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천년마을 대흥에서 더 느린 여행’ 프로그램
예산의 ‘천년마을 대흥에서 더 느린 여행’ 프로그램 참가자가 마을 주변 '느린꼬부랑길'을 걷다 시원하게 펼쳐지는 예당호를 바라보고 있다.
일주일 살기’ ‘한 달 살기’ 등 체류형 생활관광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지역 고유의 문화·역사·먹거리를 체험하는 여행 방식이다. 충남 예산의 ‘천년마을 대흥에서 더 느린 여행’은 올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의 생활관광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수도권에서 가까운데다 농촌 인심 가득한 체험과 상차림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장항선 열차로 예산역에 내리면 프로그램 참가자를 위해 마을까지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교통편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예산행 무궁화호 열차. 서울 용산역에서 예산역까지 무궁화호(9회), ITX새마을(5회), 서해금빛열차(수~일 1회) 등이 하루 14~15회 운행한다.
점심때쯤 '619 대흥역(대흥마을 웰컴센터)'에 도착하면 박효신 ‘협동조합 느린손’ 사무국장에게 간략하게 프로그램 설명을 듣는다. ‘더 느린여행’의 ‘더’는 기준을 뛰어넘는다는 뜻의 우리말과 세상에서 유일한 것을 의미하는 영어 정관사(The)의 중의적 표현이다. 숨과 쉼이 편안한 곳, 천년의 역사·문화·전통이 어우러진 곳, 전통 먹거리와 자연 친화적인 삶이 조화로운 대흥마을에서 잠시나마 여유를 느껴보라 권한다.
해설이 끝나면 함께 마을을 둘러본다. 넓은 들판과 구불구불 작은 길, 나비가 날아드는 야생화와 옥수수 등 도시에서 볼 수 없는 시골 풍경에 스르르 긴장이 풀린다. 어느 집 입구에 설치된 달팽이 조형물이 눈에 띈다. ‘Slow down and enjoy the garden’. 천천히 쉬면서 구경하는 '손바닥 정원'이 여행객을 환영하는 듯하다. 점심은 주민들이 만든 연잎밥·새우튀김·불고기·무말랭이가 든 도시락이다. 마을 어귀 의형제공원 정자나 벤치에 앉아 도시락 보자기를 펼치면 소풍하는 기분이 든다.
‘천년마을 대흥에서 더 느린 여행’ 첫 점심은 주민들이 정성껏 준비한 연잎밥 도시락이다
대흥마을 한 가정의 손바닥정원.
식후에는 본격적으로 농촌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진행자 모두 마을에서 생업에 종사하는 주민이다. 전문가처럼 능숙하지 않아도 진정성과 열정은 최고라 자부한다. 첫 시간은 전통주(가양주) 만들기 체험이다. 고두밥과 끓인 후 상온으로 식힌 물, 누룩이 준비돼 있다. 식힌 고두밥을 항아리에 담고 누룩과 물을 넣어 덩어리가 없도록 잘 풀어준다. 하루나 이틀 후 항아리 속을 뒤집으면 사흘 후부터 밑에 물이 고이기 시작하고, 일주일 정도 기다리면 소주와 맞먹는 18도 술로 변한다고 한다. 당장 맛볼 수 없으니 이전 참가자가 만든 술을 시음한다. 새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입에 짝짝 붙는다.
두 번째 시간은 짚으로 달걀꾸러미 만들기다. 낟알을 털어낸 지푸라기를 활용해 농부 선생님의 차분한 설명으로 한 가닥씩 매듭짓고 달걀을 감싸 완성한다. 덤으로 오늘 찐 달걀 5개를 제공한다. 막걸리와 환상의 조합이다.
대흥마을의 가양주 빚기 체험. 이전 체험객이 담근 술을 짜서 시음한다
대흥마을의 가양주 빚기 체험.
대흥마을의 달걀꾸러미 만들기 체험. 농부 강사의 친절한 설명으로 진행된다.
‘천년마을 대흥에서 더 느린 여행’ 숙소인 글로리아펜션.
숙소는 글로리아펜션·참살이황토집·교촌한옥체험관 세 곳으로 신청서를 참조해 배정한다. 저녁식사는 일명 ‘백종원 고기광장’, 예산상설시장에서 해결한다. 장터 광장 테이블에 자리가 배정되면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고, 불판 빌려주는 집에서 쌈채소·마늘·쌈장·공깃밥·음료 구입한다. 추가로 필요한 재료는 시장 상점에서 살 수 있다.
저녁 식사가 끝나면 예당호출렁다리로 향한다. 오후 8시와 9시(토·일·공휴일은 7시 추가) 화려한 경관조명에 춤추는 음악분수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선사한다. 낮에 방문한다면 모노레일을 타고 예당호를 한 바퀴 돌아보는 것도 괜찮다.
예산상설시장의 일명 '백종원 고기광장'
예산상설시장의 '백종원 고기광장'에서는 고기와 쌈 재료를 구입하고 불판을 빌려 구워 먹는 방식이다
예당호 출렁다리의 춤추는 음악분수 쇼
다음 날 아침 식사는 담백하고 소화가 잘 되는 순두부 정식이다. 식사 후에는 원홍장둘레길 트레킹에 나선다. 전체 10km 중 느린꼬부랑길 한 시간 반 코스를 걷는다. 실제 마을 주민들이 운동 삼아 걷는 길로 몸과 마음이 상쾌해지는 치유의 길이다. 애기폭포와 전망대에서 드넓게 펼쳐진 예당호를 조망하고, 조선 초기의 관아인 대흥동헌도 둘러본다. 보건지소를 리모델링한 달팽이미술관은 현재 주경숙 작가가 여행의 기억을 그려낸 부채 작품을 전시중이다.
대흥마을 주변을 한 바퀴 돌아오는 느린꼬부랑길 산책
대흥마을 느린꼬부랑길 산책 중에 보는 예당호 풍경
옛 보건소 건물을 개조한 대흥마을 달팽이미술관
압화 체험으로 만든 목걸이.
세 번째 체험은 말린 꽃잎으로 소품을 만드는 압화 체험이다. 마음에 드는 꽃잎을 골라 열쇠고리나 목걸이에 넣어 만들면 나만의 작품이 완성된다. 점심은 ‘밥이랑반찬이랑’ 식당의 민물새우탕이다. 다과회 후 또 다른 인연으로 만날 것을 약속하며 여행을 마무리한다.
‘천년마을 대흥에서 2박3일 생활관광’ 프로그램 이용료는 숙박과 4끼 식사, 체험(기본2+선택1)과 기념품까지 포함해 11만 원이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50%를 지원하기에 그만큼 저렴하다. 올해는 이달 22일, 10월 12·17·27일, 11월 7·14·24일 진행된다. 인터넷(thenurin.com)이나 전화(041-333-3009)로 예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