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 큰 키에 68㎏, 후리후리한 몸매. 반항하듯 치켜올라간 눈썹, 늑대개를 연상시키는 다부진 역삼각형 얼굴…. 그럼에도 그를 설명하는 가장 쉬운 특징은 '눈빛'이다. 곽경택 감독이 "날카롭고 섹시하다"며 영화에 전격 캐스팅하게 한 그 눈빛이다. "아마도, 외모 덕에 올해 계속 반항아 역할을 하게 된 것 같네요." 배우 김우빈(본명 김현중·24)이 웃으며 말했다.
그는 올해 KBS 드라마 '학교2013', SBS 드라마 '상속자들', 영화 '친구2'를 거치며 대세로 떠올랐다. "올해가 계사년(癸巳年)이었잖아요. 제가 뱀띠거든요. 그 기운을 받아서 원하는 일들 잘되길 소망했는데, 다 이뤄졌어요. 평생 못 잊을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연기자로 데뷔한 지 올해로 2년밖에 안 된 신인이지만, '물이 올랐다'는 평이 줄을 잇는다. 김은숙 작가가 "'신사의 품격' 때 연기를 워낙 잘해 꼭 다시 작업해보고 싶었다"고 밝혔을 정도. 그는 "연기 전에 그 인물의 일대기를 그려본다"고 했다. "소설을 쓰듯이 누가 언제 어디서 태어나, 어떤 과정을 거치며 살아왔을 것이라고 상상하면서 그 인물을 이해하는 거죠." '상속자들'의 호텔제우스 후계자 영도는 그렇게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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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빈은 “‘상속자들’ 끝나고 김은숙 작가님과 늦은 점심을 같이 하면서 ‘혼내실 거 혼내세요’라고 했는데 ‘없어, 잘했어’라고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고 말했다. 내년 계획을 묻자, “더 많은 광고”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김연정 객원기자
유급한 전학생 흥수(학교2013), '애비 없는' 깡패 성훈(친구2) 등 그가 맡았던 역할은 모두 거칠었다. 그는 "느낌이 강렬했던 만큼 걱정도 크다"고 털어놨다. "앞으로 안일하게 연기한다면 곧장 영도나 흥수·성훈이로 보일 거라는 걸 알아요. 매 작품 다른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요. 어려운 숙제지만, 잘 풀어내야죠."
배역과 달리, 학창시절 그는 유별난 반항아는 아니었다. 꿈도 확고했다. 패션 모델이었다. "외가 쪽 분들이 다 키가 커서 그런지, 저도 어려서 키가 컸어요. 어머니도 패션에 관심이 많으셨고 자연스레 패션 모델을 꿈꾸게 됐죠." 고1 때부터 가고 싶은 대학을 정해 매년 그 대학의 '패션 캠프'에 참가했다. 몸매를 만들기 위해 재즈댄스·발레까지 배웠고, 2010년엔 공부를 더 하고 싶어 전주대 공연엔터테인먼트학과에 다시 들어갔다.
모델이었던 그를 연기자로 돌려세운 건 연기선생님 문원주(33)씨다. "그전에 연기는 아예 꿈도 안 꿨어요. 근데 모델도 광고를 찍으려면 어느 정도 연기력이 필요하겠더라고요." 2010년 뒤늦게 연기를 배웠다. 연기하는 인물에 빙의돼, 스스로 '백문백답'을 해보거나 '일대기'를 작성해보는 것도 그때 처음 해봤다. 몰입하기 위해 머릿속에서 인물을 구체화하고, 그 뒤엔 몸으로 부딪친다. '친구2' 촬영 당시 울산 사투리를 익히려 곽 감독이 녹음해준 카세트테이프를 수도 없이 돌려 듣고, 울산 출신 배우 정수교(스님 역할)와 한방 쓰기를 자처한 건 그 단적인 예.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배워나가는 게 재밌어요. 모델을 꿈꿀 때의 설렘을 다시 얻었죠."
온종일 연기하는 자신을 생각하며 살고 있다는 그의 목표는 '좋은 배우'다. "스타보다 배우가 되고 싶어요. 사람들이 제 연기를 믿어주실 때부터 배우가 된다고 생각해요."
촬영이 시작되면 일주일간 한숨도 못 잘 때도 숱하지만 벌써부터 몸이 달아있다고 했다. "드라마 할 땐 '이거 끝나면 딱 두 달만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끝나니까 벌써 허전해요. 연기하고 싶습니다. 또 다른 모습 보여드려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