사람들의 시선을 너무나 끌기에 취한 조치였다.
그렇게 단정하게 넘긴 머리에 피풍의를 거치니 영락없는 여행자의 모습이었다.
덕분에 허리춤에 달린 생사도와 철죽이 감쪽같이 숨겨졌다.
남궁성은 그런 적무강의 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건 사기야. 저렇게 감쪽같이 무공을 익힌 흔적을 숨기다니.’
솔직히 자신도 적무강의 모습을 직접보지 않았다면, 머리를 풀어헤친 적무강과 단정하게 빗어 넘긴 적무강이
동일인물이라는 사실을 도저히 인정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떡하겠는가? 이미 자신의 눈으로 확인했는데.
어떻게 보면 저리 생긴 것도 큰 장점일 것이다.
자신처럼 직접 부딪치기 전에는 무공을 익힌 것을 아무도 짐작하지 못할 테니까.
그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적무강이 철죽을 휘두르는 그 순간을,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각도로 철죽을 휘두르는 그의 모습에서 순간 그마저 오한을 느꼈었다.
그로 인해 남궁성은 적무강의 절기가 봉법이나 곤법이 아닌가 짐작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 그의 짐작일 뿐이다.
그는 비록 예리한 눈으로 적무강을 살폈지만 적무강의 허리에 덜렁거리는 생사도의 정체를 몰랐다.
그저 오동나무로 만든 겉면을 보고 곤이 아닐까 짐작을 할뿐이었다.
그 역시 적무강의 일각만을 보고 짐작할 뿐이다.
안휘성으로 가는 동안 적무강은 밤마다 심상대법을 이용해 수련을 했다.
그러나 겉으로는 아무런 표식이 안 났기에 아무리 남궁성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봐도 그런 사실을 알 수가 없었다.
남궁성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순간에도 적무강은 치열한 대결을 펼치고 있었다.
상대는 마지막으로 폭주할 때의 그의 아버지였다. 생의 모든 것을 격렬히 불태우며 그렇게 생애 최고의 모습을 보여준 아버지,
그때의 모습은 적무강의 목표이자 언젠가는 반드시 넘어서야 할 벽이었다.
그렇게 낮에는 남궁성과 동행을 하며 밤에는 무공을 익히는 시간이 계속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안휘성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합비, 안휘성의 성도이자 오대세가중 하나인 남궁세가가 자리 잡고 있었다.
남궁성은 적무강을 자신의 본가로 이끌었다.
단지 하루나 이틀정도만 머물다 가는 것이기에 적무강은 흔쾌히 승낙했다.
그 역시 오대세가라 불리는 가문을 자신의 눈으로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겉으로 보는 것과 직접 안에서 보는 것은 다르다. 적무강은 그 차이를 느껴보고 싶었다.
합비에 들어가자 사람들이 남궁성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남궁세가는 이곳 합비에서 만큼은 예로부터 인심을 얻고 있었다.
때문에 가세가 기운 지금도 합비에 사는 사람들은 남궁세가를 따랐다. 말 그대로 인심을 얻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근동에서 남궁세가를 무시하는 사람이나 세력은 없었다.
“공자님, 오십니까?”
“대공자님!”
“하하! 안녕들 하셨습니까? 오랜만에 봅니다.”
남궁세가에 다가갈수록 사람들이 남궁성에게 인사를 해왔다. 그때마다 남궁성은 해맑은 웃음으로 일일이 대답해주었다.
‘확실히 인심을 얻는 이유가 있었군.’
적무강은 남궁성의 옆에서 그 광경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명문의 전통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제갈세가나 황보세가의 앞날은 암울하다 하겠다.
적무강이 보기에 그들의 후계자들은 그저 선대의 위명을 등에 업은 쓰레기에 불과했으니까.
남궁세가는 합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저택이었다.
아니 이미 남궁세가는 저택이라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방대한 규모를 지니고 있었다.
일반 저잣거리 하나가 통째로 남궁세가 안에 들어가더라도 자리가 남을 것이다. 그만큼 남궁세가의 규모는 컸다.
“나 왔어.”
남궁성이 정문으로 들어가며 경비무사들에게 인사를 했다. 그러자 경비무사들의 눈에 반가운 빛이 어렸다.
“돌아오셨습니까? 대공자님.”
“하하~! 집엔 별일 없지?”
“물론입니다. 아~! 귀한 손님이 오셨습니다.”
“귀한 손님······. 누구?”
“소림사에서 손님이 오셨습니다.”
“소림사?”
남궁성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그러나 그는 곧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이분은 내가 형님으로 모신 분이야. 그러니까 안에도 그렇게 전해줘.”
“네? 아···알겠습니다.”
남궁성의 말에 경비무사가 뜻밖이란 눈을 했다. 이제까지 남궁성이 이렇게 친근
하게 누구를 데려온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형님,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내 손님대접 제대로 할 테니.”
“그러지.”
적무강은 순순히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십자성과는 또 다른 거대한 세계
가 그를 맞았다.
십자성이 위압적인 분위기로 사람을 기죽이게 한다면 남궁세가에서는 전통과 고
집이 느껴졌다. 보는 사람이 질릴 정도로 거대한 전각에도 장인의 정신과 오랜 세
월의 힘이 느껴졌다. 때문에 처음 이곳에 오는 자라면 누구나 경건해질 수밖에 없
었다.
“이곳이 오백년 전통의 남궁세가입니다. 뭐, 이제는 껍데기밖에 남지 않았지만요.”
남궁성이 장난스럽게 남궁세가를 가리키며 웃었다. 그러나 그의 음성에는 숨길
수 없는 자부심이 짙게 배여 있었다.
“좋군!”
적무강은 짧게 자신의 소감을 말했다. 그러나 그것은 그의 진심이었다.
남궁성은 적무강을 이끌고 자신의 아버지가 있는 남궁세가의 심처로 향했다.
“대공자님 오셨습니까?”
“돌아오셨습니까?”
만나는 사람들마다 남궁성에게 인사를 했다.
적무강은 그들을 차분히 살폈다.
‘하나같이 잘 단련이 되 있어. 역시 그가 자부심을 가질 만하군.’
눈빛이 매우 잘 살아있는 남자들, 그것은 결코 몰락한 가문의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눈빛이 아니었다.
보통 몰락한 가문의 사람들은 포기와 함께 절망의 눈빛을 가진다.
그렇지만 눈앞에 보이는 이들에게서는 전혀 그런 빛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그들의 눈에 보이는 것은 자신들의 가문에 대한 자부심이었다.
적무강은 남궁세가가 살아서 꿈틀거린다고 생각했다.
마침내 그들이 남궁세가주의 거처에 도착했다. 남궁세가주의 거처는 생각보다 경
계가 삼엄하지 않았다. 그저 두세 명의 경비무사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적무
강은 보는 그대로 믿지 않았다.
그의 눈이 전각의 구석구석을 향했다. 그때마다 남궁성이 움찔했다. 동시에 그의
얼굴에 어색한 웃음이 떠올랐다.
그가 얼버무리듯 말했다.
“안으로 들어갑시다. 이미 아버님이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
“그러지!”
적무강은 순순히 그의 말에 따랐다. 그는 희미한 웃음을 지으며 남궁성을 따라 전
각 안으로 들어갔다.
기다란 복도를 통과해 커다란 문 앞에 이르자 대기하고 있던 하인이 그들을 맞았
다. 그는 남궁성에게 고개를 숙여 보인 후 안에 대고 크게 말했다.
“가주님, 대공자님께서 손님과 함께 돌아오셨습니다.”
“들어오라고 해라.”
드르륵!
문이 열리고 남궁세가의 가주인 남궁우도의 거처가 모습을 드러냈다.
안에 들어가자 약간은 초췌해 보이는 장년인의 모습이 보였다. 턱과 코에 난 가느
다란 수염과 말라 보이는 몸이 그를 신경질적으로 보이게 했다. 그리고 그의 앞에
는 머리가 반들반들하고 회색가사를 걸친 스님이 있었다.
남궁성이 웃으며 말했다.
“다녀왔습니다.”
“어서 오너라. 그런데 회합은 어찌하고 벌써 돌아왔느냐? 벌써 회합이 끝난 것이냐?”
“후후~! 사정이 있어 회합에는 참석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그 못지않은
성과가 있었습니다.”
“그래?”
남궁성의 말에 그가 의뭉스런 시선으로 적무강을 바라봤다. 아들이 말한 성과가
적무강이라는 것은 짐작하겠는데, 아무리 봐도 눈앞의 남자에게는 그 어떤 특출
한 점도 발견하지 못하겠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아들을 믿고 다시 한 번 적무강을 자세히 살폈다. 그러자 몇
몇 뜻밖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분명히 무공을 익힌 흔적은 찾아볼 수 없지만, 적무강의 태도는 너무나 침착했
다. 누구나 남궁세가에 들어오면 거대한 모습에 기가 질리기 마련인데 그는 너무나 담담했다.
그것은 그가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이이거나, 아니면 그만한 자신감을 가진 것이라는 것을 뜻한다.
남궁우도는 후자의 경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자신의 아들이 데려올
이유가 없을 테니까.
남궁세가의 남은 힘을 모두 모아 키워낸 아들이었다. 그는 그런 아들의 눈을 믿었다.
남궁성이 적무강을 소개했다.
“이분은 소주에서 만난 적형님입니다. 정말 화끈한 성격을 가진 양반입니다. 아
마 아버지도 형님을 알게 되시면 만족하실 겁니다.”
남궁성의 소개가 끝나자 적무강이 포권을 했다.
“적무강입니다. 남궁아우의 말처럼 대단한 사람은 아닙니다. 그저 잠시 머물다
가는 여행자라 생각해주십시오.”
“반갑네! 내 아들이 대단하다고 하면 분명 대단한 게지. 얼마든지 머물다 가게나.”
적무강은 남궁우도의 말에서 남궁성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읽을 수 있었다. 사
실 여부를 떠나 자신의 자식을 저렇게 온전히 믿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대단한
일이었다. 때문에 적무강은 남궁성이 새롭게 보였다.
남궁우도는 잠시 적무강을 바라보다 자신의 앞에 서있는 스님을 소개했다.
“아직 인사들을 하지 않았군. 이분은 소림에서 손님으로 오신 무비(無悲)스님이
시네. 인사들 하게나.”
그의 말에 이제까지 등을 돌리고 있던 스님이 뒤돌아섰다. 그러자 무척이나 강렬
한 기운이 갑자기 몰려왔다.
“음!”
“······.”
남궁성이 침음성을 흘렸다.
등을 돌리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막상 정면으로 대하자 엄청난 기도가 느껴졌다.
도저히 불가의 승려라고 볼 수 없는 패도적인 기도.
그가 반장을 취하며 인사했다.
“아미타불! 소림의 무비(無悲)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예! 남궁성이라고 합니다.”
남궁성의 얼굴에 의문의 빛이 떠올랐다.
무비라는 이름, 슬픔이나 자비가 없다는 뜻이 아닌가? 불가에서 무비란 법명을
쓰다니, 그것도 소림에서 말이다. 몸에서 풍기는 패도적인 기운만큼이나 패도적
인 법명이었다.
그런 남궁성의 생각을 읽었는지 남궁우도가 무비에 대해 설명했다.
“무비스님은 소림에서 심혈을 기울여 탄생시킨 철혈나한(鐵血羅漢)이시다. 특별
히 불살계에 얽매이지 않는 특수한 신분이다.”
“철혈나한?”
순간 남궁성의 눈가에 파르르 경련이 일어났다.
철혈나한(鐵血羅漢).
살계를 어기지 않는 소림에서 유일하게 살인을 허락받은 존재이다. 살계 때문에
소림이 속세에서 행할 수 있는 영향력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때문에 간혹 가다
소림의 존재를 우습게보고 도전하는 자들이 나오곤 했다. 철혈나한은 그런 존재
를 척살하고, 소림의 적이 되는 자를 추살하는 임무를 맡는 존재였다. 그러나 그
손속이 불가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 잔혹하다는 내부의 자성의 목소리에 이제까
지 몇 대동안 단절되었던 존재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몇 대만에 다시 철혈나한이 등장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역시····십자성을 염두에 두고, 그렇다면 아버지는 구대문파와 연수할 생각이신가?’
이미 다른 오대세가들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는 남궁세가이다. 그런데 설마 소림
과 손을 잡을 줄은 그 자신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소림과 손을 잡았다는 것은
남궁세가가 구대문파와 손을 잡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림은 구대문파의 대표였으니까.
무비는 적무강에게도 인사를 했다.
“소승 무비입니다. 앞으로 적시주도 자주 봤으면 좋겠군요.”
무척이나 정중한 인사였다. 그러나 적무강은 그가 남궁성과는 다른 무게로 자신
에게 인사를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적무강은 그런 내색을 하지 않고
포권을 했다.
“적무강입니다. 소림의 철혈나한을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반갑습니다.”
적무강은 자신의 존재감을 철저히 감춘 채 무비를 바라봤다.
두텁고 굵은 목과, 마치 사자 같은 인상, 그리고 온통 굳은살로 뒤덮인 커다란 주
먹. 불가에서 말하는 사천왕이 환생을 한다면 그런 모습일 것이라 생각되는 인상
이었다.
소림에서 유일하게 살인을 허락받은 자, 그만큼 그의 무력은 강력하다.
아니 어쩌면 이제까지 소림의 역대 철혈나한 중 제일 강할지도 모른다. 정말 그가 십자성을 염두에 두고 키워진 자라면 말이다.
소림에서 전하는 수많은 비전과 대법에 의해 신체를 만들었을 테고, 또한 소림의 비전절기를 익혔을 것이 분명하니까.
실제로 무비는 소림의 모든 총력이 담긴 정화였다. 그에게 소림의 대환단이 두 알이나 소비되었고,
칠십이 종 절기 중 무려 여덟 가지나 익혔으니까. 더구나 소림의 수많은 무승들과의 실전은 그를 더욱 발전시켰다.
적무강은 무비의 눈에서 거칠 것 없는 자신감과 패력을 읽었다. 그것은 자신의 힘
에 충분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눈빛이었다.
적무강은 무비를 보며 중얼거렸다.
‘십자성의 대공자인 마정옥과 비슷하군. 그렇지만 오히려 더 패도적이야. 소림에
서 살계를 허락한 중이라······.’
적무강이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아직 무비는 적무강의 존재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고 있었다. 그가 호감을 보이
는 대상은 오직 남궁성 뿐. 같은 명문가의 자제끼리 유대감을 가지는 것일 것이다.
그에게 적무강은 그저 남궁세가의 손님일 뿐이었다. 남궁세가의 손님에게까지 그
가 신경을 쓸 이유가 없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잘~감상~~~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
즐감요~~
두고보면 알 지
감사합니다....
즐독입니다
감사합니다 잘보았습니다
감사...
ㅎㅎㅎ
감사합니다.
ㅈㄷㄱ~~~~~~````````````
즐독
감사합니다
잘읽었습니다
즐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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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감사^^
ㅈㄷㄳ
즐감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즐~감 하고 갑니다.
잘읽었습니다
자금까지 스토리 전개가 매우 깔끔합니다 매우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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