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변신
-황산 눈꽃 속에서-
운해(雲海)에 휘말려 오르내리는 준봉(峻峰)
절벽
절벽
절벽
솟구치다 떨어지는 천태만상(千態萬象)
인연이란 묘한 것이
밤사이 이 봉 저 봉에 하늘이 내려와
문득 하얀 너울로 나타나고 말았으니
오를 것도 없이 하얗게 사로잡힐
이런 만남이 시작되었구나
서늘한 빙정(氷晶)은 혼미한 가슴팍에 꽂혀
아!
이 요망할 마음 어찌할 바 없음을
고스란히 너의 하얀 치마폭에
엎질러버리고 말았으니
그 모습 들여다보노라면
하늘의 정녀(貞女)라도 만난 듯
두 눈은 부셔 살며시 떠 감기매
천지신명이 점지하실 때
순결한 목숨만 불어넣었을 게다
그걸 알지 못하는 이들이야 봉마다
이런저런 이름들을 붙여 보더라만
아서라
하얀 하늘과 합장하는
숙연한 모습이 네 이름인 것을
인연이란 묘한 것이
아!
이렇게 부르는 것만으로도 환희는 이느니
높을 것도 낮을 것도 없이
하얗게만 치켜 설지라./ 2005년 4월 황산에서
어제는 비가 내려 집에 들어앉아 카페 서핑을 했다. 캐나다에 거주한다는 회원이 나의 글에 댓글을 달았기에 화답하고, 그네의 글들을 찾아 읽어봤다. 북미의 로키산맥 자락에서 30년을 살았고, 로키 트래킹도 15년을 했다고 한다. 한반도에 사는 나로서는 사진들도 글도 참 부러웠다. 로키산맥은 4500킬로라 한다. 우리네의 태백산맥은 600킬로라던데, 그에 비하면 참 장대한 산맥이다. 물론 그걸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밟아 보지야 않았겠지만 15년 트래킹이라니! 그래서 부러웠다고 해본다.
여행을 하거나 산에 오른 뒤에는 사진이 남는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사진보다 글로 남기길 좋아한다. 그래서 백두산이나 한라산, 태백산 등등을 오른 뒤에 글로 남겼지만 중국의 황산이 장엄하다 하여 오래전에 답사한 뒤에 글 하나 남겼다. 그게 위의 '하얀 변신'이다.
2005년 이맘때쯤이었다. 날씨가 쾌청하리란 예보에 따라 글벗들과 함께 중국 황산에 오르기로 했다. 저녁나절에 도착해 숙소에 여장을 풀었다. 설레는 마음 달래며 첫밤을 보냈다. 이튿날 아침, 누구랄 것도 없이 서로 일찍 일어나 아침을 먹기도 전에 天氣부터 살펴봤다. 쾌청한 날씨였다. 검푸른 산 봉우리들이 가까이서 멀리서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웬걸, 어디선가부터 안개 피어오르며 싸늘한 바람이 휘감더니 온 산은 선경에 잠기기 시작했다.
갑자기 미끄러워진 계단을 조심조심 살피며 산에 올랐다. 멀리 있는 준봉들은 보이지 않고 발아래 봉우리들만 눈에 들어왔다. 나뭇가지마다 온통 설화(雪花)가 피어올라 장관을 이뤘다. 가도 가도, 오르고 내려도 하얀 상고대들 뿐이었다. 황산은 우리네 설악산의 몇 배 크기라던가. 그 산봉우리 하나 올라보고 황산을 적어봤다. 이름하여 '하얀 변신'. 자연은 장엄하고도 장대하다. 그 끝자락이나 기슭을 밟아보고 우린 몇 배로 크게 감동한다. 마치 좁은 가슴에 모두 품은 양 말이다.
첫댓글 자연은 늘 우리에게 경이로움을 선물하는 것 같습니다.
설화가 만들어낸 '하얀 변신' 잘 감상했습니다.
선배님 건필하세요...
자연은 기류 변화로 경이를 만들어 내기도 하는데
우린 기류변화로 좌우로 흔들리기만 할 뿐이네요.
캐나다로키는 가봤는데 중국 황산은 못가봤습니다
대신 중국 화산과 태백산은 가봤는데 정말 사람이 많고
장대한 스케일에 대륙은 대륙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산행전문가가 황산을 못가보셨군요.ㅎ
저는 글감을 찾아 산을 찾았는데요
도교의 중심지라는 청성산과 불교의 성지라는 아미산을 가봤지만
양사언의 그 태산이 가보고싶었는데 못갔네요.
ㅎㅎ삶의 이야기 방에도 제이름 불러주시고 ㅎ
한국의 꽃피는 봄소식 풍경을 구경하다
오늘 록키동네의 3월 눈꽃풍경을 하얗게 핀 벚꽃으로 상상하며~ㅎ
밝고 행복한 마음으로 바라보고자해요
투덜댄다고 눈꽃이 벚꽃으로 바뀌지 않을거니~
현 -7도이지만 춥지않고
내일 화사한 햇살이 록키산에 몇미터 쌓인 눈도 녹게되니까요
다음주엔 어디로 눈밭을 걸으러 가볼까하고 트레일을 검색하는 시간도
록키 품속을 걸을때의 느낌처럼 즐겁고 행복합니다
시니어의 즐거움이 이만하면 이 세상 행복중 큰행복 아니겠나요ㅎ
볼수있고 걸을수있고 좋은 음악 들을수있는 모두가
살아있음으로 가질수있는 행복이니 숨쉬는게 감사이며 Life is Beautiful !!!
겨울이 긴 동네이기에 옴츠리고 생활하는줄 알았는데
15여년 록키사랑에 빠져보니
겨울록키 눈길 걷는 재미가 봄꽃보는 만큼 흥미있고 재미있다는걸 알았어요
영하20도에도 시니어도 록키산하이킹을 할수있는 환경이니까요ㅎ
황산에서 보신 운해의 변신에 감탄하신 느낌에 동참하다보니
제 눈앞에 있는 록키가 든든하고 멋져서 당장 눈산걸으러 가고싶어집니다ㅎ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23년11월.2300m에서,록키와 낮달 쫓아 절벽위 걷는친구)
긴글로 화답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말씀하신대로 록키는 서양분위기일 것 같고
황산은 우리네 설악과 같은 동양풍이라 할까요?
서로 극명하게 대비된다 하겠습니다.
석촌님 께서도 황산을 다녀오셨군요
저도 며칠전 카페 정기산행방 에서 다녀왔는데
정상에 오늘수록 운무가 펼쳐져 장관 이였어요
석촌님 글이 더 장관 이네요
마치 황산에 있는것 같아요♡♡♡
수필방에서 글을 읽고 알았어요.
황산이 운무에 쌓여서 보기 어렵대요.
저는 운좋게도 쾌청한 날씨에 상고대 핀 황산을 봤다네요.
"인연이란 묘한 것
부르는 것만으로도 환희가 이느니"
황산에서 쓰신 글귀가 가슴으로 와 닿는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
네에 고마워요.
글로 그 정경을 느끼며 대리 만족 하기로 앞으로 절대 못갈 산이라 늘 이렇게 여행기나 읽으며 삽니다 과거에도 현재도
운선님은 삼십년 넘게 그런 정경 속에 살지 않나요?
봄 설악에 겨울의 소양강 상고대를 얹으면 눈꽃황산이 되니까요.ㅎ
아 산에 다녀온 애기를 썼군요
네에.
중국의 황산은 티브이에서만 시청했는데
내 생애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산입니다.
네에 그것도 좋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