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의 터널
- 이은규
통증을 곁에 두고 보다가
늦은 진단을 받았다
몸이 마음에게 보내는 어려운 안부
손목터널증후군
손목의 뼈와 인대 사이에 난 통로
같은 방향을 향해 한 줄기 신경이 지나가는 길
모든 증후군은
여러 개의 증상이 하나의 병으로 연결되지만
그 까닭을 알 수 없을 때 이름 지어진다
나는 터널처럼 외로웠다는
철도원이 아들이었던 한 시인의 문장
그는 어릴 적, 터널을 바라보며
오래 기다리는 법을 익혔을 것이다
한 손목이
뿌리침으로 인사를 마치고 돌아갈 때
남겨진 손목에 생긴 터널
텅 빈
통증 사이로 드나드는 바람
끝나지 않을 듯 긴 터널을 통과하는 불안이다
어두운 조명 속으로 흩어지는 말들
-시집『다정한 호칭』(문학동네, 2012)
*******************************************************************************************
장맛비가 잠시 그친 사이, 후텁지근함을 덜어버리려고 이발관에 갔습니다
3주만에 다시 찾은 곳에서 낯익은 이용원이 안부를 물어왔습니다
손목 깁스를 한채로 찾았을 때, 두어번 더 머리를 감겨주더니만...
아직 손목 힘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투덜대면서 지긋이 눈을 감았습니다
지금 한일관계는 끝모를 터널에 들어선 채로 달려가고 있나 봅니다
언젠가는 환한 출구가 보이겠지만, 아직은 그저 어둠 뿐입니다
엎친 데 겹친 격으로 주변국가의 무력 시위도 잇달으니 걱정이 큽니다
불안이 아지랑이처런 스물거립니다만, 이 통증을 잘 견디면 서늘한 가을이 찾아오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