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마지막날이자 일요일인 오늘은 어디갈까 하다 아내의 고향 서산 용현계곡에 가서
어죽이나 먹자 하여 함께 출발하였다. 용현계곡 일명 강댕이골과 나의 첫만남은 92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 나는 영월역에서 기차를 타고 제천역까지 가서 충북선으로
갈아타고 조치원역까지 왔었다. 조치원역에서 서산 마애삼존불이 있는 동내까지는 버스를
몇번 갈아타서 영월에서 출발한지 5시간만에 도착했다. 그리고 미래의 처가집에 가서 그곳에서
만난 장인 장모님, 그리고 처삼촌과 80이 넘으신 처할머니와 함께 강댕이골로 가서
계곡에 솣단지 걸고 끓인 어죽이란것을 처음 먹어봤다.
맵고 짠 국물에 국수와 밥알이 섞인 걸쭉한 맛인데 솔찍이 그때는 무슨 맛인줄 몰랐다
나보다 네살 많으신 당당한 체격의 처삼촌이 연거푸 따라준 술을 알딸딸하게 마시고
다시 어떻게 5시간이 걸려 영월까지 가게되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그후 처갓집에 가면 점심은 으레히 강댕이골에 가서 어죽을 먹게 되었다
오늘은 아내와 강댕이골 어죽집에서 어죽을 먹고 인근 마애삼존불까지 걸었다
마애삼존불은 일명 백제의 미소 또는 천년의 미소라고 불릴만큼 신비로운 불상의 미소로
유명하다. 특히 해질녁 노을에 비친 마애불의 미소는 불가사의 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아내는 결혼전 자신의 할머니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는데 그분은 비록 서산 두메산골에서
나고 평생을 그곳에서만 사셨지만 정말 부처님 같이 모든 것을 품어주셨다 한다
결혼후 처가집에 갈때 의레히 아내와 인근에 사시는 할머니를 찾아 뵈었는데
그때마다 인자한 미소와 함께 벽장에서 항상 곶감이나 호도 등을 꺼내주셨다
나는 아버지가 이북에서 단신 월남하셨기에 친할머니를 뵌적이 없다
그래서인지 언제나 따스하게 맞아주시는 그분이 꼭 나의 할머니 같으셨다
8남매의 아들딸과 수십명의 손자손녀들을 사랑으로 품어주신 할머니는 20여년전
92세의 연세로 돌아가셨고 모든 사람들이 그분의 죽음을 슬퍼했었다
그후 용현계곡의 마애삼존불을 볼때마다 늘 인자하셨던 그분의 미소가 생각난다
첫댓글 저는 늦가을에 다녀왔답니다
마애삼존불의 미소가 인상적인게 생각나네요
그러시군요
저는 처가집이 그근처에 있어서 갈때마다
강댕이골에서 어죽을 먹고 마애삼존불을 뵙고 온답니다 ^^
아직까지 어죽은 먹어보지 못했어요.
어떤 맛인지 궁금하긴 하네요.
리진님 반갑습니다
저도 서울이나 강원도에 살때는 어죽을 먹어본적이 없습니다
민물고기를 갈아서 빨간국물에 쌀과 국수를 섞어서 펄펄 끓인것으로
아마 충남 특유의 향토음식같은데 먹을수록 깊은 맛이 느껴집니다
부처님
미소가 가히
천년 미소라 할만 합니다
국사책에 나오는
서산 마애 삼존불
그 아래
수선화 처럼
아름답습니다
매방산님 반갑습니다
서산 마애삼존불상은 다른 불상과 달리
현지인들의 얼굴을 닮았습니다
삼존불옆 고란사에 작은 밭에 수선화가
마치 백제인의 미소처럼 많이 피어있었습니다
영월역에서 제천역까지, 그리고 제천역에서
충북선 타고 조치원역까지 가셨군요.
저는 청주에 살 때 오근장역에서
충북선 타고 대전까지 갔었답니다.
경부선은 늘 시끌벅적한 느낌이었다면
충북선은 조용하고 한산해서
잠시 동안의 기차여행이 즐거웠답니다.
강대이골 어죽과 마애삼존불을
닮은 처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참
아름답게 느껴지고요.
글 잘 읽었습니다.
이베리아님 반갑습니다
청주에 사셨군요 제 외할아버지 고향이 청원군 가덕면이고
이모가 청원군 북일면에 사셔서 방학때 놀러간 적이 있습니다
충북선은 그때 처음 타봤는데 정말 한적했었지요
할머니는 젊은 시절부터 마애삼존불에 불공을 드렸고 아내도 어릴때 할머니손을 잡고
마애삼존불을 많이 갔었다 합니다. 처할머니는 오랜세월을 삼존불과 함께 보내셔서
그미소를 닮게 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고향과 가족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소중한 추억이네요.
마매삼존불과 할머니의 인자한 미소가 느껴집니다.
선배님 반갑습니다
친척이 없는 저희 집과 달리 처가는 형제가 많았고
할머니께서는 오랜세월을 삼존불에 불공드리러 다니셔서
그미소를 닮게 되신것 같습니다
마애삼존불의 신비한 미소.
잘 보고 갑니다.
박시인님 반갑습니다
다른 불상들은 인도나 서역인들의 모습을 닮았는데
서산 마애삼존불은 코도 넙적하고 백제인 즉 충청인의 미소를
많이 닮은것 같습니다
어죽 참 많이 끓였지요 홀아비 집에 놀러오는 동네 아저씨들 미꾸라지 피래미 끓여 걸르지도 않고 파와 밀가루 수제비 뜯고 고추장 풀어 뜨거운 볕아래서 훌훌 퍼 넣던 그 정경이 선합니다 한 주먹 생선에 밀가루 범벅으로 한 솥 끓여 어죽이라고 ㅎㅎ
그산님 저는 한국사 공부 하면서 서산 마애삼존불 자세히 봤습니다 진짜 푸근한 형상입니다 늘 우리들 삶에 가까운 글 다정하게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운선작가님 반갑습니다
충남외에는 어죽을 볼수 없는데 정확히 알고 계시네요
요즘 어죽들은 민물고기는 별로 보이지 않고 고추장과 양념만 잔뜩 풀어넣는것 같습니다
서산마애삼존불은 다른 불상과 달리 한국인의 얼굴을 하고 있어 정답게 느껴집니다
늘 따스한 댓글 주셔서 감사드리고 행복한 한주 보내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