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에 모처럼 아들 내외와 손자를 만나 오붓한 하루를 보냈다.
어디 갈 곳도 없어 집에서만 느긋하게 보냈다.
집이 춥고 침실도 불편하니 아들네가 오래 머물지는 못 했다.
시골의 불편함이 어디 이것뿐이겠냐만
모든 걸 감수하고 하룻밤을 묵어 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늘 춥게 지냈던 겨울을 보일러 다 틀어놓고 모처럼 따뜻하게 보냈다.
아들을 보내니 조금 허전했으나 우리도 부랴부랴 준비하여 양평으로 향했다.
눈길이라 평소 가는 길보다 좋은 길로 가려니 시간이 더 걸렸다.
덕분에 설경을 감상하면서 지루하지 않게 올라갔다.
같이 나이 들어가니 자식보다 형제가 더 정이 간다.
건강을 생각하고 노년의 소일거리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이 비슷하니 사는 방식도 닮았다.
두루 자식 안부도 묻고 살아갈 방도도 나누면서 겨울밤을 보내고 내려왔다.
조용한 시골로 내려오니 불편하든 말든 내 집이 제일 좋다.
그래도 조금 남은 여유가 있어서 영덕에 가서 평소 먹던 물회 한 그릇 맛봤다.
강구항의 찬바람을 맞으며 식당 커피를 한잔 나누니 인생 별것 없어 보인다.
긴 연휴를 끝내고 보니 1월은 끝나고 2월로 접어들었다.
아이들 커가는 시간보다 더 빨리 지나간다.
모세는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 하였다.
칠십도 안되었는데 벌써 날아가니 팔십이면 얼마나 빠를까?
설날 연휴가 지나듯 1월이 지나듯 눈 떠보면 꿈결처럼 성탄절을 맞이하고 있지는 않을까?
아이 때문인지 성탄 종소리가 이명처럼 귀를 울린다.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시9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