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최근 야당 대표가 던진 출사표를 '먹사니즘'으로 줄여 해석하는 평론가들입니다.
‘먹고사는 게 최고 가치’라는 뜻의 조어 ‘먹고사니즘’은 2000년대부터 쓰여졌는데요.
외환위기 이후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현실을 반영했습니다.
하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먹는 것을 앞세우는 건 손가락질의 대상이었거든요.
존 스튜어트 밀은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고 했고
“사람은 빵만으로 사는 게 아니다”라는 예수의 말씀도 지식인들이 곧잘 인용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특히 진보 진영은 먹고사니즘을 정의, 민주 등의 가치는 외면하고 천박한 욕망을 좇는 현상이라 봤거든요.
2007년 경제인 출신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 진보의 먹고사니즘 비판이 본격화했습니다.
대표적인 이가 조국 전 서울대 교수(현, 조국혁신당 의원)입니다.
조 의원은 2010년대 초 각종 저서에서
“사회가 ‘먹고사니즘’이라는 한국 특유의 보수주의에 빠졌다”고 진단했습니다.
‘먹고사니즘=배금주의’라고 비판했고
“주권자가 먹고사니즘에 빠져 있다면 국민은 영원히 삼성왕국의 신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 그가 가족의 ‘먹고사니즘’을 위해 누구보다 앞장섰음이 후일 드러나긴 했지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도
“먹고사니즘에 중독된 어른들에 의해 젊은이들은 스펙에 갇히고 정해진 길로 내몰린다”고
자서전에서 (‘원순씨를 빌려드립니다’)에 적었습니다.
기이하게 최근 들어서야 진보의 시각이 바뀌고 있나 봅니다.
2021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서 박용진 후보는 “내 철학은 먹고사니즘”이라고 말했고요.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는 지난 10일 대표직 연임 도전을 선언하며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먹사니즘’이 유일한 이데올로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거든요.
잘 알려진 ‘먹고사니즘’을 ‘먹사니즘’으로 줄여 쓴 게 이채롭긴 합니다.
자신의 브랜드로 만들 속셈 아닌가 싶습니다.
어쨌든 이념보다 민생에 초점을 두는 자세는 보기 좋네요.
다만 먹사니즘을 외치면서 입법 무대인 국회를 탄핵과 정쟁의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으니
조금 이율배반적으로 읽힙니다.
국민의 먹사니즘을 실현하기 위해 국회에서 무엇을 해야할지 스스로 깨달았기를 바랍니다.
주변에서 ‘여의도 대통령’이라 일컫는 것에 우쭐할 일만은 아닐 겁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