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방에 올리려다가, 그냥 우리 일상에서 생길 수 있는 애피소드라 "비슷한 경험"을 바탕으로 재밌게
엮어 봤다. 4월의 첫 날...나른한 오후 차 한잔 마시며 얼굴 근육 한 번 풀어 보시길 바라며...^^
얼마 전 대학 동창들과 종로에서 술자리 모임을 끝내고 늦은 시간에 집으로 가는 전철을 탔을 때의
일이다.
10시가 넘은 시각, 전철이 멈추고 올라 타는 순간, 마침 빈 자리가 하나 보여 앉으려는 데...
한 여인이 잽싸게 먼저 앉는 게 아닌가.
쉰 초반쯤 됐을까...새치기 잘 하는 여자치곤, 제밥 반듯한 외모다.
양보한 샘 치며 곧 빈 자리가 나올 거로 생각하고 "그녀 앞에 서서" 가게 됐다.
핸드폰으로 뉴스 검색하며 한 정거장 지날 즈음, 왠지 그녀가 "날 자주 훔쳐보는 느낌"이 들었다.
뉴스 보다가 슬쩍 그녀를 몰래 쳐다보는데, 헉...그녀가 날 보고 "야릇한 미소"를 짓는 게 아닌가.
아...이 놈의 인기는 어딜 가나 그칠 줄 모른다니까...ㅋㅋ(내 단점:평소 오버(착각)를 잘 함)
제법 탄탄하고 균형 잡힌 신체에 단정한 양복차림의 중년 남자라 그녀의 호기심이 발동했나 싶었다.
그렇게 흐뭇한 망상을 즐기는 데....그 순간.
헐~ 그녀가 자기 핸드폰을 내게 슬쩍 내민다. 그러고는 "금방 원위치"로 되돌린다.
뭐야...핸폰 번호를 달라는 신호인가.
아...어떡할까...갑자기 "대쉬 본능"이 꿈틀거리며, 같이 내려 맥주라도 한 잔 하자고 건네볼까...
아님, 커피라도 한 잔 하자고 해볼까.
순간, 잠시 혼란스러운 마음을 가다듬고 차분하게 그녀를 바라보는데, 또 그녀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이젠 아예 "어떻게 좀 해봐라"...라는 듯 간절한 미소를 띄우는 게 아닌가.
그래..."인연은 만나는 게 아니라 만드는 것"이라는 평소 지론대로 술기운을 빌어 그녀에게 "차 한 잔
하자고" 바짝 다가서 속삭이려 하는 순간....
허걱!...그녀가 핸드폰을 "내 코 앞에" 바짝 갖다 대는데...
화면 메모칸에 이렇게 썼더라.
......
......
......
....
우~왕 !!!!....
잽싸게 지퍼를 올리며 도저히 그녀 앞에 서서 가기 쪽 팔려 그녀가 보이지 않는 저 멀리 경로석
쪽으로 미끄러지듯 자리를 옮겼다. 휴우~....
바지 지퍼 내리고, 맥주 묵자고 말했다간 귓 방망이 한 방 맞지 않았을까 싶었다...ㅎㅎ
그렇게 후끈했던 열기가 가라앉으며, "경로석 앞"으로 자리를 잡고 "서서 가는 중"이었다
다음 역에서 한 여인이 들어서며 내 옆에 자리를 잡고 서서 핸드폰을 꺼내 키득거리는데, 누군가와 톡을
나누는 모양이다.
마흔 중반 정도에 뺀질한 외모와 똥꼬 치마, 야한 옷차림, 진한 화장에 술도 한잔 걸친 듯했는데, 술집
도우미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가끔 핸드폰을 보고 킥킥거리는데, 숨을 내쉴 땐 "역겨운 술 냄새"에 내가 인상을 좀 찌푸렸나 보다.
그러자 그녀는 옆 눈으로 날 째려보더니 "별꼴이야" 하는 표정으로 눈을 흘기며 또다시 핸드폰에 빠진다.
그리고 5분 쯤 지났을까...
갑자기 역하고 "찐한 방귀 냄새"에 속이 막 울렁거릴 정도였다.
어...그런데 그녀의 행동에 기가 막힌 상황이 벌어졌다.
손으로 자기 코를 부채질하며 나를 째려보는 그녀.
순간 경로석에 앉아 있던 할머니들이 범인 취급하듯 일제히 날 올려다보는 게 아닌가.
헐~~
그 냄새가 퍼지기 직전 약간 움찔했던 그녀가 분명 범인으로 확신했는데...
날 지목하며 몰상식한 아저씨로 몰아세우는 그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앙큼한 그녀에게 한 마디 쏘아붙이려는 순간...
막 정차한 역에서 쏜살같이 하차 문으로 빠져나가는 게 아닌가.
그리고 더 기가 막힌 건...
하차 문이 닫히는 것과 동시에 문밖으로 나갔던 그녀가 날 향해 똥꼬 치마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혀를 날름 내밀고 가운데 손가락까지 치켜세우고 "엿 먹어라"는 듯 고소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깔깔깔 웃고 있는 게 아닌가.
아...당장 쫓아가 머리채 잡고, 귀싸대기 한방 올리고 싶었지만, 전철은 이미 스르르 출발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끝까지 지켜본 할머니들이 붉그락푸르락 "죽상이 된 내 얼굴"을 몰래 훔쳐보며 킥킥거리는데
왠지 할머니들마저 밉게 느껴졌다.
그리고는 열 받아 씩씩거리는 내 얼굴과 마주치자 금세 무슨 일이 있었냐는 표정으로 다들 미안한 듯
내 눈을 피하며 핸드폰을 꺼내 만지작거리는 할머니...
갑자기 핸드백을 열고 딴 청을 부리는 할머니...그 모습을 보며 나이 드신 분들의 소박한 모습에
그냥 맘이 누그러진다.
목적지에 도착해 전철역 출구로 올라왔는데 늦은 밤 추위에도...등짝이며 이마엔 땀이 흥건한
기분이었다.
홀로 생활에 항상 적적했던 마음이 비록, 후끈한 일이 있었던 전철 안 이었지만...
다양한 사람들로 북적거리며, 바로 코앞에서 맡아볼 수 있었던 사람 냄새에 "찐한 삶의 향기"를 느낄 수
있어 기분은 상큼하게 느껴진 하루였다.~~
글 읽으신 모든 분들의 화끈하고 건강한 4월 시작하시길 바라며...^^
첫댓글 새로운 느낌의 경험입니다
저도 요즘 자크에 신경을 씁니다
특히 직장에서는 많은 분을 상대하다보니 그리고 나이들면 무신경해지네요
독까스 사건은 너무하네요
범인은 따로있는데 억울한 누명까지
4월 첫날 즐겁게 웃을수 있어 좋네요
감사합니다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영국의 유명한 시인 엘리엇이 말했지만...
그 분은 한국에 안 살아 우리와는 상관 없는 말이란 걸 알았습니다.
오늘 탄천엔 벚꽃,개나리가 막 피기 시작했네요.
우리나라의 4월은 잔인함과 전혀 관계없는, 너무 아름다운 달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무거운 얘기보단, 흥미로운 재밌는 얘기로 4월 첫 날을
시작해 보고 싶어 올려 봤습니다.
건강하시고 멋진 4월 보내시길 바랍니다..^^
@세븐힐스 멋진 4월이 될겁니다
산과들은 온통 아름다움으로 덮혀 있습니다
컬투쑈에서 들은
비슷한 내용들이지만
재미나게 읽었어요 ㅋ
온갖 봄 꽃이 활짝 피는 아름다운 4월...
왠지 정아 님은 4월을 무척 닮은 듯 느껴지네요...ㅎㅎ
고운 마음, 우아한 모습이 연상 돼 참 좋습니다.
아름다운 4월 맞으시길...^^
마이산이아니라 칠봉산,
앞으로도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무지막지 쏟아질것같습니다.
삶의방의 기대감 한쪽을 담당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을 올린 의미를 제대로 아시는 로빈2 님의 "날카로운 시선"에
경의를 표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람 많은 곳엔 늘 이야기 거리가 있지요 그걸 글로
표현하려면 그것도 재미있게 쓰시는 재주가 아주 좋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글 읽어 주시는 분들이 잠깐이나마 미소 한 번 지을 수
있다면, 글 쓴 보람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멋진 4월이 펼쳐지시길 바랍니다...^^
이건 픽션인가요?
비슷한 경험을 토대로 픽션을 섞어 엮었습니다.
밋밋한 내용이면, 읽는 분들이 식상해 할까 봐, 단순히 흥미롭게
읽히고 싶었습니다...^^
가급적 픽션은 자제하려 합니다...
와 방귀녀 쎈스 있네요
한방 먹으셨군요 ㅋ
방귀녀...ㅋㅋ
표현이 직입니다....하하하~
한 방 먹었어도, 사람들 살아가는 모습에 훈훈한 기분도
들었어요.
절간 같은 동네에 살다가 모처럼 종로까지 콧 바람 쐬러
댕겨온 후 밥맛이 좋아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