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죽화 (행시조)
백화 문상희
*어제 사전투표 하고 동네 한 바퀴 돌다가
패랭이꽃을 닮은 꽃이 있어 궁금증에 사들고
화분에 옮겨심고 문헌을 찾아보고 올려봅니다.
석양빛
노을아래
모양새 다소곳이
죽자가
들었는데
닮지는 않았지만
화사한
새색시처럼
예쁘게도 웃는다
*문헌 인용*
고려 중기에 정습명(鄭襲明)이 지은 한시. 오언율시.
불우한 작자의 처지를 들에 핀 패랭이꽃에 비유한 작품
≪동문선≫ 권9에 실려 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世愛牡丹紅 栽培滿院中 誰知荒草野 亦有好花叢
色透村塘月 香傳隴樹風地偏公子少 嬌態屬田翁
세상에선 모두들 붉은 모란꽃만 사랑하여/
정원에 가득히 심고 가꾸네/누가 이 거친 초야에/
좋은 꽃떨기 있는 줄 알기나 하랴/
어여쁜 모습은 연못 속의 달을 꿰뚫었고/
향기는 밭두렁 나무의 바람에 전하네/
외진 땅에 있노라니 찾아주는 귀공자 적어/
아리따운 자태를 농부에게 붙이네
어느 환관(宦官)이 <석죽화>를 읊어 임금에게
까지 들리니 임금이 감탄하여 정습명을
옥당(玉堂)에 보임하였다는 일화가 ≪파한집≫에 전한다.
이에 따른다면 바로 정습명의 출세작이 된 셈이다.
평범한 산문의 조직을 연상하게 하는
구법(句法)을 하고 있으면서도 이 작품의
풍유기법(諷諭技法)은 높은 수준을 보인다.
초야에 묻혀 사는 자신의 처지를 패랭이꽃에 비유하여
세속에서 사랑받는 모란과 대응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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