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핸드폰이 아직도 폴더인 2G폰이다.
만나는 사람들 모두 "아직도 폴더폰을 쓰냐"며 핀잔도 격려도 하지만,
대다수는 핀잔을 한다. 해명한다고 하지만 난 내 핸드폰이 좋다.
난 우선 부지런하다, 2G폰을 쓸려면 약속장소나, 혹은 내가 가려는 곳을
미리 사무실에 있는 컴퓨터로 가야할 장소를 찾아서 최적의 길을 찾곤 한다.
비위도 좋고, 활달한 덕에 지나가는 아무나 붙잡고, 묻기도 잘 한다.
그건 내가 가진 내 홀륭한 장점이기도 하다.
지난 토요일이였다.
한마음모임이라고,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는 다르지만 현재는 7명이
두달에 한번은 별일이 없으면 늘 만난다. 이렇게라도 약속을 잡아야
멀리 있는 친구들을, 그의 아내들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 된다.
그날도 예외없이 모임이 있고, 창진이가 청라지구의 아파트로 새로 이사를
했다며 집들이겸 맛집을 골라서 저녁을 아주 즐겁게 하는 일이였다.
토요일도 사무실에 나오는 난 청소도 하고, 한주간 일을 정리도 하며,
오후에 범선이를 송내역에서 만나기로 했으니 시간이 좀 남아서
집을 간다. 아이들만 있는 집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는, 잠시 낮잠을 청한다.
"이크~너무잤네" 하며 소스랏치게 놀라서 시간을 보니, 서둘려야 했다.
신도림역을 향해가고, 지하철을 잘 찾아서 급행열차를 타고서야,
"아~~~ 핸드폰을 피아노 위에 놓고 나왔네"
되돌아 가기에는 넘 멀리왔고, 이제 어떻게 하나 고민된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범선이와 약속한 장소는 명확하지 않고,
송내역에서 5시 10분에 출발 한다고만 연락이 왔기에 내려서
전화를 하기로 했다만, 전화기를 못챙기는 바람에 범선이 전화번호를 모른다.
요즘 누구나 그렇듯이 머리를 쓰지 않고, 왠만하면 버튼을 누르거나
이름으로 찾기에 굳이 번호를 외우지는 않는다.
송내역에서 내려서 전화를 찾아야 한다. 공중전화를~
자주가는 곳이 아니여서 역무원들이 머무는 곳을 찾아서
"혹시 이곳에 공중전화가 어디에 있나요?" 물으니
그들도 선뜻 답변을 못하고, 그중 젊은 분이 매점 옆에 있다고 알려준다.
매점 옆에 공중전화가 있는데 카드는 안되고, 동전을 넣어야 한다,
1,000원짜리 지폐를 들고, 매점을 들어가
"전화를 할려고하는데, 동전 좀 바꿔 주십시요" 했더니 난감해 하면서
난 더 불쌍한 얼굴로 "죄송하다"고 재차 이야기를 하니 마지못해 바꿔준다.
수화기를 들고, 100원동전을 넣으니 신호가 간다.
"응 아빠 전화기 놓고 갔네"
"공주님 아빠가 송내역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는데, 김범선을 찾아서 번호 좀 적어놔,
다시 전화할께"
"넹" 그리곤 가방에서 수첩과 볼팬을 꺼내서 메모 준비를 마치고,
5분 정도 있다가 다시 전화를 하니, 바로 번호를 알려준다.
"범선아, 나 용섭인데 핸드폰을 놓고 나왔어, 송내역인데,남부쪽으로 나가면 되지."
"그래 나도 준비하고 바로 나갈께,10분정도만 기둘리면 될거야"
그렇게 역을 내려오니 일층 입구에도 쓰레기가 무성한 공중전화가 있는걸 발견한다.
기다리는 내내 공중전화기에 대한 애틋했던, 내 어린시절도 생각나고,
핸드폰이 없어서 당황했던 내가 우습기도 한다.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고 했덩가?"ㅎㅎㅎ
범선이와는 잘 만났고, 전화를 빌려서 혹시몰라 걱정하고 있을 아이에게
전화해서 잘 만났다고, 끝나고 집으로 갈께한다.ㅎ.
첫댓글 물걸레청소기 탓다. 이거 방송 보내고.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