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날 히치하이킹 도전을 했던 데에는, 전날 포즈난 카우치서핑 모임에서 만났던 아가씨들의 영향이 컸다. 히치위키 웹사이트에 나와있는 것만 따라 했는데 잘 되었다던 그들. (1-20. 처음만난 가족 카우치서퍼. 폴란드의 라팔 아저씨와 꼬마 아가씨.http://bananabackpack.egloos.com/2275329) 그래서 나도 히치위키 나온대로 따라갔다. 그 루트는 구글 지도에서 검색해서 나오는 루트와 동일했는데,
바로 이것. 언뜻 보기엔 그냥 평범한 경로.
확대해 보면 이렇다. 베를린이 서쪽에 있지만, 바로 서쪽으로 가는게 아니라, 바르샤바부터 연결되어 있는 고속도로를 타러 일단은 포즈난 남부로 먼저 내려가야 한다. 이 점에서 문제가 생길 줄은 전혀 몰랐다.
히치위키에는 히치하이킹 하러 가는 법이 꽤나 자세히 나와있다. 어디서 버스 몇 번을 타서 언제 내리면 된다고 나와 있는 걸 쭉 따라가다보니, 히치하이킹 최고의 장소인 주유소가 나온다. (물론 그게 좋은 장소라는 것도 히치위키 웹사이트에서 보고 알았다.) 고속도로로 진입하기 직전에 있는 주유소였다. 포즈난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베를린으로 가는 차를 잡아서 탈 계획이었다.
근데 아무리 기다려도 차가 오지 않는다. 삼십분이 지나고, 한시간이 지나는데도 감감 무소식. 중간에 어떤 아주머니가 폴란드어로 뭐라고 뭐라고 했는데, 아무래도 포기하고 가라는 것 같다. 그래도 근성있게 계속 기다려보자.. 하고 있었다. 아침 일찍 나와서 시간 여유가 있기도 했다.
근데 이번엔 영어 하시는 아저씨 한분이 말을 건다. 아시아에서 온 히치하이커가 딱해 보였나보다. 하하. “으이그.. 포즈난에서 베를린 가는 차는 남쪽으로 많이 안와!!” 아직도 기억난다. 그냥 서쪽으로 국도 타고 가는 차가 더 많다는 것. 아이고.. 어쩌나.. 지금같았으면, “그럼 까짓거 거기로 또 버스타고 가서 히치하이킹 하면 되지 뭐ㅋ” 라고 생각했을텐데, 당시엔 히치하이킹 초보이다보니, 벌써 지치고 귀찮아져서 가기가 너무 싫었다.
결국 그냥 기차역으로 왔다.
아침 일찍 히치하이킹을 시작했던 지라, 그렇게 뻘짓을 몇시간이나 하다 왔는데도, 낮에 기차를 탈 수 있었다. 비용도 생각했던 것보다는 저렴해서, 불행 중 다행이었던 하루.
이번 글에는 사진이 너무 없는 것 같아서 추가한 베를린 기차역. 이렇게 깔끔하고, 크고, 정신없는 기차역은 처음이었다. 유럽에서 가본 기차역들 중에는 가장 좋은 곳이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