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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쉼터 스크랩 아버지의 마음 / 김승현 . 아버지[이주향의 달콤쌉싸름한 철학]
ysoo 추천 0 조회 1,291 16.11.02 15:03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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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마음  / 김승현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된다

 

어린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피우고

그네에 작은못을박는 아버지가된다

 

저녁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줍는 아버지가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아버지는 어린것들의 나라다 아버지의 동포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이 될수도 있지만...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는 사람도

술 가게의 문을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 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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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어렸을 적에는 잘 몰랐습니다.

하지만 이제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 지금 당신을 좀 더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바람이 되어 세상을 떠돌다가 아이의 잠든 모습과 미소에 모든 시름이 풀리는 것을 직접 느낍니다.

늦었지만 당신의 은혜에 감사함과 보답을 항상 생각하게 됩니다. 존경합니다. 아버지!


이종석(대구메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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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술잔엔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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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항상 웃고 계신 줄 알았다. 아버지의 술잔에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인 것을 그 땐 왜 몰랐을까. 가정에서는 한 번도 눈물을 보인 적 없는 ‘영웅’이지만 험난한 바깥세상과 싸울 때에는 누구보다 강인하면서도 외로운 사람…. 철이 들고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 뒤에야 알았다.


‘폭탄’과 ‘감옥’과 ‘술가게’ 사이를 바람처럼 떠돌다 집으로 돌아오면 ‘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 세상이 어지러워지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하는 아버지….


퇴근 길 문 앞에 서서 하루 종일 짓눌린 어깨를 펴고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얼굴 가득 웃음을 띠는 아버지의 마음은 아름답고 애틋하다.


아버지는 가장 큰 나무다. 아이들은 아버지가 만들어준 그늘 아래에서 편안하게 잠을 자고, 아버지가 내어주는 열매를 먹으며 자라난다. 단단하게 뿌리 내리기 위해 흘리는 땀은 땅 속에 감춰 둔 채 무성한 잎과 튼실한 줄기로 아이들을 보듬어 안는 나무. 그래서 아버지는 가장 강하면서도 가장 고독한 이름이다.




전신마비 아들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마라톤과 철인경기에 함께 나선 아버지의 마음도 그랬을 것이다. ‘달리고 싶다’는 아들의 마음을 특수컴퓨터로 인지한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휠체어를 밀며 달리기 연습을 시작했고, 아들이 15세 되던 해 8㎞ 자선달리기 대회에서 완주의 감동을 나눴다.

“아빠가 없었다면 해낼 수 없었어요”라는 아들의 말에 “네가 없었다면 하지 않았을 거야”라고 답하는 이들 부자는 ‘팀 호잇’이라는 이름으로 20년 이상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행’을 멈추지 않고 있다.


아버지의 마음은 속 깊은 나이테다.

나이 들수록 굵고 튼실해지는 거목. 오늘은 소리 내어 한 번 표현해보자.

가슴 속에 부둥켜안고 있던 그 한 마디.


“존경합니다. 아버지!”



글 고두현

199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 제10회 <시와시학>의 ‘젊은시인상’을 수상한 시인이다. 지금은 한국경제신문 편집국 문화부장으로 재직 중. 직장인들이 뽑은 시를, 사연과 함께 소개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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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향의 달콤쌉싸름한 철학]


아버지

  

 

 

마음은 몸과 함께 사라지는 그러저러한 환영이 아니라 빛으로 충만한 하느님 자신이라지요?

‘티베트 사자의 서’의 생각입니다.

‘티베트 사자의 서’에 따르면 우리는 그 마음에 끌려 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마음이 사랑한 여자의 자궁에서 아들이 되었고, 그 여자의 남자에 끌려 딸이 되었습니다. 엄마와 아빠는 내 마음이 징하게 사랑하고 증오한 나의 전생입니다.

최근 방송인 이숙영 씨가 자신의 아버지가 가꾼 정원으로 몇몇 지인들을 초대했습니다. 텃밭보다는 꽃밭이 넓은 정원에서 눈웃음이 자연스러운 아버지를 뵈니 내 아버지가 겹쳐지네요. 그 아버지가 어떤 태도로 살아왔는지 알 것 같습니다. 멋이 중요한 낙천적 로맨티시스트!

이숙영 씨는 젊은날에는 늘 바깥으로만 도는 아버지가 못마땅해서 미워했는데, 어머니 돌아가시고 나니 아버지가 한 인간으로서, 남자로서 이해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아버지를 이해하면서 아버지를 닮은 아버지의 딸인 것이 좋다네요.

당신은 당신의 아버지를 이해하십니까?

아버지를 이해하고 사랑하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리지요?

내 아버지 돌아가신 지 10년, 문득문득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깨닫게 된 것이 있습니다. 슬프게도 그건 아버지 살아생전엔 아버지를 직접 만난 적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를 좋아했던 나는 어머니라는 거울을 통해서만 아버지를 보고, 평가했습니다.

어머니에게 아버지는 바깥으로만 돌며 자기 좋은 것밖에 모르는 무책임한 남자였습니다.

그러나 자식에게 모든 것을 주며 걸며 희생적으로 살아온 어머니를 빼고 보면 어머니가 말하는 무책임의 이면이 보입니다.

그것은 낙천성이었고, 자유였습니다.

 

어머니는 자식에게 모든 것을 걸었으나 아버지는 아이들은 하느님이 키우신다며 무조건 놓아주었습니다. 우리는 아버지에게서는 한 번도 공부하라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열심히 일하며 사는 일을 존재이유라 믿고 있는 어머니와 일을 핑계로도 바꿀 수 없는 그 어떤 가치가 있다고 믿은 아버지, 선악이 중요한 어머니와 그 경직성을 좋아하지 않은 아버지, 안정이 중요한 어머니와 자유가 중요한 아버지 사이에서 나는 ‘훔쳐가는 노래’의 진은영 시인의 말처럼 “소중한 것을 전부 팔아서 하찮은 것을 마련하는 어리석은 습관”이 있는 자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당신의 아버지는 살아 계신가요?

아버지를 자존감이 중요한 황혼기의 한 남자로서 진심으로 이해해 보신 적이 있나요?

아버지를 ‘아버지’라는 틀 속에 가둬 놓은 채 기대하거나 요구하거나 했던 어린 날들의 생각을 접어보면 아버지의 꿈이 보이고 사랑이 보이고 좌절이 보이고 두려움이 보입니다. 이상하지요?

나는 아버지를 이해했을 뿐인데 사랑하게 되는 것은 나 자신인 것이.

어머니처럼,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고 나 자신이 결박해 놓거나 금지해 놓은 것 속에는 결코 하찮다 할 수 없는 하찮은 경험들이 들어 있습니다. 그러고 나니 알겠습니다.

내가 왜 아버지의 딸로 태어났는지. 당신이 왜 어머니의 아들 혹은 아버지의 딸로 태어났을까요?


나는 생각합니다.

어른이 된다는 건 어머니, 아버지를 한 인간으로서, 여인으로서, 남자로서 이해하는 거라고.

이해하게 되면 관대해지고, 관대해진 만큼 자유로워지는 것은 나 자신입니다.

파울루 코엘류가 그랬습니다.

나 자신을 관대하게 풀어주는 일이야말로 인류 전체를 관대하게 풀어주는 일이라고.

부모는 참 희한합니다. 아무것도 가르치려 들지 않아도 죽어서도 스승이니까요.

돌아가신 아버지를 기억하면 내 안에 내재되어 있는 꿈이 일어나 춤을 춥니다. 아버지에게 드리는 제사는 나 자신과의 교감이기도 합니다.


이주향 수원대 교수·철학

 


/ 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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