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인, 관노가면극의 안병현 전수교육조교
- 전통문화 짝사랑 소년서 전파자로 “시시딱딱이 전국 누빌때까지 전념”
- 예능보유자 사사 위해 주소 옮겨 전과정 습득
- 가면극 대중 호흡 연구 인형극·뮤지컬로 변신
▲ 국내 유일의 무언(無言) 가면극인 관노가면극의 안병현 전수교육조
교가 공연에 앞서 양반탈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강원도민일보 이재용 기자님)
국내 유일의 무언(無言) 가면극으로 전통 극예술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는 강릉 관노가면극이 진화하고 있다. 천만 관객이 선택한 영화 ‘관상’에
출연했는가 하면, 변사의 재미있는 설명이 곁들여진 인형극까지, 대중들과 함께 호흡·소통하는 모습은 현재 진행형이다.그 중심에 안병현(52) 관노가면극 전수교육조교가 있다.“전통을 보전·계승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멈춰 설 경우 더이상 발전은 없다”는
것이 그의 평소 지론이다.지난 십수년간 초등학생들도 쉽게 관노가면극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교육사업에 힘을 쏟으면서 현재
강릉지역에는 초·중·고교 및 대학, 일반인 동아리만 줄잡아 20여개가 될 정도로 관노가면극이 대중화·보편화 지평을 넓히고
있다.안 조교가 평생 국악과 민속놀이 등 전통문화와 인연을 맺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한 것은 중학교 2학년때인 197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당시 흑백 TV에서 국악 프로그램을 본 순간, 빨려 들어가는 듯한 강한 충격을 받았다. 단순한 시청자가 아닌 TV 속에서 함께 공연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것. 모범생 안 조교는 그 후 질풍노도의 시기에 ‘반항아’가 됐다.
일반계 고교로 진학하지 않고 국악을 배우겠다고 선언했다.초등학교 교사인 부친은 갑작스러운 아들의 선언에 당황했고 처음으로 아들의 뺨을
때렸다. 국악고를 다니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강릉에 있는 일반계고로 진학했다.그렇게 방황 아닌 방황을 하다 2학년부터 마음을
잡고 공부를 했고, 한국외국어대 인도어학과에 합격하기도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적성에 맞지 않는 공부에 시간을 허비하느니 고향에서 여유있게 민속음악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에 외대 입학을 포기하고 강릉의 한 대학교로 진로를 바꿨다.입학하자 마자 풍물을 마음껏 하고 싶어 민속문화연구회 동아리도 설립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 17호 봉산탈춤도 천리길 서울로 오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은 채 배웠다. 하지만 곧바로 한계에 직면했다.
지역에서 국악과 풍물, 탈춤 등을 배우는 것이 쉽지 않은 탓이었다. 결심하면 곧바로 행하는 것이 안 조교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다.대학을 자퇴하고 곧바로 군입대를 결정했고, 국방의 의무를 마쳤다. 그 때 기회가 찾아왔다.5월 단오 때
강릉 단오장에서 공연중인 관노가면극 연기자들을 보고, ‘이거다!’라는 생각에 곧바로 연기자를 쫓아갔다. 지금은 고인이 된 권영하 관노가면극
예능보유자로 부터 양반춤을 전수받고 있던 김종군 현 관노가면극 예능보유자였다. 최고 권위자인 권영하 선생을 만나야 한다는 생각에 한달음에
찾아갔지만, 마을사람이 아니면 배울 수 없다는 말에 주저없이 유천동으로 주소지를 옮기고 5년동안 그 곳에서 관노가면극의 전과정을
배웠다.단오제에 대한 이해와 공부를 위해서는 축제 현장 체득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대관령에서 강릉단오장으로 신목을 옮기는 신목잡이도 지난 1989년부터 2013년까지 25년동안이나 했다. 그렇게
단오제와 그는 인연의 깊이를 더하면서 한 몸이 됐다.강릉단오제의 세계화를 위해 무언극인 관노가면극과 같은 콘텐츠만한 것이 없다는
판단 아래 지난 2000년부터 전세계 곳곳에서 공연을 성황리에 주도하고 있고, 강릉단오제의 정수를 담은 ‘다노네, 다노세’ 공연도 지난
2007년부터 매년 올리고 있다. 관노가면극에 변사의 설명을 곁들인 인형극을 무대에 올렸고, 아이 눈높이에 맞춘 뮤지컬 관노가면극 ‘소원을 말해봐’ 등 공연은 ‘강릉’만의 색다른 문화 콘텐츠가 되고 있다.올해는
‘2014 강원국제민속예술축전’ 예술감독을 맡아 ‘강(江)원(原)도(道)’의 의미를 담아 ‘물 위에 흐르는 음악, 언덕 위에서 부르는 소리,
길에서 노니는 춤’, 즉 ‘악(樂)가(歌)무(舞)’를 도내 3개 권역에서 풀어낼 각오다.안병현 관노가면극
전수교육조교는 “천년을 이어온 전통문화가 또다시 천년동안 이어지려면 박제화된 박물관 문화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끊임없이 발전하고 대중과
호흡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로미오와 줄리엣을 바탕으로 한 영화 등이 전세계적으로 수백편에 달하지만, 똑같은 것은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 참조 : 강원도민일보 구정민 기자님(6.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