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엔 곤돌라, 땅엔 걷기 전용다리…한강이 즐거워진다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한강에 설치할 예정인 곤돌라. [사진 서울시]© 제공: 중앙일보
한강이 또 한 번 바뀐다. 곤돌라가 석양으로 물든 강폭 위를 가로지르고, 수상 산책로가 놓인다. 또 한강에 제2세종문화회관, 인피니티 풀(시각적으로 경계를 허문 수영장) 등 문화·체육시설도 들어선다. 서울 곳곳에 뻗은 한강 지천에도 여가 시설이 설치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9일 이런 내용이 담긴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2007년 오 시장이 추진한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또 다른 버전(2.0)으로, 계획에는 총 55개 사업이 담겼다.
서울시,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발표
서울시는 한강주변에 한강변 입체보행교를 설치할 예정이다. 사진은 노들섬에 들어설 예정인 보행교. [사진 서울시]© 제공: 중앙일보
우선 한강변 생태경관보전지역을 확대하고 생태공원으로 재정비한다. 2025년까지 강동구(고덕·암사)·영등포구(여의샛강)·마포구(난지)·강서구(강서) 등 5대 생태공원을 재정비하고, 57.1㎞ 구간을 자연형 호안(護岸)으로 복원한다. 호안은 침식을 막기 위해 흙·자갈 등 자연물로 설치한 제방 보호물이다.
한강변 숲·정원도 늘린다. 여의샛강 생태체험관은 리모델링하고, 2025년까지 나무 21만 그루를 심는다. 한강 수영장은 자연형 물놀이장으로 바꾼다. 2024년 송파구 잠실한강공원에 자연형 물놀이장을 우선 개장하고, 광나루·잠원·망원 수영장까지 확대한다. 인공 콘크리트로 만든 수영장이 아니라 모래사장·꽃·나무·실개천 등 한강 주변 자연을 활용해 만든 수영장이다.
한강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도시와 연결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한강 배후지역에서 도보로 10분 이내로 한강 공원에 접근할 수 있도록 2030년까지 7개 나들목을 신·증설하고, 31곳을 리모델링한다. 올림픽대로 일부 구간을 지하화하고, 그 위에 올해 말까지 6300㎡ 규모 생태공원(암사초록길 사업)을 조성한다.
한강에도 세종시 금강 보행교처럼 걷기 전용 다리를 만든다. 노들아트브리지, 선유도 순환형 보행잔교, 서울숲 컬처 브리지 등이다. 이들 다리는 2025년 착공한다. 세종시 금강 보행교는 동그라미 형태(1446m)로 지난해 3월 개통했다.
서울시는 잠수교에서 영화나 소규모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사진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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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교, 보행교로 바뀐다
잠수교는 2925년까지 걷기 전용 다리(보행교)로 바꾼다. 이승석 서울시 도로계획과장은 “하루에 자동차 2만3000여대가 통행하는 잠수교를 보행교로 전환해도 인근 반포대교 통행량이 크게 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세종시 금강 남쪽 세종시청과 북쪽 세종중앙공원·국립세종수목원·박물관단지를 연결하는 금강보행교. 금강보행교는 국내에서 가장 긴 보행 전용 다리로, 2018년 7월부터 1116억원이 투입됐다. 폭 12~30m의 복층 원형 구조로, 세종대왕이 한글을 반포한 1446년을 기념해 1446m 길이로 건설했다. [연합뉴스]© 제공: 중앙일보
세종시 금강 남쪽 세종시청과 북쪽 세종중앙공원·국립세종수목원·박물관단지를 연결하는 금강보행교. 금강보행교는 국내에서 가장 긴 보행 전용 다리로, 2018년 7월부터 1116억원이 투입됐다. 폭 12~30m의 복층 원형 구조로, 세종대왕이 한글을 반포한 1446년을 기념해 1446m 길이로 건설했다. [연합뉴스]
도보 이외에도 한강 내·외를 연결하는 이동 수단을 확충한다.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지는 마포구 상암동에 친환경 자율주행 버스를 늘리고, 수상택시·도심항공교통(UAM)·곤돌라와 연계할 계획이다.
제2세종문화회관·서울문화마당 조성
잠실수영장에 연내 들어설 예정인 인피니티풀. [사진 서울시]
한강에서 놀이와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매력 가득한 한강’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지난 7일 계획을 발표한 대관람차 ‘서울링 제로’도 이 중 하나다. 노을과 자전거도로변, 생태 경관이 좋은 지천 합류부 등에 한강 조망 명소를 설치하고, 한강 교량 경관 조명도 개선한다.
대규모 건축 사업에 투입하는 비용은 대부분 민간 자본을 유치해 해결하기로 했다. 오 시장은 “세빛섬처럼 서울링과 같은 사업은 대부분 민간투자사업으로 한다”며 “사업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에 많은 민간 기업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는 제2세종문화회관, 여의도 시범아파트 전면에 서울문화마당이 들어서고, 용산구 노들섬은 예술섬, 뚝섬 자벌레는 한강 역사문화홍보 전시관으로 거듭난다. 최대 강폭이 1.2㎞인 한강에서 야외 스포츠·레저 교실·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하는 ‘한강 스포츠 르네상스’도 새롭게 시작한다.
한강과 강동구 암사동 선사유적지를 잇고 상부에 6300㎡ 규모의 생태공원을 조성하는 암사초록길 사업. [사진 서울시]
이밖에 여의도·용산·잠실 등 도시 공간을 한강 변과 연결한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용적률·건폐율·높이 제한 등을 완화한다. 또 잠실종합운동장 주변은 미래전략산업 거점으로, 여의도는 국제금융중심지로 육성하는 방식이다. 한강변 약 76%를 차지하는 주거지도 규제를 폐지하고 특화한 디자인을 도입해 차별화할 계획이다.
오세훈 시장은 “한강 르네상스와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가장 큰 차이는 332㎞에 달하는 한강 지천·소하천까지 25개 자치구에 골고루 수변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배치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