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은 막 지나갔지만, 아직 말복이 남아 있다. 예로부터 초복, 중복, 말복으로 이어지는 여름철 더위를 삼복이라고 하여 일년 중 가장 더운 시기로 손꼽았다. 우리 선조들은 더운 복날, 더위를 피하기 위해 술과 음식을 마련하여 시원한 계곡을 찾아 하루를 보내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는 지금의 여름 휴가와 비슷한 모습이다. 또한 복날에는 더위로 인해 지친 몸을 달래기 위해, 닭고기나 보신탕을 즐겼다고 한다.
영어 단어 중 삼복과 관련 있는 단어가 the dog days다. 이 단어는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지칭하는 삼복 더위를 의미하고 있다. 한자에서도 더위와 개는 관련이 있는데, 삼복의 ‘복(伏)’자를 살펴 보면 사람 인(人) 옆에 개 견(犬)이 있는 형상으로 복날과 개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
[예문] Some people eat dog stew or ginseng chicken soup during the dog days.
일부 사람들은 삼복에 보신탕이나 삼계탕을 먹는다.
보신탕과 삼계탕 외에 더위를 달랠 수 있는 좋은 음식으로 뭐가 있을까? 먼저 우리나라 선조들의 예를 들어보면, 지역에 따라 팥과 찹쌀로 쑤어 만든 복죽(伏粥)과 추어탕을 먹었다고 한다. 과일로는 지금도 여름철을 대표하는 수박이 일반적이었으며, 특히 흐르는 계곡물에 한참 담갔다가 꺼내먹는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일본에서는 복날에 장어를 먹는 풍습이 있다. 장어는 검은 색 음식이 스태미너에 좋다고 믿는 일본에서 최고로 생각하는 메뉴다. 고단백인데다 비타민A가 일반 생선보다 100배 정도가 많으며, 특히 남성들의 정력에 특효라고 알려져 있다. 일본의 복날에 해당하는 ‘토왕일’(土王日)에는 사람들이 아침부터 장어 음식점 앞에 길게 줄을 설 정도라고 한다. 요리방법으로 주로 간장 소스를 발라 구워먹거나 구운 장어를 밥에 올려 덮밥을 만들어 먹는다.
하늘 아래 못 먹는 게 없다는 중국은 보양식의 왕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에서는 복날 불도장과 거북탕을 즐긴다. 불도장은 청나라 때 개발된 요리로, 잉어부레, 사슴힘줄, 동충하초, 상어지느러미, 해삼, 전복, 각종 한약재 등을 항아리에 넣고 5~6시간 끓여낸 요리다. 불도장(佛跳墻)이라는 이름은 ‘냄새를 맡으면 참선하는 승려조차도 절 담장을 뛰어넘는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