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5. 17 일요일
04:00 동 트기 훨씬 전
나의 애마(愛馬)에
절친 팔봉(八峰)과 그의 아들 그리고 나
삼총사가
이탈되면 죽는 마냥 밧줄로 꽁꽁 묶은 듯 똘똘 뭉쳐
북(北)으로 북(北)으로... 향했다.
허공부터 고속도로 바닥까지
짙게 곂으로 깔린 새벽 안개를
세차게 헤치며 달리는 동안
문득,
만선(滿船)을 꿈꾸고 바다 중앙으로 가로 지르며
출항하는 어선(漁船)과 다름 없었고
바깥쪽에서 차창 넘어 불어 들어오는
새벽 공기는 마치 사과향 같았다.
그러나,
기분은 마냥 좋을 수 없는 이유는
사실은 팔봉 아내께서
연약한 체내 중에 괴물같고 태산같은
참으로 형용하기 어려운
그 무엇과 고전분투(孤戰奮鬪) 하고 있음으로
잠시나마 가족간 상봉하기 위함이다.
어느새 동 트는가 쉽더니
간간히 보이는 자동차 사이 사이로
바람이 비껴가듯 논스톱으로 후리치니
잠시 잠깐 올림픽대로, 가양대교 경유
출발 3시간...
단숨에 경기도 파주에 당도한다.
역시,
나의 애마는 적토마(赤兎馬)가 분명 하였다.
막상 요양원에 들어서고 보니
조심스럽고 긴장되고 마음이 천근만근 이였으며,
팔봉 가족들간 조용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나는 주차장 귀퉁이를 돌아서
주변을 돌아 보고 있는데
팔봉 아내께서
나를 찾아 걸어 오는 것이 아닌가?
반갑고 미안하고 고맙고 감사하고...
체중은 말 할것도 없지만
밝은 얼굴과 밝은 표정으로 내 손까지 잡아 주시니
용기 잃지 말고 끝까지 힘내라는 덕담과
하루 빨리 쾌차(快差) 하여
거룩한 저녁 약속까지 하게 이르럿고
약속은 반드시 꼭 지키시는 분이시니...
두 주먹 불끈 쥐고 두 눈 부릅뜨고
벌떡 일어서리라!!
긍정은 긍정을 낳는다는 불변의 신념(信念)을 상기하며
기수를 돌려 말로만 듣던 인천 부평에 입성
팔봉 둘째 형수님이 운영하는 추어탕 식당에서
가마솥 밥, 추어탕과 추어 튀김, 강정에 숭늉까지...
정신없이 허기진 배를 채우고
오고 가는 담소가 정겹다.
알고보니,
오늘이 팔봉의 선친 기일(忌日) 이라고 한다.
타지에서 한나절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판단에 가까운 불찜질 방을 찾았다.
가뜩이나 환장하는 불찜질과 사우나...
물과의 친숙 해짐을 원없이 하고
흩어진 지혜를 모으는 조용한 시간속에서...
20:00 쯤 팔봉의 긴급 호출이다.
알려주는 주소지가 미추홀(彌鄒忽) 이라고 하는데
주소지로 찾아 가는 중 얼른,
그 의미를 찾아보니 물의 성(城)으로 통했던
백제 초기 중심지로서 인천의 옛 이름이다.
누가 뭐라해도 나의 체신(體身)은 물이다.
더군다나,
방향이 북쪽 이라고 했겠다.
일단, 굳... 일단, 나이스...
어쩌면,
나와 깊은 인연이 될 수 있을것 같은 생각에
차후,
바쁜 시간을 내어 미추홀(彌鄒忽) 관련
공부를 해봐야 겠다고 생각해 보았다.
팔봉 온 가족들이
나를 징하게 격렬하게 맞이 해준다.
특히,
팔봉 큰형님께서도 좋아하시는 낙지찜을
통째로 내 앞에 내놓으시고
편안히 많이 드시라 하시며
맛난 도라지 나물까지 추천도 해 주신다.
오메... 이 일을 어찌하면 좋당가...
평소에 볼 수 없는 이 많은 음식들...
덕분에,
아래로 쳐졌던 배가죽이
순식간에 불룩~♡ 쑥~♡ 올라왔다.
그리고는 물 한사발 들이켰다.
갈 길이 멀어 사정과 양해 말씀을 올리고
21:30 경 경기도 청주시 오창으로
긴급 기수를 틀었고 네비게이션 안내 오류로
30분 지연된 23:00 쯤 도착을 하였다.
신안 왕소금구이 식당을 운영하는 두 젊은 부부인데...
복장 차림이 말끔한 정장이 아니든가?
일부러 그렇게 차려 입었다는 것이다.
얼마나 소중한 인연이길래
초저녁 부터 그 늦은 시간 까지
정장 차림으로 영접(迎接)을 한다는 말인가?
대단한 정성과 존경심이 아닐 수 없었으며
소금구이. 맛난 채소. 소스 따로 장만한 싱싱한 참돔회...
극진한 대접에 몸 둘 바를 몰랐다.
어느듯 시간은 01:20
서둘러 인사하고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드디어 사천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 율천(律天)도... 나의 애마인 적토마(赤兎馬)도 ...
다소 지친듯 하여
덕유산 휴게소 지난 어느 쉼터에서
1시간 정도 깜빡하기로 했다.
얼마 지났을까?
꿈 인지 생 인지...
적토마가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듯
귀가 번쩍하는
천지개벽 우당탕... 소리가 들리는 듯 하여
벌떡 일어났다.
아니나 다를까 옆에서 곤히 잠들은
팔봉의 코 고는 소리였음을...
드르릉 쿨쿨 우엑... 카... 음냐 푸~♡
팔봉 녀석! 나이 만큼 귀여운 놈...
코 고는 꼬락서니 하고는...
주먹으로 한 대 치고 자는 척 해 볼까 하다가
생긴 것에 비해 요리를 잘 하는 셰프라서
어금니 한번 물고 꾹~♡ 참았다.
어느새 동쪽 하늘이
벌겋게 닿아 오르는 05:00
저 멀리
내 고장 내 거처가 있는
사천 IC가 우리를 반긴다.
수준 높은 깨달음이 동반했던 하루이였고
무사히 잘 다녀 왔음에 조상님께 감사를 드린다.
팔봉(八峰) 횟띵!
庚子年 律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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