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면증
노병철
중 고등학교 때는 노는데 정신 팔려 잘 몰랐는데 군대 가서 보초 서다가 자는 바람에 총도 빼앗기고 몰래 창고에서 짱 박혀 자다가 탈영했다고 5분대기조까지 출동하는 일까지 벌어졌었다. 이때부터 내가 잠이 참 많은 놈이라는 것을 인지했다. 마누라랑 데이트하는데 앞에서 졸다가 지금까지 씹힌다. 전화 통화하다가 자는 경우는 다반사이고 고속도로에서 졸다가 사고까지 난 적이 있다. 그래서 지금도 장거리 운전은 가급적 하지 않는다. 이렇게 잠과 나와의 싸움은 아직 진행 중이다.
봄도 아닌 요즘도 시도 때도 없이 잠이 쏟아진다. 처음엔 피곤해서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그 빈도를 보니 도가 좀 지나치다. 그런 나를 보고 주위에서 많은 조언을 한다. 당뇨가 있으면 졸린다고 하고 차에서 조는 것은 일종의 차멀미라고도 이야기해 준다. 그렇듯 하지만 하나 마나 한 이야기를 하는 인간도 참 답답하고 들어나 마나 한 이야기에 솔깃한 척하는 나도 우습다. 소위 전문가라고 불리는 신경과 의사를 찾았다. ‘수면장애’라는 말을 사용한다. 비전문가인 나는 ‘기면증’이라고 우긴다. 원래 이런 때는 비전문가가 이긴다. 무식하니깐.
수면장애 안에 기면증이 있고, 이 증상은 특히 낮에 심하게 졸리는 증상을 가진다. 기면증은 밤에 잠을 충분히 잤음에도 불구하고 낮에 졸리는 것을 말하는 것이지 이틀 연속으로 드라마 본다거나 화투 친다고 밤새워서 잠이 부족해서 낮에 조는 것은 기면증이 아니다. 기면증 특징이 낮잠 검사를 했을 때 8분 이내에 잠들면 기면증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난 머리만 기대면 5분 안에 잠이 든다. 그리고 또 다른 특징이 15분 정도 자고 나면 아주 개운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내가 딱 이렇다.
이런 기면증 환자의 특징은 졸음이 병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폭식을 하기에 대부분 뚱뚱해져 있단다. 움직이기 싫어하고 조금만 움직여도 엄청나게 피곤 감을 느끼고 그래서 또 잠만 청하게 되고 심지어 밤일하다가 졸다가 발길질에 채여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기도 한단다. 갑자기 입에서 욕이 나오려고 한다. 정말 내 증상이랑 똑같다. 갓난애는 하루에 약 16시간을 잔다. 1년이 지나면 수면시간이 9~12시간으로 길어진다. 성인이 되면 약 7시간 정도가 되고. 노인이 되면 6시간 이하로 줄어든다. 책에 이렇게 쓰여있다. 나는 잠이 줄어들어야 할 나이인데도 12시간을 자도 잠이 모자란다.
“나르콜렙시는 하이포크레틴이 부족해서....”
“욕하지 말고.”
“미친놈. 검사나 받아봐.”
수면검사를 받았더니 밤새 70번 정도 무호흡증이 있다는 진단 결과가 나왔다. 잠을 푹 자지 못하고 선잠을 잔다는 것이다. 하루 8시간 정도 잠을 자는데도 불구하고 결론은 수면시간과 잠의 질은 별개의 관계라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일반적으로 의사가 말하는 수면장애는 잠이 들고 깨는 메커니즘에 이상이 생겨 시도 때도 없이 자는 경우와 야뇨증이나 악몽으로 자주 잠이 깨어 잠이 부족한 경우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면중 무호흡증을 이야기한다. 난 무호흡증이 문제라고 결론이 나온다. 무호흡증의 결과 무산소증에 빠지고 이로 인해 낮에 졸리게 되고 인지작용에 결함도 오게 된다는 것이다. 요즘 마누라 이름도 까먹는다.
“치료 방법이 뭐고? 수술할까?”
“살 빼면 된다.”
제기랄.
첫댓글 국장님,
마지막에 진짜 정답에 한 표 보탭니다..
"살 빼면 된다."
호사스런 병 "기면증"
ㅎ ㅎ
가장 어려운 치료 방법. ㅎ
그래도 잘자는 사람이 부럽습니다. 저는 학창시절 이후 다섯시간 이상 잔 날은 손꼽을 정도. 백신맞고 스무시간 자고 나니 수시로 백신 맞고 싶을 정도. ㅋ
ㅎㅎㅎ 이제껏 그래도 잘 살아오셨는데
이 나이에 새삼 바꾸실 필요 있습니까? 그 대로가 행복 하실 터 인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