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畵像(자화상)
세월은 왜 이렇게 빠른지?
어느새 머리가 빠지고 주름이 생기더니 물마시다 사래들고
오징어를 두 마리씩 씹던 어금니는 인프란트로 채웠다.
안경 없으면 더듬거리니 세상만사 보고도 못본 척
조용히 살란 이치인가?
세상이 씨끄러 우니 눈감으란 말인가?
모르는 척 살려니 눈꼴 시린 게 어디 한 두 가지인가.
나이 들면 철이 든다 하더니 보고 들은 게 많아 선가
잔소리만 늘어가니 구박도 늘어가네.
잠자리 포근하던 젊은 시절은 가고 긴 밤 잠 못 이루며,
이 생각 저 생각 개꿈만 꾸다가 뜬 눈으로 뒤척이니
긴 하품만 나오고 먹고 나면 식곤층으로
꼬박꼬박 졸다가 침까지 흘리니 누가 보았을까
깜작 놀라 얼른 훔친다.
구두가 불편하여 운동화 신었는데 큿션 따라 사뿐히 걷다가
중심을 못잡아 뒤뚱대고 엎드러지니 꼴불견이로구나.
까만 정장에 파란 넥타이가 잘 어울리더니 이제는
트렌드가 아니 라나 어색하기 짝이 없어 차라리 등산복 차림이다.
속알머리 빠진 머리는 여름에 뜨겁고 겨울에는 추워서
벙거지 뒤집어 쓰는데 손발은 봄이 오는 소리 모른 척 시리구나.
전화번호부에 등록한 이름은 하나 둘 지워져 가고 누군지 알 듯
모를 듯한 이름은 삭제를 한다.
정기 모임 날자는 꼬박꼬박 달력에 표시하며 친구들 얼굴 새기고
이름도 새겨 보며 손꼽아 기다려진다.
늙는 것이 아니라 익어간다는 말은 아마도 가을 논에 풍년들어
허리 굽혀 고개 숙인 벼이삭을 말했는가 보다.
점점 늘어가는 것은 기침소리요 서랍장에는
자식들이 사다준 건강식품과 병원 약봉지 뿐이다
외출 하려면 행동이 느려지고 신발신고 현관을 나가다가
다시 돌아와 안경쓰고 나가다 돌아서 지갑 찾고 마스크 챙겨서
나가는데 뭔가 불안해서 멈추니 핸드폰 두고 나왔다.
이쯤 되니 혹시 치매인가 불안에 떨다가 하루 이틀 지냈더니
제자리 오락가락. 모임에 나갔더니 너도 나도 그렇다 하니
정상이라 치부하고 그러러니 한다.
이제 뒤 돌아보니 가버린 시절 그립고 추억으로 가득한
지나간 날들이 인생의 가치였다.
남은 시간 그리 많지 않으니 순간순간 행복하게 지냅시다.
- 좋은 글 -
첫댓글 눈물나게 하지 마이소. 흑흑
눈물 까지야 날라구요 각설하고 글 중에
아~ 핸드폰 두고 나왔다,,
저도 몇번이나 경험 한바 입니다 ㅎ,ㅎ,ㅎ,
금천님 연세에, 지나친 자화상 타령 이십니다.
평균적인 건강 이상이니, 너무, 노하거나,
슬퍼 하시지 마십시요.ㅎㅎㅎ
아닙니다. 80고개 슬며시 넘어 가 보이소
자연 스럽게 자화상 타령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