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동경대생에게 들려준 한국사' 책은 저도 가지고 있는 책입니다. 시간이 없어서 한번 대강 읽고 치웠는데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근데 제가 안양사랑님보다 더 건성으로 읽었던 것인지 저는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뭐,,건성으로 읽지 않았다고 해도 제가 이런 논리구조를 읽어낼 수 없다는게 맞겠지요. ^^;)
그래서 표시하신 부분을 다시 곰곰히 읽어봤는데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우선은 이 책 내용은 강의 내용을 녹음한 뒤 타이핑 친 녹취록을 거의 그대로 책으로 펴냈다는 것입니다. 뭐,,중간에 잡스러운 얘기는 정서를 어느정도 했겠지만 일반적으로 말로하는 강의는 논문으로 써내는 것보다는 직관적(?)인 설명이 많고 상대적으로 간단한 설명, 비유가 많기도 하고 또 표현을 간단간단하게 하다보면 논리구조 상의 중간과정을 자기도 모르게 빼먹어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그러다 보니 다음과 같은 표현이 들어간게 아닌가 싶더군요.(쓰고 보니 제가 무슨 이태진 교수님 대변인 같습니다. ㅇㅅㅇ;;) 아닌게 아니라 두번째 지문에서는 일본인 한분이 안양사랑님과 비슷한 질문을 했는데 그에 대해 이태진 교수님이 따로 해명을 한 대목이 나옵니다.
=================================== '고종시대는 근대화의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역사적인 시기였습니다. 따라서 이 시대가 보잘 것 없는 역사라고 한다면 한국의 역사 전체가 의미없는 것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p69)
고종시대가 보잘 것 없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을 한국사 전체가 무의미한 것을 동시에 주장하는 것이라고 매도해 버리는 글입니다. 그럼으로써 반론을 어느 정도 봉쇄해 버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 부분은,,제 느낌에는 중간 과정이 생략된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그러니까 이제까지 우리가 경험해온 역사경험의 인과에 따라 고종시대까지 이르렀는데 이것이 당대의 조선이 이러저러하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역사 발전의 동력이라면 고종시대가 의미없다는 것은 앞서 있었던 우리의 역사경험이라는 것도 의미가 없고 잘못된 방향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는 것이 이태진 교수님의 생각이 아닌가 했습니다. 뭐,,저만의 아전인수격 해석일 수도 있겠지만요. ================== 지문 앞부분을 붙이겠습니다.
한국사람들이 지금도 전문학자이건, 일반인이건 간에 일본의 어떤 정치가가 한국의 식민통치는 합법이었다는 발언을 하면, 또는 일본의 교과서에 그러한 내용이 실렸다고 하면 대단히 분노합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고종시대의 무능론을 그대로 믿고 있습니다 이것은 아주 모순된 인식입니다.
'자력으로 근대화할 수 없는 무능한 나라라면 남의 보호국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가 나올 수 있습니다. 자력으로 근대화할 능력이 없다면 보호국이 되고, 식민지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고종시대를 무능했다고 생각하면서) 합법적인 식민통치에 관한 발언이 나오면 분노한다는 것은 모순이요, 설득력을 가질 수 없습니다' (p70) ===== 이것은, '고종시대가 무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일제 식민통치를 찬성하는 것이다' 라는 내용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고종시대가 무능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당연히 일제 식민통치를 찬성하는 것은 아닐 텐데도, 그런 부담을 줌으로써 고종시대가 무능했다는 반론 자체를 못 하게끔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두 번째 인용문은 '사회진화론' 적 사고방식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도 문제삼을 수 있습니다. 사회진화론은 자연세계에서 적자생존의 논리가 있듯이 국가간에도 강한 국가가 약한 국가를 잡아먹는 것은 자연스럽다는 이야기이지요. 두 번째 인용문이 근거하고 있는 사회진화론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서도 별도 논의가 있어야 합니다. 즉, 약한 나라가 강한 나라에 잡아먹히는 것이 현실적으로 일어나는 일이었는지는 몰라도 그게 '당연하다', '옳다' 는 식으로 해석해야 하느냐는 겁니다.)
윗글과 같은 논리에 의하면,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식민 경험이 있는 모든 나라는 '자력으로 근대화할 능력이 없다면 보호국이 되고 식민지가 되는 것이 당연하므로' 이를 부정하기 위해 자국의 자생적 근대화 능력이 무조건 있다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다분히 목적론적이고 정치적으로 보인다는 생각입니다.
조선이라는 나라가 나타낸 '결과'를 지나치게 무시하는 연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뭐,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은 책을 마저 읽어봐야 알겠습니다만.... |
==>본문 지문에서 다시 보니 조금 그런 면이 없지 않긴 하네요. 뭐,,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같기도 한 듯 합니다. 단 이 부분은 앞서 말씀드렸지만 강의 내용을 그대로 적었던 것이었고 제 느낌에서만 그럴지도 모르지만 이해를 빨리 하기 위해 중간과정을 삭제하고 조금은 직관적(?) 설명에 의존하는 듯한 느낌이 들긴 합니다만 이태진 교수가 그런 정도도 모르고 이런 표현을 했다고 생각되진 않더군요. 그래도 명색이 교수인데,,
일단 그 지문을 보면 맨 위의 지문에 나오는 기본 가정을 기본 논리로 잡고서 그런 논리를 연장해서 보면 이러한 논리가 나올 수도 있다,,라는 것(그것이 곧 일제의 식민지 근대화 논리)이지 그것이 꼭 이것이 이태진 교수의 견해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또한 위의 논리는 일제 치하 식민지 학자들에 의해 잘못 주입된 식민사학의 견해에 분노하면서도 일제의 식민지 근대화 논리에 대해서는 무반응하다는 모순적 상황에 대한 지적, 비판한 것인데 좀 과한 일반화의 오류가 섞인 듯 싶습니다.
아,,그리고 위에서 말씀드린 일본인 어느 분의 질문에 대한 질문과 답변은 이렇습니다. 페이지는 88페이지입니다.
질문
선생님게서 아까 말씀하신 것 중에 한국은 자력으로 근대화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일본의 식민통치는 당연한 것이었다고 말한다면 한국인들은 흥분하고 분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고종시대에 근대화할 능력이 있었다고 하는 연구 성과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데 이것은 모순이라고 하셨습니다. 또한 만약에 자력근대화의 능력이 없다고 한다면 보호국이나 식민지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얘기가 되지 않느냐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설령 자력 근대화의 능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보호국이나 식민지가 되어야 한다는 말은 좀 무리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답변
두가지 문제를 놓고 볼 때, 논리적으로 일부 한국사람들의 태도가 모순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지 제 3국을 놓고 자력 근대화 능력이 없다면 식민지나 보호국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과거에 식민지가 되었던 한국의 역사에 대한 이해에서, 한국인들이 일본의 식민주의 교육의 영향을 적지않게 받아 병합 이전에 스스로 추진했던 근대화 사업과 그 성과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는 이야기일 따름입니다. 현재나 미래에 자력 근대화의 능력이 없는 나라들은 다 보호국이나 식민지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닙니다.
첫댓글 제가 지적한 부분은 물론 엄밀한 퇴고를 거치면 수정될 부분이 되었을 것입니다. 어쩌다 보니 말이 잘못 나왔을 수도 있지요. 그러나 이태진 교수의 논리전개방식은 근거를 중심으로 결론을 도출하는 게 아니라 결론을 중심으로 근거를 찾는 것으로 보여 좀 작위적이고 목적론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에 대한 비판의 일환으로 위의 인용문을 게재한 것입니다. 왜 작위적인가 하면, 이태진 교수는 기본적으로 '조선 옹호론자' 입니다. 책 내용을 보면 조선은 좋은 나라'여야' 하는데, 몇 군데에서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이 보인다, 따라서 조선이 좋은 나라라는 점을 유지하면서 그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부분이
이 교수가 고민해 온 부분으로 생각됩니다. 왜 반드시 조선은 좋은 쪽으로만 기억되어야 하는가? 왜 반드시 고종은 좋은 쪽으로만 기억되어야 할까요? 위와 같은 표현은 이 교수가 고종의 폄하를 극단적으로 싫어한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라 봅니다. 처음부터 고종(내지는 조선)에 대한 우호적 평가를 전제로 깔고 그에 대한 근거를 취합하는 과정만을 거치고, 그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일제의 왜곡 때문에 착각들을 하는 것이다' 라고 무시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입니다. 이 교수와 같은 견해라면 전 세계 모든 식민지 경험국들은 (자국의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자력 근대화가 가능했다는 점을 모두 증명'해야' 합니다. (당위론적으로 말이죠)
나아가 조선의 자력 근대화 과정이 없었다거나 그러한 역량이 모자랐다, 혹은 정치적 지도자에게 그만한 의도나 능력이 모자랐다고 하면 그게 모두 식민사학자들의 왜곡된 견해에 동조한 결과일까요? 이러한 류의 비판도 일종의 '우물에 독뿌리기' 의 일환이 됩니다. 조선 후기의 자생력 폄하나 고종 시대에 대한 폄하가 반드시 일제에 대한 옹호가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이 책 이외에 다른 책에서도 그러한 뉘앙스의 발언을 종종 하더군요. 책마다 제가 오해를 하는 것인지?
아,,그렇군요. 음,,제가 생각이 좀 짧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책을 읽을 때에는 고종의 대한 비판은 대개 일제에 의해 조장된 일종의 선입견에 의해 안좋은 모습들이 먼저 눈에 밟힌 것이고 이런 것이라도 동조하는 것과 같다라는 식으로 이해했는데 잘못 읽은 걸까요? 아무래도 텍스트를 읽는 능력이 제가 좀 떨어지는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