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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오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자주 가는 곳이 주유소가 아닐까 합니다.
편리하지요. 영어를 하지 않아도 되니까... 하하. credit card 를 pump register (펌프와 한 몸으로 된 계산기, 거래 등록기) 에 insert 하고 재빨리 remove 해서 (천천히 빼면 read 안됨) screeen 에 나오는 순서 대로 Yes, No 버튼을 꾹꾹 press 해 기름 grade 를 선택, 타조 목 같기도 하고 기관총 같기도 한 주유기를 들어 fuelling 한 다음 영수증 print 받아서 나오면 끝입니다.
이 기계와의 짧은 만남 속에서 배우는 영어라고는 거의 없지요. Yes, No 외에는... 그런데 화면에 맨처음 나오는 영어가 약간 생각은 하게 합니다.
Insert Card or Pay Cashier.
얼른 보면 `카드를 집어 넣거나 현금을 지불하세요' 라는 말로 해석을 하기 쉬워요. 불어를 많이 쓰는 캐나다라 cashier 가 혹시 불어로 cash 가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이민을 오지 않았다면 들어 보기 쉽지 않은 단어지요. 가게 카운터에서 돈을 받는 사람 또는 은행 같은 곳의 출납원을 말하며 발음은 [캐쉬어] 입니다. pay 동사 다음에 to 없이 바로 목적어가 와서 pay cashier 가 초보 이민자에게는 더욱 낯설게 보이기도 해요. cashier 얘기 하기 전에 이 pay + someone 예문부터 몇개 보겠습니다.
I will pay you back with interest.
나는 네게 이자와 함께 (빌린) 돈을 갚아 줄 것이다.
I'll pay you Tuesday for a hamburger today.
오늘 햄버거 한 개 (사 준) 값 화요일에 갚을게.
I'd like you to lend me some money.
너한테 돈 좀 빌리고 싶다.
pay to you 가 아니고 pay you 인 것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세 문장 모두 직장에서나 친구 사이에 가끔 쓸 수 있는 유용한 표현들이지요? 세번째 문장에서 I'd like you to ~ 도 중요한 구문이고요. like 가 목적어 + to 부정사를 취해 `누가 ~하면 좋겠다' 라는 말을 만듭니다.
이와 비슷한 표현을 이루는 동사들이 있지요. 바로 want, ask, 그리고 love 입니다. I want you to ~ 하면 `~하기를 바란다, 원한다' 는 반명령문이 되고... 의문문으로 Do you want me to ~ ? 라고 하면 `내가 ~하기를 원하느냐' 고 직역되지만 `~할까요?' 라고 해석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요. 상대에게, 특히 직장에서 상사나 선배에게 내가 어떻게 하기를 (해주기를) 원하는지 물을 때 쓰는 `필수 실무(?) 영어' 입니다.
Do you want me to wait for you?
당신을 기다려 주기를 원합니까? (기다릴까?)
Do you want me to do it right now?
지금 바로 그것을 하기를 바랍니까? (지금 하라고?)
Do you want me to fix you some sandwiches?
샌드위치를 좀 만들어 주기를 원합니까? (샌드위치 좀 해줄까?)
상대와 상황에 따라 직역보다 의역이 나을 수 있으므로 괄호 안에 한 문장씩을 추가해 놓았습니다. Do you want me to ~ 구문이 이제 더 쉽게 이해됐을 것입니다. 마지막 문장의 fix 는 그 옛날 (?) FIX 편에서 설명을 했었는데 기억하실지 모르겠네요. 음식 재료를 `고쳐서' 먹는 걸로 만드는 거니까 `요리하다' 가 된다는 거지요.
ask 의 경우는
Let me ask you a question.
물어 볼 게 한 가지 있어요.
같은 게 대표적이지요. love 의 경우는 고등학교 다닐 적에 제가 좋아하는 노래를 들을 때마다 고민에 빠지게 한 표현이었습니다. Lobo 가 부른 I'd love you to want me... 왜 love 다음에 to ~ 가 오지 않고 바로 you 냐 이거지요. 노래는 정말 좋은데 이 숙제가 풀리지 않아 언제나 의문스러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말이 나온 김에 Lobo 의 남성적이면서도 부드러운 음성, 기타와 피아노 반주가 좋은 그 노래를 듣고 cashier 얘기 계속하지요.
http://www.youtube.com/watch?v=vLKDCKU7KNI&feature=related
cashier 는 이민자에게 `밥줄' 비슷한 고마운 job 이지요. 한인 업체에서 아줌마들을 채용하는 직종이 주로 이것이라서요. 영어를 좀 할 줄 알면 Save-On-Foods 나 Superstore 같은 큰 체인점에도 apply 를 해볼 수 있지만 아직까지 밴쿠버에 있는 큰 캐네디언 가게에서 한인 cashier 를 본 적이 없네요. 물론 다른 민족도 거의 없는데 이유는 우선 영어 능력 탓이지만 그 정도 영어를 할 수 있게 되면 cashier 보다는 다른 job 을 선호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pay 도 별로 좋지 않은 데다 (소매업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박리다매여서 가게 규모와 관계 없이 대우가 별로인데 이는 흔히 teller 라고 부르는 은행 cashier 도 마찬가지임) 좁은 카운터 안에서 계산해 주고 무거운 물건 들었다 놓았다 하는 일이 보기보다 중노동이어서 그렇지요. 학생, 아줌마, 이민자가 얻는 일자리란 게 다 이렇다고 보면 됩니다.
사람을 대하는 일은 모두 마찬가지이지만 이 cashier 야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만 대하는 직업이지요. 돈 많은 사람, 돈 없는 사람, 따지는 사람, 무던한 사람, nice 한 사람, rude 한 사람, 깨끗한 사람, 냄새나는 사람, 한결같은 사람, 이 가게 저 가게로 값 따라 종업원 따라 옮겨 다니는 사람...
말하자면 인간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할까, 참 많은 종류의 사람을 보게 됩니다. 그렇지만 한국과 달리 이곳 캐나다는 그렇게 피곤한 사람들은 없는 편이라고 봐요. 우리 가게에는 처음엔 조금 있었는데 시간이 가면서 정리가 됐지요. 값이나 태도로 그런 사람들을 push out 하는 정책을 폈어요. 가격이 너무 저렴하면 아무래도 teenager, homeless, drug addict 들이나 rude 한 손님들이 많이 오게 되거든요. 값을 약간 올리면서 그런 이들에게 한두 번 무게를 잡고 경고를 하거나 쌀쌀하게 하면 발길을 끊고 다른 곳으로 옮겨 가게 됩니다. 주로 그들을 단골로 삼는 허름한 가게나 새로 주인이 바뀌어 만만하게 보는 곳으로...
가게를 하다 보면 내가 손님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주인 또는 종업원에게 어떤 사람으로 비쳤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되어요. 스스로 해보는 답은 `나는 아주 좋지도 아주 나쁘지도 않지만 그렇게 환영받는 손님은 아니었겠다' 하는 것이지요. 아마도 한국 사람의 절반 이상이 이런 경우가 아닐까 합니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손님, 늘 감사해 하고 friendly 한 사람은 절반 이하일 테니까...
가격, 품질, 써비스에 아주 민감하게,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게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 모습이지요. 그런데 동양이나 아프리카 이민자들은 다 출신 국가를 막론하고 비슷한 경향을 보입니다. 물건 사는 액수는 (특히 돈이 되는 종류... 하하) 얼마 안되고 자주 오지도 않으면서 어쩌다 한 번 와서는 피곤하게 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유는 여러 가지가 복합돼 있을 것입니다. 같은 이민자라 가게 주인에게 respect 를 덜 하고 (캐네디언 종업원한테는 그렇게 하지 않을 테니까), 무표정하거나 찡그린 얼굴로 인사성이 없거나 friendly 하지 않고, 형편이 어렵다 보니 시골 사람들처럼 어떻게든 속지 않으려고 경계, 방어형이 되고...
손님을 보는 시각은 주인과 종업원이 약간 달라요. 손님은 언제나 왕이고 가게 주인이나 종업원은 폭리나 취하며 자기 돈을 될수록 많이 빼앗아 가려는 이들로 보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 건 공통적이겠지요. 그러나 주인은 수익이 우선이고 종업원은 시간이 우선이라는 데 기본적인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직원 (staff, employee) 으로서의 cashier, 특히 단기간 일하는 학생 같은 입장에서는 가게가 망하지 않을 (급여가 나올) 정도로만 바빠 주어진 시간만 잘 때우면 되고 손님이 무엇을 사든 관계 없이 nice 하면 좋겠지요. 반면 owner 나 manager 는 margin (또는 mark-up) 높은 종류의 상품 사는 사람이 제일 예쁩니다. 그것도 단골이면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손님이지요. 이들 입장에서 가장 힘든, 싫은 손님은 누구일까요? 버릇없는 아이들이나 불량스런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돈 안되는 복권이나 신문, 담배 한 갑 사면서 말 많은, 또는 언제나 똑같은 말 하는 노인이나 아줌마 손님들입니다... 하하.
그 분들이 이런 얘기 들으면 몹시 섭섭하겠지요? 이유는 돈보다는 시간 때문인데... cashier 를 하게 되면 손님이 빨리 가주는 게 좋아요. 사람에 따라 화제에 따라 얘기를 더 하고 싶은 손님도 있긴 하지만 대체로는 말을 많이 안했으면 하지요. 거의 매일 일을 하므로 고되고 가게 일이나 개인 일 (저 같은 경우 컴퓨터, 잠... 하하) 이 있기 때문에 빨리 그 일로 돌아가고 싶거든요. 영어도 배우고 단골 손님도 만들고 좋을 텐데 왜 싫으냐고 하실 분들이 계시겠지만 이상하게 그런 사람들 영어는 귀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listening 도 마음이 좌우하니까요. 집중을 안하게 되고 맨날 반복되는 얘기여서...
그러나 종합적으로 보면 다들 저보다 나은 사람들입니다. 적어도 가게를 이용하는 손님으로서 말이지요. 이민 와서 무슨 일을 해도 한국보다 나은 건 직업적인 차별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이처럼 전반적으로 성숙해서 (개인으로서는 몰라도 공공 장소에서의 태도만으로는) 인 것 같습니다. 부하, 배우자, 자녀, 민원인, 점원, 종업원에게 함부로 대하는 한국의 가부장적, 권위주의적, 천민자본주의적 자세에 비하면 참으로 양반들이거든요.
이민자라서, 먹고 살기 바쁜 입장이라서 더욱 이렇게 호의적으로 생각한다고도 볼 수 있겠지요. 같은 나라 사람인 종업원 cashier 의 시각으로 보면 상당히 다를 테니까요. 그런 예를 보여 주는 책들이 있습니다. cashier 가 본 손님들, 인간 군상들에 대해 쓴 일종의 관찰기 (폭로기?, tell-all book), 회고록 (memoir) 같은 것들인데 몇가지는 베스트 셀러가 되기도 했지요.
좁은 공간에서 종일 서서 일하며 무거운 물건을 들어서 포장해야 하고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상대하는 cashier 는 손님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든 직업이다.
2008 년에 10만부가 팔려 화제가 된 프랑스 여성 Anna Sam 의 <The Tribulations of a Checkout Girl> 이 대표적이지요. tribulation 은 간난, 시련, 고통... checkout 은 호텔이나 공항에서 많이 듣게 되는 말이지만 gate 같은 통제 시설이 돼 있는 곳을 나가는 카운터 (counter) 는 모두 그렇게 부릅니다. 그러니까 대형 supermarket 에 줄줄이 서 있는 계산 통로도 checkout line 이라고 하지요. 책 제목을 `첵카웃 그얼' (`걸' 이 아님) 이라고 한 것은 보통 사람들이 약간 하대해서 부르는 칭호를 붙임으로써 책이 잘 팔리도록 하는 상업적 이유 와 보통 사람들의 그런 (존중하지 않는) 시각을 `고발' 하는 내용임을 암시하는 두 가지 효과를 노린 듯합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만나고 겪게 되는 cashier 는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직업이라고 봐요. 위 Anna 가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불문학 전공자로 아르바이트를 한 것이었는데 blog 로 시작한 손님들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 냈고 그 다음에도 아마 다른 작품을 쓴 것으로 들은 듯합니다. Carmela Narcisi 라는 독일 여성도 <99 Faces In One Day> 라는 가게 점원의 책을 써서 필명을 날리게 됐는데 손님이 별로 없는 곳에서 일한 것 같아요. 저만 해도 하루에 99 명이 아니라 500 명 가까운 faces 를 보게 되는데요... 하하.
이들의 책에는 속임수나 나쁜 짓, 심지어 구석진 곳에서 남녀간에 수상한 행위를 하는 손님들의 행태를 다소 흥미 위주로 실은 내용과 함께 그들과 나눈 재미 있는 대화들을 소개해 서민들의 의식, 사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 줍니다. 예를 들면 바나나를 들고 온 손님에게 `벌써 갈색으로 변했으니 다른 신선한 것으로 사 가세요' 라고 했을 때,
"Don't worry about it. They're just for my mother-inlaw."
괜찮아요. 그거 시어머니 것일 뿐인데요 뭘.
라고 답하더라는 식이지요.
cashier 자기 자신에 대한 insult (모욕, 폭언) 를 엿들은 대목도 미소를 짓게 합니다.
"See, darling, if you don't study in school, you will end up like that woman."
봐라, 얘야, 학교 다닐 때 공부 열심히 하지 않으면 결국 저 여자처럼 되는 거야.
in school 은 `학교에서' 가 아니고 `재학중' 이라는 뜻입니다. 공부란 학교에서만이 아니라 집, 도서관에서도 하는 것... at shool 은 `수업중' 이라는 관용구로 쓰이고요. `학교 (안) 에서' 라고 하려면 at the school, in the school 이라고 해야겠지요. 영어가 어려우면서도 논리적이어서 하나씩 알아 가면 재미도 있습니다. 윗문장 뒷부분의 end up 도 전에 했었지요? 결국 어떻게 되다...
He is still in school.
그는 아직 학생이다.
I am a sophomore in college.
나는 대학 2년에 재학중이다.
Working 20 hours a week while in college is bad for your marks.
대학 다니는 동안 주당 20시간 일하는 건 학교 성적에 좋지 않다.
Because of the unexpected snowfall, she ended up waiting at the airport for three days.
예기치 않은 눈으로 인해 그녀는 결국 공항에서 3일간 기다리게 됐다.
아이 엄마의 말이 참 기가 막히지요? 하하... 한국에서도 바로 몇년 전까지, 아니 지금도 저렇게 생각하고 말하는 아줌마가 꽤 있을 듯하네요. 캐나다 와서 blue-collar 육체노동도 하고 가게도 해보고 하니까 인생을 조금 알게 되더군요. 대기업 회사원이나 공무원 해서는 절대로 깨닫지 못하고 배우지 못할 수도 있는 소중한 것들.... 우리가 말로는 직업의 귀천을 따지지 않고 밑바닥 사람들을 무시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대개 하잖아요. 그러면 안되는 걸 캐나다 와서 알았지요. 다 똑같은 사람들이고 어쩌면 그들이 이 사회에 더 중요하며 기여를 더 많이 하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돈에 관한 요즘 한국 사람들의 의식, 시각을 말할 때 `돈은 좋아하지만, 부자 되기를 바라지만, 돈 많은 사람, 대기업 회장이나 사장은 미워하고 혐오, 적대시하는' 이중적인 모습이 곧잘 거론되지요. 한마디로 열등의식이 이런 모순된, 미성숙한 태도를 낳는 것이라고 저는 봅니다. 열등의식 플러스 천민자본주의적인 물질주의... 돈은 벌고 싶어 하면서도 돈 잘 벌고 있는 사람을 좋게 보지 않는 것, 정말 웃기는 일이라고 할 수밖에 없지요.
그런데, 돈 잘 버는 사람에게는 그렇다 치고 왜 돈을 많이 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까지 돈을 잘 버는 것으로 오해해 비난하고, 무시하고, 천대하는 것인지... 중소 또는 영세 상업, 사업 하는 사람들을 웬만해서 좋게 보지 않는 게 한국의 보통 화이트 칼러들이거든요. 뭔가 처음부터 정보가 잘못 입력돼 있는 겁니다. 가정에서 (수퍼마켓의 저 아이 엄마처럼), 학교에서 (교사들의 `선비, 전문직' 숭상으로 인해... ) 그렇게 알게 모르게 주입을 시키고 (사농공상 의식, 높은 사람 되기 위한 입시 위주 교육 등에서 비롯되어), 언론에서 또 어떤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장사는 무조건 폭리를 취하고 기업은 노동자와 소비자를 착취하는 것으로 보도하는 데 따른 원인도 크지 않을까 합니다.
캐나다는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폭리 취해서 거부 된 중소, 영세 상인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봐요. 우리가 흔히 듣는 말이 `저 가게, 저 주인 저렇게 허름하고 몰골이 저래도 알고 보면 떼부자란다'... 뭐 이런 말이 사실인 경우도 없지야 않겠지요.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상식적으로 그렇게 될 수가 없습니다. 밥 먹고 살고 좀 남는 정도... 그렇지 않다면 사람 마음은 다 마찬가지인데 억만장자 된 사람이 왜 그 고생스런 짓을 계속하고 있겠습니까... 보통 부자쯤은 된다고 한다면, 그래도 그것이 그토록 나쁜 것일까... 거의 휴일 없이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일하는 그 사람들은 보통 직업인들의 최소 2배, 혹은 3배 일을 하는데 (노동 시간과 스트레스 포함) 그 정도 물질적 보상이 따르지 않는다면 세상이 불공평한 거지요.
화이트 칼러, 즉 몸으로 일하지 않고 현장에서의 생산, 거래 경험 없이 책상에서만 일하는 사람들은 margin (발음은 마알쥔) 에 대한 개념이 일단 부족하지요. `마진 = 폭리' 라는 등식을 갖고 있다고 할 정도로 인식이 왜곡돼 있습니다. 마진이란 회사 또는 가게 운영 비용이 포함된 것인데 그 절대 액수, 비율만 보고 `이럴 수가...' 하는 경우가 많아요. 회사나 가게를 유지해 나가려면 rent (또는 mortgage), utility, wage 등등 들어가는 비용이 아주 많잖아요. 그런 일체의 cost 와 약간의 profit 을 붙여 마진을 매긴 게 price 입니다. 그런데 일반 소비자들은 세, 월급 등등의 비용까지 이익으로 보지요. 원가 외에는 전부 가게가 먹는 것이라고 보아 `폭리' 라는 말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유통 단계가 많으면 이 마진이 연쇄적으로 덧붙여져 배추 10원짜리가 1,000원이 되는 식이지요. 이 990원을 단 몇사람이 갖는 게 아닌데 마치 도시의 소수 업자가 다 뜯어 가는 것처럼 느껴지고 분개를 하도록 보도하는 게 언론입니다. 유통 단계의 문제점과 개선책에 기사의 촛점을 맞추되 불가피한 유통 구조도 이해가 되도록 설명해야 해요. 배추 장사가 마피아 조직도 아니고 그 시장의 특성상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구석도 있지 않겠습니까... 990 원의 유통 마진을 취하는 업자 가운데는 폭리를 취한다고 흥분하는 기자, 시민들의 친척, 이웃집 아저씨, 아줌마가 심야에 트럭을 운전하고 새벽에 짐을 싣고 내리는 인부들일 수도 있고요. 말하자면 그 사회의 수준, 관행, 문화가 그런 마진과 유통 단계를 낳고 있는 거지요.
화이트 칼러들은 자기가 일하는 회사는 `폭리'를 취하지 않는 걸로 대개 생각하지요. 그러나 이치는 똑같습니다. 자기 회사가 만드는 물건, 써비스에도 공짜가 있을 수 없지요. 적정한 마진을 붙입니다. 그래야 자기 월급이 나오는 거니까요. 그런데 그 마진은 정당하고 다른 회사, 가게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게 벌써 크나큰 모순이고 잘못된 것 아니겠습니까...
마진과 폭리에 대해 제대로 이해를 하려면 일 열심히 하는 회사 사장,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가게에 나와 있는 아저씨, 아줌마 주인들의 부석부석한 얼굴들만 보면 됩니다. 그 사람들이 폭리를 취해 호의호식하면서 일부러 (남의 눈을 속이기 위해) 그렇게 매일 일하고 잠이 부족해 피곤에 찌든 얼굴로 손님을 대할 수는 없는 거지요. 하루 이틀이면 모를까... 사장, 주인들도 이런데 하물며 종업원 cashier 에게도 보다 따뜻한 눈으로 봐 주어야 해요. 그 사람들이 약간 불친절하다고 불쾌해 할 것까지는 없습니다. 피곤해서 저러겠지... 날마다 여러 사람 접하다 보면 짜증도 나겠지... 하며 넘기는 게 좋아요.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이잖아요. 공부를 덜해서, 게을러서... 아니면 그 반대로 공부를 더 하기 위해, 돈이 더 필요해서 그런 일을 하는 것일 테니까요.
우리가 화이트 칼러일 때 생각해 보면 사실 말이지 웬만한 제조업자, 상인들보다 훨씬 더 부도덕했어요. 접대비라는 것 있잖아요.. 그 돈, 룸쌀롱에서 술 먹는 돈이 결국 어디서 나온 돈이겠습니까... 가깝게는 회사에서, 더 멀리 가면 나라, 국민에게서 나오는 돈입니다. 그 돈으로 배불리, 음탕하게 먹고 마시고... 어떤 사람들은 집에까지 가져 가기도 하지요. 그러면서 불쌍한 업자, 상인 욕하고 고생하는 cashier 에게 혀 끌끌 차며 한심해 하고 그러지요.
Cashier 와 상인, 중소 업자 감싸기... 하하 lecture (강의, 잔소리) 는 이 정도로 하고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물건 사고 돈 내는 상황에서의 생활영어는 어느 교재에나 자세히, 잘 나와 있으므로 여기서는 생략하고 pay 방법에 대해서만 간단히 알아 보지요.
Can I pay by credit card?
Can I pay with credit card?
이렇게 물어 볼 일이 종종 있는데 어느 전치사를 써야 맞을까요? 답은 둘 다 입니다. debit card 도 마찬가지고요.
Can I pay for internet air tickets by debit card?
인터넷 판매 항공권 값을 데빗 카드로 내도 됩니까?
그렇다면 check 는 어떨까요? 현금이 없거나 편의상, 또는 상대방이나 자신의 필요에 의해 첵크를 낼 때 말이지요.
Can I pay by check?
Do you want me to pay rent with a check?
Do you want me to ~ 표현 또 나왔습니다. landlord (집 주인) 에게 `첵크로 내기를 원하느냐' 고 물어 보는 거지요. 이 check 도 by, with 모두 가능한데, by check 는 관용구로서 부정관사 a 가 없지만 with 일 때는 관사를 붙여요. credit card 의 경우 my credit card 라고 소유격을 붙이기도 하고요. 전에도 얘기했지만 관용구란 입에 익은, 습관이 된 말이므로 발음과 관련이 큽니다. 발음의 편리를 위해 약간의 문법적 변형이 이뤄진 관용구들이 그래서 꽤 있지요. by + 셀 수 있는 명사에 관사가 탈락되고 with 에는 붙이는 것이 모두 그런 예입니다.
그럼 cash 에는 어떤 전치사를 써야 할까요? 정답은 by, with 와 in 모두에 하나 추가입니다. 무전치사... 전치사를 아예 안 써도 되는 거지요.
pay in cash, pay by cash, pay with cash and pay cash...
어느 영어 학자가 호기심에서 (out of curiosity) 어느 전치사가 더 많이 쓰이는지 googling 을 해보았더니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고 하네요.
176,000 English pages for "pay with cash".
612,000 English pages for "pay in cash"
275,000 English pages for "pay by cash"
흥미롭지요? 이 검색 순위를 토대로 이렇게 단순하게 외우면 될 것 같습니다.
pay in cash
pay by card
pay by check
가장 일반적인 표현으로 통일해서 기억하도록 하자는 거지요. 그러면 아래와 같은 질문에 간단히 대답할 수 있겠습니다.
And how would you like to pay for that?
그리고 그 값은 어떻게 지불하시겠어요?
By debit card.
데빗 카드로요.
세금 추적을 피하고 싶은 사람은 `In cash.' 또는 그냥 `Cash.' 라고 답하겠지요. 캐나다는 세금이 무서운 나라여서 한인, 중국인뿐 아니라 얼굴 하얀 사람들도 웬만하면 cash 로 거래해 흔적을 없애려고 합니다. 특히 side job (부업) 의 경우 현금으로 pay 를 주고받는 게 대부분... 주말이나 밤 시간을 쪼개 일을 하는데 몇푼 받아 세금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어 괜히 잠만 못자고 놀지 못하는 결과가 되니까요.
제가 처음 이민 와 two jobs, three jobs 하면서 시간당 8~9 불 받는 중노동을 하고 세금 참 많이도 냈더랬습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실업자가 되어 본 적이 없으니 EI (Employment Insurance, 고용보험) 를 받지 않고 내기만 해 캐나다 정부와 jobless 들에게 좋은 일도 했고요. 급여에서 사원이 절반, 회사가 절반을 원천 부담해 마련된 재원이 바로 실업 수당이거든요.
cash, cashier 얘기 나왔으니 은행에서 쓰는 영어도 잠깐 알아보도록 하지요. teller (은행에서는 앞 창구에서 일하는 직원을cashier 라 하지 않고 이렇게 부르는데, 옛날 손님 상대 창구 직원과 돈을 내주는 직원이 따로 있던 시절 철망 안의 그 직원을 cashier 라 했던 것 같음) 와 손님간의 대화 한 토막을 인터넷에서 찾았습니다. 어제 은행에 가서 녹취한 것 같은 실제 상황 그대로 `생생영어' 네요.
쾌적하고 조용한 북미 지역 은행. 이민자들이 영어를
많이 해야 하고 듣게 되는 장소 중 하나이다.
Teller: Next please. How may I help you?
Customer: Yes, I’d like to make a withdrawal from my savings account and cash a
check.
Teller: Certainly sir. Please complete this withdrawal slip, with your name, account
number and amount of withdrawal.
Customer: There you go.
Teller: Thank you. How would you like that?
Customer: Could I have two hundreds, two fifties, and the rest in twenties.
Teller: Here you are. I need you to endorse the back of the check you want to cash
and I’ll need to see an ID.
Customer: No problem.
Teller: Here you are. Will that be all today?
Customer: Yes, that will do it. Thanks.
Teller: Thank you. Have a pleasant day.
그냥 May I help you? 라 하지 않고 How 를 덧붙인 것은 service 직업인들의 인사법이지요. I'd like to ~ 는 I want, I need, Can I 등으로 시작하는 말보다 더 정중한 표현이지만 친한 사이에는 오히려 어색하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make a withdrawal 은 withdraw 를 make 나 take + 명사형 (관용구) 으로 바꿔서 말한 것이고요. 우리말의 `인출하다' 를 `인출을 하다' `인출을 시키다' 로 하는 것과 같지요.
cash a check 는 중요한 관용구입니다. cash 가 동사로서 `현금화하다' 지요. 우리가 수표를 바꾸다 라고 말하는데, 이때의 바꾸다 를 영어로는 exchange 라 하지 않고 cash 라고 해요. exchange 는 원화를 미화로 바꾸는 경우에 맞는 단어지요.
You'd better cash your traveller's check before going for shopping.
쇼핑 나가기 전에 네 여행자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는 게 좋다.
complete 는 끝내다, 완성시키다... 좀 문어체 어휘지요. 이쪽 사람들이 서류에 이름, 주소, 전화번호 등을 써 넣는 (기입) 일을 할 때 쓰는 말은 fill out 이란 관용구입니다. out 은 전에 말했듯이 뭘 끝내다 의 의미를 갖는 부사... 종이 안에 채워 넣는 것이니까 fill in 이어야 할 것 같은데 fill out 인 게 영어입니다. out, away, up 같은 동사구 부사의 용례에 익숙해져야 해요. fill in 은 다른 뜻의 관용구인데 이것 또한 자주 쓰이지요.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다, 대타로 들어가다'...
I visited the company and carefully filled out a job application.
나는 그 회사를 찾아가 구직 원서 한 장을 신중하게 작성했다.
I wasn't there - Would you fill me in?
나 거기 없었어, (거기서 나온) 얘기 좀 전해 줄래?
There you go 라는 말 나왔네요. 반갑지요? 제가 의식적으로 써 보도록 하라는 표현 중의 하나인데 실천하고 계시는지... 말이라는 게, 특히 language ego (언어 자아) 가 강한 사람에게 새로운 표현, 발음이 처음엔 하기가 쑥스럽고 수줍어하게 되지만 계속 하다 보면 어느새 입에 붙어 자기도 모르게 필요 이상으로 자주 쓰게 될 정도가 되지요. 그러니 연습, 연습 또 연습입니다.
How would you like that? 도 많이 듣게 되고 쓸 일이 많은 표현이지요. `어떻게 하기를 좋아하세요, 어떻게 해주기를 원하세요'... 우리 집사람은 이런 경우 습관적으로 `How can I...?' 라고 하는데 `How would you like...? 라고 상대방을 주어로 하는 게 더 이쪽 식이라고 하겠습니다.
필요한 지폐 종류를 말할 때 하나가 아니고 둘 이상이면 반드시 hundreds, fifties, twenties, tens, fives 라고 복수로 해야 하는 것 잊지 마시고요. 다시 말하지만 이 a, an, the 관사와 ~s, ~es 복수형 어미가 고민 없이 술술 나오게 될 때 영어는 `하산의 경지' 에 이르는 것... 이게 제 나름의 영어 실력 측정 기준인데 유감스럽게도(?) 한국인과 중국인을 제외한 필리핀, 인도 같은 나라 동양게 이민자들은 대체로 이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입니다. 다른 표현도 우리보다 훨씬 `영어식' 이고요.
Here you are 도 나왔습니다. Here you go 와 같다고 했지요? 어제 아내와 함께 온 단골 남자 손님 Jason 에게 나, 아직도 당신의 부인 이름을 모른다고 하니까 그 부인이 Jason's wife 라고 하든 뭐든 괜찮다고 해요. 그래서 제가 여자 손님들에게 즐겨 불러 주는 남편 또는 남자친구의 fist name 에 Ms. (Miss. 와 Mrs. 에 모두 통할 수 있는 호칭으로 발음은 미즈) 를 붙이는 작명을 해서 불러 줬지요.
Ms. Jason! 이라고요. 그랬더니 이 부인의 호응이 이런 것이었습니다.
Here you go. That works.
그거예요. 그럼 됩니다.
work 도 반갑지요? 이렇게 눈 앞에 상황이 real 하게 그려지는 예문으로 단어를 익혀야 뉘앙스를 제대로 알게 되고 바로 자기 것으로 쓸 수 있게 됩니다. `일을 하다' 가 아니라 `되다' `제대로 기능하다' `원하는 대로 이뤄지다'... 같은 의미로 쓰이는 대단히 중요한 work 입니다. It works. It won't work. It's not gonna work. 같은 식으로 많이 말을 하지요.
endorse 는 수표 뒷면에 서명을 하는 `이서하다' 인데 정치에서는 `지지하다', 스포츠에서는 `공인하다'... 수퍼 스타가 Nike 운동화를 자기 sponsor 로 삼을 때 그 상품을 endorse 했다고 합니다. 품질을 보증했다 이거지요.
ID 앞에 공포의 an 이 붙어 있습니다. ID 란 주민등록증 하나만이 아니고 driver's license, passport, care card (의료보험카드) 등 여러 가지가 있어서 그렇지요. 이중 사진이 들어 있는 ID 를 요구받을 때가 흔히 있습니다.
No problem. 이라고 답한 것도 잘 봐 두세요. 우리는 OK 아니면 Yeah, Yes, Good, Thank you 같은 말만 주로 하게 되는데 There you go, Here you are, No problem 같은 말들을 익혀 다양하게, 상황에 더 적절한 표현으로 영어를 구사할 수 있도록 자꾸만 연습해야 합니다.
쉬운 대화라서 잘 읽히다가 Will that be all today? 에서 약간 주춤하게 되지요? That will be all today 의 의문문... That will be all 은 또 That's all 의 미래형... That's all 은 또 That's it 과 같은 뜻... 그러므로 That's it 만 알면 모든 게 다 풀립니다. `바로 그거야, 그게 전부야' 또는 `끝이야, 됐어' 라고 할 때 아주 많이 쓰는 That' it 이지요. 오늘부터 이 표현 꼭 연습해 보시기 바랍니다.
That's it... I quit Facebook.
그걸로 끝이야. 나 페이스북 끊었어.
That's it. I'm not staying here to be insulted.
됐어. 날 모욕하는 말이나 들으려고 여기 있지 않을 거야.
Will that be all today? 를 이제 알고 나니 또 비슷한 게 하나 더 나오네요. That will do it... 그거면 될 것이다, 더 필요한 게 없을 것이다... 직역하면 저것이 그것, 즉 어떤일이나 목적을 끝낼, 만족시킬 것이다 라는 말이니까 그렇게 해석이 되는 거지요. 하키 경기 중계방송을 하는 아나운서가 게임이 끝나기 몇초 전 퍽 (puck) 이 승부에 관계 없는 방향으로 미끄러져 갈 때
And... that will do it.
네~ 게임은 이것으로 끝납니다.
라고 하더군요.
길고 길었던 Money 시리즈를 마치기 전에 재미있는 관용구 하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Rob Peter to pay Paul
사람 이름이 셋 나오지요? 그 중에 하나는 `가짜' 입니다. 맨앞의 Rob... Borrow 라고 해야 더 정확할 단어를 일부러 사람 이름처럼 들리도록 Rob (빼앗다, 강탈하다) 이라고 했어요. Peter 에게 빌려 Paul 에 갚다... 신용카드 `돌려 막기' 와 같은 뜻입니다.
If you keep robbing Peter to pay Paul, you'll never be out of debt.
피러한테 빌려 포올에게 갚기를 계속한다면 당신은 절대로 빚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끝으로 제가 좋아하는 돈에 관한 격언 하나 붙이지요.
Money will come when you are doing the right thing.
돈은 당신이 올바른 일을 하고 있을 때 (저절로) 오기 마련이다.
이것으로 오늘 얘기
That's it
입니다.
첫댓글 Mr BE, You are evolving yourself, aren't you? I think this is sort of enriched lecture which is definitely much more attractive at least to me. Go BE!!!
Thank you. I'd like to put it this way though, it's not a lecture but a confession. What a shame.... that was me!
I know this article is fully opinionated in many ways. However, the fullness of opinions doesn't necessarily mean the loss of objectiveness. You gave me a lot to think about. Than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