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는 가야 한다?
성병조
(휴가는 가야 한다?) 시각장애인이 소풍 가는지 가지 않는지 명확하게 아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정답은 ’간다‘이다. 눈으로 보지 못해도 우리와 다른 감각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소풍과 수학여행을 빠뜨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현직에서 은퇴하여 매일 휴일인 우리 같은 사람도 휴가가 필요한 것인가. 휴가의 의미가 지친 일상에서 탈출하여 휴식하는 것쯤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대다수가 휴가는 여행으로 연결하는 경향이 많다. 그래서 우리도 휴가여행을 가려고 한다. 판에 박힌듯한 일상에서의 탈출이다. 우리 집 여성들은 기간이 길수록, 또 멀리 갈수록 좋아한다. 그런 여성 두 사람을 모시고 사흘간 여수, 고흥, 신안 방면으로 여행 떠나려 한다.
(집 떠나면 고생?) 요즘처럼 무더운 날씨면 어디 가나 고생이다. 바다는 바다대로, 산이나 계곡도 오가는 길이 편하지 않다. 딸아이의 휴가에다 아내의 바람에 맞춰 집을 나섰다. 여수에 베이스캠프를 치고 여수, 목포, 신안, 고흥을 돌아볼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여수까지 오고 보니 맥이 풀린다. 아이들 말처럼 무더위가 장난 아니다. 오동도가 눈앞에 전개되는 숙소에 도착하니 이곳이 바로 지상 낙원이다. 소노캄 여수는 2012년 여수 해양박람회 당시 주된 숙소로 사용된 곳이어서 최고의 시설을 자랑한다. 이곳에서 어디를 더 가랴. 당초의 계획이 어느 정도 실현될 지는 미지수이다. 여수 엑스포장과 오동도 산책으로 가볍게 하루를 마감한다. (소노캄 여수에서)
(천사의 다리를 보다) 대구서 여수까지, 여수서 천사대교까지 200km 정도로 비슷하다. 이렇게 먼 거리를 가자는 아내의 말에 맘이 썩 내키지 않았다. 신안군은 전국에서 섬이 가장 많다. 무려 1,025개, 여기서 나무와 풀이 없는 21개를 제외하면 1,004가 된다. 9년에 걸친 공사 끝에 2019. 4. 4 개통된 다리 이름을 1,004 대교라 명명하면서 신안군에는 온통 천사로 들끓고 있다. 국내 4위 7,220m의 천사 개통으로 압해, 암태, 자은, 팔금, 안좌도 등이 육지처럼 변했다. 맨 아래 안좌와 반월, 박지도를 잇는 5.7km의 퍼플교는 주민 아이디어의 결정체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어제는 섬과 다리만 실컷 보았다. 그중 이곳 여행을 제안한 아내의 다리도 천사를 닮은 게 분명하다. (신안 천사대교에서)
(여수서 고흥까지) 대구서 고흥까지, 그리고 여수서 고흥 가는 길이 금방 생각난다면 지리에 밝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여수서 두 밤을 자고 고흥행을 택했다. 종전 같으면 순천 벌교로 둘러가야 할 길이 작년 2월 여수 화양면과 고흥 영남면 간 다리가 놓임으로서 내왕이 편리하고 빼어난 경치를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4개의 섬을 연결하는 5개의 다리를 지나게 된다. 부산 가덕도와 거제도를 잇는 거가대교를 연상케 하지만 이곳에는 통행료가 없고 더 아름답다. 고흥의 팔영산, 나로도 우주 기지, 한센인의 눈물이 서린 소록도, 9년 공사 끝에 2,011년 개통된 거금대교 (거금도는 김일 선수의 고향으로 기념 체육관이 있다)를 지나 섬을 일주하는 도로가 일품이다. (고흥 거금도에서)
(여수에서 놀라다) 경상도 사람이 전라도 여행은 좀 적은 편이다. 옛 대구-광주 간 88고속고로가 개통된 후에도 도로가 조용하였다. 이번 사흘간의 여행 숙소를 여수로 잡았다. 여수는 특색있는 도시다. 오동도, 돌산도 등 많은 섬을 낀 아름다운 도시에다 이순신 장군의 흔적을 크게 벤치마킹한다. 2012년 여수 해양엑스포를 앞두고 건설한 광양-여수 간 다리 이름을 이순신대교로 명명하였고, 시내에는 이순신 광장이 있다. 거북선과 용을 만들어 눈길을 끈다. 평일 저녁인데도 몰려든 인파들로 무척 붐빈다. 들린 식당의 방문자 명단을 보니 서울, 인천, 충청 등 전부 외지인이다. 그래서일까. 여수는 단일 도시로는 국내 제일의 관광객을 자랑한다.
(여행은 필요한가?) 직장생활 때 별난 임원이 있었다. 천 명이 넘는 대기업이어서 다양한 사람이 있다. 그는 술과 골프가 특기(?)이다. 틈만 나면 임원실 구석에서 골프 퍼팅 연습을 한다. 직원들과 등산 가더라도 산에 오르는 법이 없다. 애써 오르면 곧 내려올 텐데 뭐하러 땀을 흘리느냐는 투다. 심지어는 버스에 내리자마자 몇몇 직원들을 회유하여 술을 마신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여행도 비슷한 게 아닐까. 무더위에 왜 그런 고생을 사서 하느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코로나로 고생하는 와중에 해방감을 맛보기 위함일까? 여수, 신안, 고흥의 여러 섬과 지리산에는 인파로 넘쳤다. 사흘 동안 무려 1,100Km를 달렸지만 흡족한 마음이다.
(남도 여행 2021 8.1- 3)
첫댓글 쉬는 여유는
항상.필요합니다
이런저런 사유로 휴가 가지 못하는 분에게 누가
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재미 있으라고 쓴
글임을 이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본문 내용 모두는 사실에 근거한 것임을
분명히 밝혀 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