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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 대 │ 홍해리 시인 ┛ 스크랩 홍해리 시인의 봄꽃시
洪海里 추천 0 조회 149 16.02.28 18:43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 개화開花

 

바람 한 점 없는데

매화나무 풍경이 운다

 

아득한 경계를 넘어

가도 가도 사막길 같은 날

물고기가 눈을 뜬다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꽃 피는 소리에 놀라

허공에서 몸뚱이를 가만가만 흔들고 있다

꽃그늘에 앉아

술잔마다 꽃배를 띄우던

소인묵객騷人墨客들

마음 빼앗겨

잠시 주춤하는 사이

뼈만 남은 가지마다

폭발하는,

 

오오, 저 푸른 화약花藥 내!

 

 

 

♧ 할미꽃

 

생전에 고개 한 번 들지 못한

삶이었으니

죽어서도 여전하구나

있을 때 잘해! 라고 말들 하지

지금 여기가 극락인 줄 모르고

떨며 사는 삶이 얼마나 추우랴

천둥으로 울던 아픈 삶이었기

시린 넋으로 서서

절망을 피워 올려 보지만

자줏빛 한숨소리 우뢰처럼 우는

산자락 무덤 위

할미꽃은 고갤 들지 못한다

이 에미도 이제

산발한 머리 하늘에 풀고 서서

훨훨 날아가리라, 할미꽃.

 

 

♧ 유채꽃

 

내가 쓰는 글마다

하나같이 노란 연서 같다

성산일출 바다가 풀어놓는 물감보다

시적인 사랑이 어디 있겠는가

세상이 온통 노랗다

어쩌자고

제주 현무암처럼

내 가슴에 구멍이 숭숭 뚤리는가

봄이 오면. 

 

 

♧ 각시붓꽃*

 

무지개 피듯

양지바른 산자락

잠시 다소곳 앉아 있던 처자

일필휘지로 꽃 한 송이 그려 놓고

날이 더워지자

보이지 않는다.

어디로 갔나

가을이 가고

겨울이 가도 소식이 없고

자줏빛 형상기억으로 남아

봄이 오기만 기다리고 있네

기쁜 기별 기다리고 있네.

 

---

* 각시붓꽃은 여름이 되면 꽃과 잎이 없어지는 ‘하고현상(夏枯現象)’을 일으킴.

 

 

♧ 배꽃 - 홍해리(洪海里)

 

1

바람에 베어지는 달빛의 심장

잡티 하나 없는 하얀 불꽃이네

호르르 호르르 찰싹이는 은하의 물결.

 

2

천사들이 살풀이를 추고 있다

춤 끝나고 돌아서서 눈물질 때

폭탄처럼 떨어지는 꽃 이파리

그 자리마다 그늘이 파여……

 

3

고요가 겨냥하는 만남을 위하여

배꽃과 배꽃 사이 천사의 눈짓이 이어지고

꽃잎들이 지상을 하얗게 포옹하고 있다

사형집행장의 눈물일지도 몰라.

 

4

배와 꽃 사이를 시간이 채우고 있어

배꽃은 하나지만 둘이다

나와 내가 하나이면서 둘이듯이

시간은 존재 사이에 그렇게 스민다.

 

 

 

♧ 서향瑞香

     --화적花賊

 

꽃 중에서도 특히 이쁜 놈이 향기 또한 강해서

 

다른 놈들은 그 앞에서 입도 뻥끗 못하듯

 

계집 가운데도 특히나 이쁜 것들이 있어서

 

사내들도 꼼짝 못하고 나라까지 기우뚱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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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6.02.29 14:15

    첫댓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늘 활기차고 행복한 시간 이어 가시길 바랍니다.

  • 16.02.29 18:27

    푸른 화약내를 어서 맡아 보고 싶습니다.
    세월이 갈 수록 봄이 더욱 새롭고 경이롭습니다.
    설레는 마음은 너무나 당연하고요.
    봄을 샘하는지
    오늘은 다시 겨울이가 심술을 부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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