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언관의 「새뱅이찌개」 감상 / 곽재구
새뱅이찌개
신언관
가을 일 끝나고 얼음 얼기 전 이맘때 댕댕이넝쿨 바구니와 얼기미 들고 마른 억새 된서리 헤치며 논둑 따라 둠벙에 가면 방개가 저쪽 끝으로 도망가고 송사리 떼가 새까맣게 물을 튀기는데 가장자리 슬쩍 훑으면 톡톡 튀는 새뱅이 한 움큼 올라온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송사리와 새뱅이 한 사발 내기 그리고 쌀방개 몇 마리 금세 바구니 가득 챙겨 젖은 발 시린 줄도 모르고 엄마한테 뛰어간다
열한 살 꽁꽁 언 발 아궁이 앞에서 녹이고 있으면 이듬해 먼 곳으로 가버린 엄마는 빨간 새뱅이찌개를 만든다 —시집 『뭐 별것도 아니네』 2021 .........................................................................................................................................................................................................
새뱅이찌개 새뱅이찌개. 혼자 중얼거리는데 기분이 좋아지네요. 음식 이름을 듣고 시가 좋아지기는 백석의 시 ‘국수’ 이후 처음입니다. ‘국수’를 읽고 있으면 내가 조선 사람이라는 의연한 자부심이 들지요. 새뱅이는 민물새우입니다. 어린 시절 고무신으로 새뱅이를 잡고 놀았지요. 새뱅이는 작고 귀엽고 살빛이 사랑스럽습니다. 새뱅이를 생각하니 나도 엄마 생각이 납니다. 새뱅이는 이 땅의 산하에 이 땅의 어머니들이 풀어놓은 하고많은 그리운 우리들의 얼굴인지도 모릅니다.
곽재구(시인)
신언관 / 1956년 충북 청주 출생. 양정고교를 나와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졸업. 2015년 《시와 문화》로 등단. 시집 『나는 나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 『그곳 아우내강의 노을』 『낟알의 숨』 『뭐 별것도 아니네』 등을 펴냄. 한국작가회의 회원. 대학재학 중의 유신시절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징역형 선고받고 복역. 1980년 5월 계엄포고령 위반으로 수도군단에 구속되어 재판 받음. 현재 고향 청주에서 농사를 지으며 가톨릭농민회 생명농업실천위원장을 맡고 있음. |
첫댓글 소년기의 추억이군요
"열한 살 꽁꽁 언 발
아궁이 앞에서 녹이고 있으면
이듬해 먼 곳으로 가버린 엄마는
빨간 새뱅이찌개를 만든다
—시집 『뭐 별것도 아니네』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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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언관 / 1956년 충북 청주 출생. 양정고교를 나와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졸업. 2015년 《시와 문화》로 등단. 시집 『나는 나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 『그곳 아우내강의 노을』 『낟알의 숨』 『뭐 별것도 아니네』 등을 펴냄. 한국작가회의 회원. 대학재학 중의 유신시절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징역형 선고받고 복역. 1980년 5월 계엄포고령 위반으로 수도군단에 구속되어 재판 받음. 현재 고향 청주에서 농사를 지으며 가톨릭농민회 생명농업실천위원장을 맡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