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선거를 하고 점심 무렵 승용차로 2박3일 여행을 떠났다.
연휴가 시작되지만,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몰리는 휴일을 피해 앞 당겨
설악산을 목표로 동해안을 찾았다.
선거의 동향이 궁금하기는 했지만, 나는 누가 당선이 되는 가 보다
한국인들의 투표의 성향에 더 관심이 많았다.
그동안 실정과 독선으로 일관한 박근혜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의향,
그리고 세월호 침몰 사건 이후, 또 국민들의 충격과 정부의 무능과 교활한 기만의
위장술이 얼마 만큼 국민들의 정서에 영향을 미쳐 그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생각을
반추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과연 그들은 어떤 이성적 판단으로 선거에
임하게 될까, 나는 솔직히 그것이 무척 궁금해 졌다.
설악산 대명 리조트 델피노 디 동 DEL PINO-D에 체크인 하고,
속초 바닷가 대포항에서 생선회와 매운탕으로 저녁을 먹고,
다시 들어와 어느 정도 휴식을 한 후, 개표 방송을 시청했다.
새벽 1시무렵까지 시청하다 텔레비전을 끄고 잠을 청하기로 했지만,
야도 여촌의 선거결과는 휴가 다음날에야 보도를 통해 전해들을 수 있었다.
한국인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의식('민중 의식')을 크게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지역을 근거한 공고화된 가족중심의 집단 투표(이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는 한국 정치를 고질적으로 후퇴시키며, 후진성을 만 천하에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인
결과 그 자체였다. 다행스럽다는 생각은 이기적 집단적 계급화된 투표성향을 보였던
강남 3구(서초, 강남, 송파)의 투표결과와 투표의 질적 성향이 변화를 보여 주었다는
사실에 위안과 다소나마 긍정적인 일면을 보았다. 물론 여전히 강남 3구의 기초단체장인
구청장은 빨강의 새누리당이 여전히 독점한 채 유지하고 있지만, 강남 3구에서
박원순의 득표율이 정몽준과 대등하게 나왔다는 사실에서도 사실 나는 조금은 놀랍기
까지 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 정상적이지 못한 집단을 정상적인 집단으로 지지하는
수많은 한국인들을 바라보며, 그것은 결코 단순하게 결과적인 현상으로 풀이 할 수 없는
역사성을 그들에게서 읽어내고 있는 것이다.
사실 오늘의 혼란은 그 근원이 역사성에 기인하는 것이다.
국가의 도덕성을 어떤 지도자라 해도 주입하고 개조한다고 해서
국가의 국체를 유지하는 기풍으로 자리잡아, 정언적 명령의 원칙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 거대한 지배세력 카르텔의 형성의 배경에는 역사적 정당성의 결여와 결핍,
그리고 부정한 세력의 수혈과 결탁에 근거하는 것이므로, 그것을 초극하는 일은
결코 쉽고 간단 명료하지도 않다. 그렇다고 해서 역사를 거슬러 반민특위법을
소급하여, 오늘날 지배세력이 국부로 추앙하는 이승만을 협잡한 모리배요,
사기꾼이며, 배반을 일삼는 천하에 악당 중에 악당이라고 부관 참시를 한다면,
과연 재벌들과 친일파와 연계된 관료들이나 토호세력, 경찰, 군부, 검찰, 법원,
사회 각 계층에 독버섯처럼 연루되어 기생하는 그들 연관 세력들이 순순히
당하고만 있을 것인가. 참으로 천부당 만부당한 말이 되고 말 것이다.
이들을 처단하여 역사성을 지닌 국가의 도덕성을 새롭게 하려 했다면,
이미 해방후 수십만, 수백만을 처단했어야만 했다.
이것은 두고 두고, 한국의 정체에 근본적인 혼란과 혼동을 예고하는 일임에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미 해방 후 거의 70년 다 지나가는 마당에,
연계와 혼혈의 이들을 색출해 내는 일도 불가능할 것이며, 그렇게하기에는
이들의 세력의 크기와 힘이 대적해 낼 수 없을 지경이 되어 버렸지 않은가.
그것이 바로 선거의 결과가 말하고 있지 않은가.
서울로 돌아오는 길, 승용차 안에서도 내 옆의 함께 사는 희경에게도
말했듯이, 그나마 서울 시민들이 앞 장을 서준 것이 고맙고, 대견한 일이며,
위안이다. 또 사실 서울 시민들에게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모든이가 똑같이 한 마음이 된다는 것 자체도 이상한 일이지만, 또 그것은
아주 위험한 전체주의적인 발상이지만, 세월호가 우리의 눈 앞에서
서서히 침몰하는 장면을 바라보던 그 처참한 광경이 여전히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 한, 이럴 수는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다.
국가는 우리가 원하지 않게 폭력의 주체이기도 하지만, 또 국가는
우리와의 협약에 의해 생명과 재산을 지켜줄 가장 중요한 의무가
귀속되어 있는 것이다. 그것을 이행하지 않을 때 국가는 주권의 주체인
국민에 의해 거부되어지는 것이 국가와 국민간의 계약인 것이다.
여전히 선거 결과를 바라보며, 방송이나 언론에 전문가랍시고 나와서
국민이 절묘한 균형을 선택했다는 엉뚱한 말이나, 박근혜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었다는 아전인수격 정치평론으로 모든 시청자들을 기만하고 호도하는
세력들이 존재하는 한, 국민은 여전히 무명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다.
정직하게 말해, 그것은 국민의 의식이 교육 수준과 생활 수준, 그리고 나이 젊은
아직 순수한 젊은 층에서 장년과 노인층으로, 또 도시에서 시골 농촌으로 ,
이렇게 후진성을 고스란히 퇴영적 유산으로 간직한 지점으로 갈 수록
민주성도 함께 후진성을 면치 못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한국이란 나라의 아프고 슬픈 어두운 역사도 함께 구성되어 있는 점을
인정해야하는 것이다. 결코 박근혜가 대통령의 자격을 갖춰서 대통령이 된 것이
아니라고 언론이 말을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의 언론이나 진정한 참 지식인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오늘 여행에서 늦게 돌아 왔다.
운전하느라 피곤한 몸을 쉬고 나서 또 할 말을 계속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