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12.30 16:26 | 수정 : 2013.12.30 23:00
김무성, 박기춘의 숨막히는 막후협상, 노조위원장도 결국 합의
철도파업 철회를 위한 여야 협상은 당대표나 원내대표 등의 공식 라인이 아닌 비공식 라인으로 이뤄졌다.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과 민주당 박기춘 사무총장이 주도한 막후협상으로 진행된 것이다. 왜 여야 지도부가 아니라 ‘김무성-박기춘 라인’이 나섰을까.
여당 원내대표, 야당 원내수석부대표 하며 신뢰 쌓아
막후협상을 재구성하기 전에 김무성과 박기춘의 관계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두 사람의 인연이 이번 물밑협상 타결에 중요한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김 의원이 2010년5월부터 2011년5월까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할 때 박 의원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았다. 두 사람은 이 때 원내 일을 하면서 상당한 신뢰를 쌓았다고 한다.
김 의원은 박 의원에 대해 평소 “1년 이상 같이 일을 하면서 대화를 많이 해보니까 합리적이고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이더라”고 말했다고 한다. 특히 당시 한나라당 김 의원과 이군현 원내수석부대표,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박 의원 등 원내대표단 네 사람이 비공개로 자주 술도 마셨다고 한다.
김 의원 측근은 “당시 네 사람이 술자리 등도 자주 가지며 얘기를 아주 많이 했다. 그때 인간적 신뢰가 꽤 쌓였다”고 했다. 이 때 이후로 김 의원과 박 의원은 ‘형님’ ‘동생’ 하는 사이다. 1951년생으로 62세인 김 의원이 박 의원보다 5살 많다.
더구나 19대 국회 들어서 김 의원과 박 의원 모두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 국토교통위는 코레일을 관장하는 상임위이다. 김 의원 측근은 “이번 철도파업 사태가 터지면서 두 사람이 상임위에서 평소 얘기도 많이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
-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왼쪽)과 박기춘 민주당 사무총장이 30일 국회 정론관에서 철도파업 철회를 위한 합의 사항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스1
박기춘 연락 받은 김무성 “해보자”, 부산에서 상경두 사람의 이런 관계를 염두에 두고 코레일 관련 막후협상이 숨가쁘게 진행됐던 29일로 가보자.
일요일인 29일 오전 박 의원은 김한길 민주당 대표를 만난다. 이 자리에서 박 의원은 김 대표에게 “철도파업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선 강대강(强對强)으로 치달아선 안된다. 누군가 물밑협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대표는 박 의원에게 “당신이 한번 해보라”고 한다.
박 의원은 이어 민주당사에 와 있던 최은철 철도노조 사무처장과 대화를 한다. 박 의원은 “정부는 수서발 KTX 법인 면허취소는 절대 안할 것이다. 정부가 받지 못하는 무리한 요구 대신 가능성 있는 요구를 하라”고 최 처장을 설득한다. 대화 끝에 박 의원은 합의안 가안을 마련했다. ‘국회 국토교통위 산하에 철도산업발전 소위 구성시 파업을 철회한다’는 게 큰틀의 합의안이었다.
박 의원은 이를 들고 여당과 협상에 들어간다. 이때가 오후2시에서 4시 사이다. 먼저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김기현 정책위의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난색을 표했다. 새누리당 국회 국토위 간사인 강석호 의원에게도 연락했다. 강 의원도 난색을 표했다. 협상은 진전을 보지 못했다.
결국 박 의원은 김 의원에게 연락한다. 오후 4시쯤이다. 박 의원은 “가능하면 새누리당 공식 라인을 통하려고 했지만 난색을 표하는 바람에 김 의원에게 연락했다. 가장 얘기가 잘 통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또 철도노조 측이 합의사항을 담보할 수 있는 여당 측의 신뢰할 만한 인물을 요구했다고 한다. 박 의원은 공식 라인이 안되자 김 의원을 추천했고, 철도노조 측도 “김 의원 정도의 정치적 무게라면 믿을 수 있다”고 해 협상이 성사됐다.
박 의원에게 협상 내용을 들은 김 의원은 해볼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지역구인 부산에 머무르던 김 의원은 급히 상경했다. KTX 열차를 타고 올라오면서 화장실에서 전화통화를 하며 협상 내용을 조율했다. 오후9시쯤 김 의원과 박 의원은 국회의원 회관 박 의원 방에서 만났다. 본격적인 합의안 조율이 시작됐다. 이때부터 김 의원이 바빠졌다. 그는 우선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에게 상황을 전하고 긍정적인 반응을 받아냈다. 박 의원도 김한길 대표에게 상황을 전하며 오케이 사인을 받았다.
김무성 조원동 통해 청와대와 조율, 김기춘에게도 연락 시도더 중요한 것은 청와대였다. 김 의원은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전화를 했다. 조율 과정에서 청와대도 긍정적 신호를 보내왔다. 김 의원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에게도 전화를 했다. 김 실장과는 연결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김 의원은 조 수석을 통해 “김기춘 실장에게도 얘기가 됐고, 대통령도 동의하시는 것으로 파악됐다”는 의사를 전달받았다. 박근혜 대통령도 합의 내용을 승인한 셈이다. 김 의원은 협상이 끝난 뒤 “손 놓고 있으면 철도파업은 내년까지 가고, 그러면 예산안 연내 처리는 어렵게 된다고 청와대를 설득했다”고 전했다.
협상 조율을 마친 김 의원과 박 의원은 밤 11시30분쯤 철도노조 김명환 위원장이 있는 민주노총 본부로 향한다. 김명환 위원장과 함께 합의문에 서명하기 위해서였다. 김 의원이 “김명환 위원장의 서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협상 과정에서 대리 서명도 거론됐지만 김 의원이 ‘직접 서명’을 강조했다. 박 의원은 이런 상황을 철도노조 측에 전했고 김명환 위원장은 “김 의원과 박 의원이 같이 오면 서명하겠다”고 했다.
-
- 여야와 철도노조가 합의한 파업철회 합의문./전기병기자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 직접 서명받기 위해 ‘007 작전’이때 007작전을 방불케하는 일종의 ‘작전’이 벌어진다.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본부 건물 앞에는 취재진이 상당수 대기 중이었다. 김 의원과 박 의원은 취재진의 눈길을 피하기 위해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잠시 풀어준 틈을 타 차량을 출입문 입구에 바짝 대고 신속하게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결국 한 취재진에게 박 의원의 모습이 ‘발각’ 됐다. “박기춘 의원 아냐?”는 말이 나왔고 취재진은 건물 정문 앞에 몰려들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간 두 의원은 김 위원장을 만나 합의문 내용을 확인시킨 뒤 합의문에 서명했다. 합의문에 서명한 뒤 김 위원장은 눈물을 글썽거린 것으로 알려졌다. 두 의원에게 “고맙다”는 말도 했다. 김 위원장의 제안으로 세 사람은 휴대전화로 사진촬영도 했다. 이때가 30일 0시5분쯤이었다.
합의문 서명을 마친 두 의원이 밖으로 나오는 과정에서도 ‘작전’이 펼쳐졌다. 파업철회가 실현될때까지는 보안을 지키는게 필요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취재진을 피하기 위해 13층에서 8층까지 계단으로 내려간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까지 이동했다. 이후 경찰이 막아 놓은 차단막(셔터)을 조금만 열고 ‘낮은 포복’ 자세로 건물을 빠져나와 차량에 올랐다.
두 사람은 30일 오전 9시 각각 당에 합의내용을 전하고 추인을 받은 뒤 오전11시에 이를 공식 발표했다. 철도노조도 파업철회 방침을 밝혔다. 역대 최장(最長) 인 22일간의 철도파업은 이렇게 끝났다. 김 의원은 “어려운 일이 원만한 합의를 보게 된 것은 박 의원 역할이 컸다”고 했다.
이면(裏面) 합의 없었나… 새누리당 일부 최고위원은 문제제기철도노조 파업 철회가 극적으로 합의되면서 혹 이면(裏面) 합의는 없었는가에 대한 궁금증도 나온다. 노조가 파업 철회 조건으로 국회 철도발전 소위 외에 ‘불법 파업 참여자 징계 최소화’ 등의 다른 조건을 요구한 것은 없었는지에 대한 의혹이다.
주요 당직을 맡고 있는 새누리당 한 의원은 “파업 철회 조건으로 노조의 다른 요구 조건을 덜컥 수용해준 것 아니냐는 우려와 걱정의 시각이 일부에서 있기는 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현재로선 이면 합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철도노조의 파업 동력이 떨어지고 있었는데 괜한 퇴로를 열어 준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정치권이 오랜만에 역할을 했다는 인식이 많다는 것이다.
실제 김 의원이 철도노조와의 합의 내용을 30일 오전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일부 최고위원들은 문제 제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노조를 어떻게 믿느냐” “청와대와 상의를 한 것이냐”는 등의 말이 나왔다. 이에 황우여 대표가 나서 해명했다고 한다.
당사자인 김 의원은 합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이면 합의가 있었는지에 대한 물음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다만 “애초 철도노조 측에서 박기춘 의원에게 징계 해제를 요구한 것으로 안다. 박 의원이 그런 문제를 언급하길래 내가 ‘그렇게 할거면 안한다’고 일축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의 이런 반응을 전해 들은 철도노조 측은 실제 협상 과정에서는 징계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박 의원은 “정말 조건 없이 대화 했다. 합의과정에서 철도노조에서 징계를 풀어달라는 얘기는 하지 않아서 놀랐다”고 했다.
김무성은 보수에게 을사오적과 같다.
첫댓글 김무성 미친새끼, 수배중이며 도망다니는 노조놈과 합의를 했다는 것이 정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