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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거인사랑◈ 원문보기 글쓴이: 승부는몸쪽직구
“안뇨하세요?” “안녀하세요!” “안녕?”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레즈의 홈구장 그레이트아메리칸볼파크에서 만난 레즈 관계자들은 한국에서 온 기자를 보고 대부분 부정확한 한국어 발음으로 ‘안녕하세요’를 외치고 있었다. 구단 홍보담당자는 물론 엘리베이터 자원봉사 할아버지, 그리고 선수들도 한국 기자에게 던진 첫 인사가 다소 어눌한 발음의 ‘안녕하세요’란 인사였다. 이것이 바로 신시내티 홈구장에서 처음 느낀 ‘추신수 효과’였다.
신시내티 레즈의 톱스타는 2011년 12년간 2억 4,650만 달러(약 2,750억)의 장기계약을 맺은 19번 조이 보토이다. 그런데 신시내티의 구단 용품샵에서는 17번 추신수 티셔츠가 동이 났다. 특히 17번 키즈 티셔츠는 오래 전에 ‘sold out’됐다는 게 매장 직원의 설명이다.
시카고컵스와의 홈경기가 열린 날, 관중석에서 가장 많이 들린 소리가 ‘신수 추’였다. 추신수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레즈 팬들은 추신수의 이름을 목 놓아 부르며 그의 활약에 달뜬 기대를 드러냈고, 그 기대에 정확히 부응하는 추신수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추신수를 영입하면서 ‘팀의 필요한 마지막 퍼즐 조각을 찾았다’라고 기뻐했던 자케티 단장을 비롯해 더스티 베이커 감독은 추신수의 만점 활약 덕분에 덕아웃은 물론 클럽하우스에서도 추신수를 향한 애정을 결코 숨기지 않는다.
선수들은 또 어떠한가.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조이
보토는 추신수에 대해 “야구의 영혼을 몸으로 보여주는 선수”라면서 “신수(조이 보토는 추신수를 ‘추’가 아닌 ‘신수’라고 표현했다)를 통해
새롭게 배우는 게 더 많다”라는 표현으로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신시내티의 리드오프 역할을 맡아 만점 활약을 펼치고 있는 추신수. 주위의 과분한 칭찬과 기대에 살짝 부담도 되지만, 추신수는 이 자체를 즐기고 싶어 한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
라커룸에서의 추신수는 그가 신시내티와 1년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선수들과 끈끈한 유대 관계를 선보였다. 지난 4월 22일 마이애미 말린스전에서 추신수의 몸에 맞는 볼이 한 경기에서 2개나 나왔을 때 경기 후 라커룸 분위기는 험악해졌고, 레즈 선수들은 진심으로 추신수의 몸 상태를 걱정했다.
네이버 <매거진S>에서는 상승세인 팀 성적 못지않게 끈끈한 팀워크로 빨간색 유니폼의 진가를 유감없이 선보이고 있는 레즈의 베이커 감독을 비롯해 선수들 10명에게 ‘당신이 만약 기자라면 추신수에게 무슨 질문을 하겠느냐’라고 묻고, 그들에게 질문을 받아 추신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더스티 베이커 감독은 물론 조이 보토, 선발투수 맷
레이토스 등은 이런 구성에 대해 ‘매우 흥미롭다’며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추신수 또한 자신의 동료들이 어떤 질문을 했는지에 대해 궁금해 했다.
라커룸에서 선수들과 인터뷰를 하며 질문을 받는 동안 추신수는 그 옆을 지나다니며 인터뷰 중인 선수들과 장난을 치기도
했다.
추신수를 진심으로 아끼고 걱정해 주는 더스티 베이커 감독. 그는 한국 문화에 대해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
더스티 베이커 감독
추신수에게 종종 간식거리를 건네며 따뜻한 ‘정’을 표현하는 더스티 베이커 감독을 감독실에서 만났다. 베이커 감독에게 질문을 받기 전, 추신수에게 간식을 챙겨주는 이유에 대해 물었더니 그는 감독실 한켠에 있는 서랍장을 열며 양초들을 보여주었다.
그는 “추가 양초를 좋아한다고 들었다. 이 양초들 중에서 하나가 추한테 갈 예정”이라는 설명으로 추신수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베이커 감독은 자신이 선물한 만큼 추신수한테도 받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몸에 맞는 볼을 많이 맞고 있기 때문에 선물까지 달라고 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라는 대답으로 폭소를 터트리게 했다. 다음은 베이커 감독의 질문이다.
베이커: 추! 난 평소 동양 문화, 특히 한국 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내가 만약 한국을 방문한다면 나한테 한국 문화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을까?
추신수(추): 당연하다. 시간과 기회가 된다면 신시내티 선수단을 모두
한국으로 초청하고 싶은 마음이다. 특히 베이커 감독이 한국 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꼭 초청해서 아름다운 한국의 문화에
대해 많은 걸 알려드리고 싶다. 그러나 나 또한 부산에서 야구만 하고 지내다 미국에 왔던 터라 한국 문화를 제대로 알려면 어디로 안내를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한국의 맛집, 명소, 그리고 문화재 등에 대해선 아는 만큼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어제 주셨던 너트믹스
종류는 보기와는 달리 꽤 맛있더라(웃음). 잘 먹고 있다.
조이 보토와의 기쁨에 겨운 세리머니. 조이 보토와 추신수는 서로에 대한 존경심이 대단했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
조이 보토
신시내티 클럽하우스에서 가장 큰 규모의 라커를 사용하고 있는 조이 보토는 거의 자리에 없었다. 기자들에게 클럽하우스를 오픈하는 20여분 동안 조이 보토는 늘 자신의 자리를 비웠다. 다른 기자들에 의하면 조이 보토가 최근 성적이 안 좋아 기자들과의 인터뷰를 피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그런 그가 클럽하우스 문을 닫기 5분 전 라커룸에 나타나 훈련을 나가기 위해 장비를 챙겼다. 그에게 다가가 잠깐 인터뷰를 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한국에서 온 것이냐’며 시계를 쳐다본 후 인터뷰를 하자고 자리를 잡았다.
조이 보토는 추신수가 신시내티에 합류한다는 소식을 듣고 굉장히 기뻤다고 설명했다. 추신수가 과연 소문대로 성실하고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줄 수 있는지에 대해 궁금했는데, 자신이 직접 본 추신수는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질문을 던졌다.
조이: 신수는 홈경기나 원정경기나 가장 먼저 출근한다. 그리고 우리 팀의 어느 선수보다 가장 오랫동안 경기 준비를 한다. 어떻게 해서 그런 생활 패턴을 갖게 된 것인지 궁금하다. 솔직히 얘기해 줄 수 있는 건가.
추: 조이한테만 살짝 비밀을 얘기하겠다. 절대로 다른 선수들한테 말하면 안 된다(웃음). 내가 일찍 나오는 이유는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샤워시설과 마사지를 받는 시간들을 온전히 누리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베팅게이지에서 혼자 타격 훈련을 하다 보면 코치랑 많은 대화를 나눈다. 코치도 선수들이 없다 보니 나한테만 집중할 수 있고, 그로 인해 평소 생각했던 내용이 있을 경우 장시간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출근하는 시간에는 클럽하우스 안의 모든 시설들이 붐빈다. 난 혼자서 조용히 경기 준비를 하면서 몸과 마음을 경건히 하는 걸 좋아한다. 이런 방식은 아주 오래 전부터 해왔던 부분이다. 그런데 앞으로 나한테 새로운 ‘친구’가 한 명 생길 것 같다. 내 ‘비밀’을 알고 조이도 일찍 나오려 할 것 같기 때문이다(웃음).
처음 만난 추신수를 가장 '격하게' 맞이했던 브랜든 필립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
브랜든 필립스
브랜든 필립스는 추신수가 신시내티 스프링캠프에 처음 합류했을 때 가장 반갑게 추신수를 맞이했던 선수이다. 추신수에게 ‘강남스타일’에 대한 궁금증을 나타냈고, 클럽하우스에서 추신수에게 말춤을 선보이며 추신수를 포복절도케 했던 장본인이다.
브랜든: 추! 내가 당신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지? 평소에 네가 원정 경기 때마다 한국 음식점에 데리고 가서 여러 가지 음식을 맛보게 하는데, 난 가장 맛있었던 게 갈비였거든. 한국의 갈비는 똑같은 고기로 하는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맛이 있는 거니?
추: 브랜든! 정말 그게 나한테 궁금한 질문이야? 나한테 궁금한 게 갈비맛을 알아 보는
거냐고! 하하, 메이저리그 생활하면서 선수들과 친해지는 방법 중 하나가 한국 음식점을 소개하는 거였어. 선수들이 다른 건 몰라도 불고기, 갈비는
진짜 좋아하더라고. 너도 거기에 넘어온 거고! 아직 만족하지는 마. 더 맛있는 한국 음식점이 시카고에 있으니까. 5월 초 시카고 컵스 원정경기
때 선수들을 데리고 그 음식점을 방문하려고 해. 브랜든도 이미 그 모임에 예약을 해뒀지? 그때 내가 한국 갈비의 깊은 맛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줄게. 그런데 나도 직접 갈비를 만들어 본 적은 없어. 내 와이프가 해준 것만 먹어봐서^^.
나이는 어리지만 추신수를 가장 따르고 좋아하는 제이 브루스. 추신수와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는 선수 중 한 명이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
제이 브루스
추신수의 중견수 포지션 변경을 걱정한 나머지 우익수인 자신이 그 자리를 내놓고 중견수로 이동할 수도 있다고 베이커 감독을 찾아가 의사를 전달했던 제이 브루스. 그는 실제 생활에서도 추신수를 살갑게 챙겼다. 기자와의 인터뷰 전까지 성적이 신통치 않아 스트레스를 받을 법도 했지만, 제이 브루스는 내색하지 않고 성실한 태도로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추신수가 공수 모든 면에서 뛰어난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면서, 그가 신시내티 유니폼을 입은 건 우리 모두의 행운이라는 표현으로 추신수를 반겼다.
제이: 추! 이건 다소 어려운 질문일 수도 있어. 그런데 항상 궁금했던 부분이니까 물어볼게. 한국과 미국의 야구문화가 많이 다르다고 들었는데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는 거야?
추: 진짜 어려운 질문이네. 이 질문을 하려고 내가 그 옆을 지나쳤을 때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었던 거야? 하하. 제이! 고등학교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왔을 때 가장 부러웠던 게 뭔지 알아? 여기는 야구를 어린아이부터 놀이로 체득하면서 생활 속에 야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었어. 즉 한국에서처럼 진학을 목적으로, 프로 입단을 목표로 야구를 하는 게 아니었던 거지. 그렇다보니 한국 선수들은 그 목표 달성을 위해 죽기살기로 매달리는 편이야. 나 또한 마찬가지였고. 어떤 방식이 좋고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야구를 스포츠가 아닌 레저로 알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많이 부러웠었지. 한국은 선후배 문화가 철저해. 후배가 선배한테 깍듯하게 대해야 해. 한국에서 제이를 만났더라면 나한테 고개 숙이고 다녔어야 한다고. 나보다 나이가 한참 어리니까^^. 미국은 무엇이든지 자유로워. 그 자유로움 속에 엄격한 룰이 있지. 양쪽 문화를 다 접하고 있는 나로선 주어진 환경에 맞게 생활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야.
추신수랑 자주 어울리고 싶어 하는 남자, 토드 프래지어.(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
토드 프래지어
라커룸에서 만난 토드 프래지어는 유쾌 상쾌한 선수였다. 시즌 초 자신의 성적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리고, 신시내티 동료들에 대한 뜨거운 우애를 드러내면서 추신수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지자, 시원한 웃음을 터트리며 이런 얘기를 전했다.
토드: 추, 난 너랑 자주 어울리고 싶은데, 넌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추: 언제든지 콜! 그렇게 말해줘서 진짜 고마워. 홈경기 때는 다들 가족들한테 돌아가기
바쁘지만 난 아직 애리조나에서 가족이 오지 않아 한가하다고. 경기 후 같이 저녁을 먹어도 되고, 아니면 맥주라도 한 잔? 토드는 항상 밝게 웃고
있어서 보기 좋은 것 같아. 너의 웃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기운이 솟아. 클럽하우스의 에너자이저
토드!
제이어 폴. 추신수가 한국에서 어느 정도의 인기를 얻고 있는지 궁금해 했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
제비어 폴
제비어: 선수들 말로는 추, 네가 한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면서? 그게 사실이니?
추: 글쎄, 이런 대답을 내 입으로 말하는 게 좀 쑥스럽네. 너한테 찾아간 한국 기자한테 물어보지 그랬어. 조금 자랑을 한다면 편하게 거리를 걸어 다니기 어려울 정도? 하하 농담이야. 요즘 성적이 좋아서 그런지 팬들이 더 많이 늘어난 것 같아. 클럽하우스로 한국 팬들이 선물도 보내주잖아. 정말 감사한 분들이야.
데릭 로빈슨
데릭은 제비어 폴과 함께 앉아 있다가 인터뷰에 응했다. 데릭 로빈슨은 어깨 수술로 부상자 명단에 오른 루드윅 대신 마이너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승격된 젊은 선수이다.
데릭: 요즘 추가 몸에 맞는 볼이 많은데, 같은 선수 입장에서도 굉장히
안타깝고 걱정이 돼. 몸은 진짜로 어떠니? 아픈데 참고 뛰는 건 아니야?
추: 시즌이 초반인데 지금 내 몸 상태는 시즌 종료 직전이야(웃음). 그래도
감독, 코치, 선수들 모두가 내 몸 상태에 대해 걱정해줘서 아파도 참을 만 해. 지금까지 몸에 맞는 볼이 10개 나왔는데 솔직히 고백해서 4개
정도는 진짜로 맞은 게 아니고 살짝 스친 정도였거든. 마음씨 좋은 심판이 그걸 몸에 맞는 볼로 선언하신 거지. 이 또한 나의 운이 아니겠어?
머리로 날아오는 공만 아니라면 얼마든지 맞을 각오 돼 있어. 내 임무는 출루이잖아. 내가 나가야 뒷 타선이 살아나니까 어떻게 해서든 출루하겠다는
생각을 해. 물론 요즘 2번 치는 코자트가 조금 헤매고 있긴 하지만, 그 선수도 곧 제 자리를 찾을 거라고
믿어.
인디언스에서부터 한솥밥을 먹은 잭 해너한과 추신수.(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
잭 해너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시절 동료였던 해너한이 올시즌 추신수와 함께 신시내티 유니폼을 입고 레즈 선수로 함께 활약 중이다. 해너한은 추신수와 마찬가지로 신시내티에서 가족들 없이 혼자 생활하고 있다. 5월 초 가족들이 신시내티로 이사를 온다며 기대감을 부풀리는 그는 추신수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남겼다.
잭: 하이 추! 클리블랜드 클럽하우스 분위기 생각나지? 굉장히 시끌벅적했던 거. 그런데 신시내티는 베테랑 선수들이 많아서 그런지 조용하고 도서관 같아서 처음에는 좀 당황스러웠어. 나만 그랬나? 추, 너도 그런 생각이 들었니?
추: 당연하지. 나도 처음에는 라커룸 분위기가 너무 조용해서 깜짝 놀랐어.
경기 후 라커에서 맥주 마시는 선수도 없었고. 선수들이 모두 조용히 대화를 나누며 경기 준비하는 모습을 보고 ‘역시, 잘 나가는 팀은 이렇게
다르구나’하는 느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야. 해너한! 난 지금의 이 분위기가 더 맞는 것 같아. 모두 같은 목표를 위해 집중해 가는 과정이 정말
마음에 들어. 그리고 처음에 신시내티에 왔을 때 해너한이 옆에 있어서 마음이 정말 편했어. 나 혼자만 있었다면 많이 어색했을 거야. 물론 여기
선수들이 그런 생각을 오래 갖게 하지 않았겠지만 말이야(웃음).
추신수의 실책을 자신이 나서서 감싼 맷 레이토스. 추신수에 대한 신뢰가 대단했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
맷 레이토스
지난 9일 세인트루이스전에서 추신수가 범한 실책 2개가 득점으로 연결되는 바람에 선발투수로 나왔던 맷 레이토스의 시즌 첫 승 기회가 사라진 일이 있었다. 그런데 경기 후 레이토스는 추신수의 실책을 탓하지 않고 자신의 공이 모두 좋지 않았고, 자신이 잘 던졌더라면 추신수의 실책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해 한국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이끌어냈다. 이 얘기를 레이토스에게 전달했더니, 그는 또 다시 “당시 추에게 뭐라고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그건 추가 잘못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면서 “(실책에)신경쓰지 말고 게임에 집중하면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추에게 말했고, 실제 우리가 이겼다”면서 환한 웃음을 지었다.
맷: 추가 타석에 설 때마다 당당해 보이는 자신감이 굉장히 인상적이야. 투수 입장에선 그런 선수를 상대할 때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거든. 그건 그렇고, 추! 한국에서 야구를 하다가 미국 무대에 서기 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 그런 모든 걸 극복해갈 수 있었던 힘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해.
추: 루키 시절부터 모든 마이너리그 단계를 다 거쳐서 빅리그에 올라왔던
경험이 당시에는 엄청난 고통이었지만, 지금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양분으로 작용하고 있어. 그때는 햄버거 사 먹을 돈도 없었고,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어. 경제적으로 힘들 때는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유혹에 시달렸고, 아이가 태어난 후
돈 때문에 시달릴 때는 ‘내가 하는 야구로 인해 가족들이 불행해진다’는 생각에 야구장으로 나가기가 두렵더라고. 그런데 그렇게 힘들게 단계를
거쳐서 올라간 경험들이 이후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좋은 기억으로 떠올라 힘을 주는 거야. 그때도 참았는데, 그렇게 힘든 시기도 겪었는데, 이걸
못 이겨낼까? 하는 생각들이 날 지탱해주고 있는 거지. 맷! 재미있는 얘기 하나 해줄까? 루키 때 홈에서 하는 경기 중에 홈런이 나오면 관중들이
1달러씩 돈을 걷어서 홈런 친 선수에게 전달해주는 이벤트가 있었어. 내 아내는 내가 홈런쳐서 그 돈들을 안고 들어오면 다리미로 1달러들을 다
다려서 가지런히 모아놓았다고. 그 돈이 모아지면 꽤 되었거든. 우리 아기 분유값으로 그만이었지. 그런데 아내가 홈이 아닌 원정에서 홈런을 치면
별로 안 좋아하더라고. 원정에서는 그런 이벤트가 없다 보니 홈런치려면 가급적 홈에서 치라고 은근히 압력을 가했지 하하. 나한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내와의 마이너리그 추억 이야기야.
샘 르큐어도 추신수의 부상을 염려했다. 처음엔 추신수를 '터미네이터'로 오해했다며 우스갯소리를 전했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
샘 레큐어
샘: 난 이게 항상 궁금했어. 혹시 추는 사람이 아닌 ‘터미네이터’가 아닌지(웃음). 그런데 샤워실에서 네 몸을 보면 분명 사람 몸이 확실한데 말이야. 네 몸에 훈장처럼 있는 멍 자국만 없으면 말이야. 클리블랜드에서도 이렇게 많이 맞고 살았니?(웃음)
추: 하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는 맞기 보다는 아예 다쳤지. 손가락도 부러지고. 지금
이 정도만 맞는 거라면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어. 그리고 샘! 난 맞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아. 타석에 설 때도 가급적이면 피하려 하고. 그러나
삼진아웃 당할 위기에 처한다면 출루를 위해 맞는 걸 선택할 수도 있어!
신시내티 레즈 감독, 선수 10명과 추신수와의 인터뷰는 3일간
진행됐다. 특히 추신수는 선수들의 질문 내용을 전해 듣고, 살짝 감동하는 눈치였다.
신시내티 선수들의 질문을 받고 살짝 감동한 추신수. FA 이후 추신수가 신시내티와 계속 인연을 이어갈지는 모르지만, 그는 지금 이 순간 충분히 행복하다고 말한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
“요즘 우리 팀 선수들은 물론 상대팀 선수들도 나에
대해 과분한 칭찬을 해준다. 심지어 심판들까지, 내가 출루해서 나가 있을 때 이런저런 격려를 해주며 ‘대단하다’는 말을 꼭 붙인다. 과연 내가
그들의 칭찬을 받을 만큼 잘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선수들이 좋아해주니까 행복하다. 그러면서도 불안하다. 이런 느낌이 시즌
끝날 때까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추신수는 말린스와의 홈경기가 벌어진 4일 동안 말린스의 마이크 레드몬드 감독 때문에 설렘이
컸다고 말한다. 레드몬드 감독은 2010년 추신수와 함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선수로 활약했던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레드몬드를 만나고 깜짝 놀랐다. 클리블랜드에 있을
때 그는 내 라커 바로 옆자리였다. 당시 대화도 많이 나누고 친하게 지냈던 사이였는데 이렇게 다른 팀 감독과 선수로 만나니까 기분이 묘했다.
말린스전 마지막 날, 레드몬드가 나한테 다가와선, 이렇게 말하더라. ‘추, 난 네가 날 좀 봐줄 줄 알았는데, 우리 팀 만나서 더 잘하는 모습을
보니까 네가 자꾸 미워진다’라고(웃음). 참 멋진 선수였고, 앞으로 훌륭한 감독이 될 것 같다.”
추신수는 4월 26일 현재, 내셔널리그 타격 2위, 최다 안타는 내셔널리그 단독 선두, 그리고 출루율은 메이저리그 전체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가 가장 신경 쓰고 있는 기록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난 타율이 가장 신경 쓰인다. 그 다음이 출루율이다. 안타를 치지 못하더라도 볼넷으로 출루하면 나중에 성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더라. 중요한 건, 이 모든 것이 마음 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야구가 재미있다.”
그는 몸에 맞는 볼이 속출해도 담담한 표정으로
걸어나가는 이유에 대해 아들 무빈이를 떠올렸다.
애리조나 리틀야구팀에서 활약 중인 추무빈. 추신수는 야구하는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기 위해서라도 야구장에서 최선을 다한다고 말한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
“무빈이가 야구를 한다. 내가 자주 강조하는 건 선수로서의 자세이다. 투수의 공에 맞았다고 해서 아프다고 울거나 화를 내면 지는 거라고 자주 얘기를 해줬다. 그래서 무빈이는 야구장에서 넘어져도 절대 울지 않는다. 그렇게 말했던 아빠가 공에 맞았다고 화를 내고 아픈 표정을 지으면 아들에게 면이 안 서는 게 아닌가. 무빈이도 TV로 아빠 경기를 보고 있을 텐데, 그 아이에게 아빠도 멋진 선수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아직까진 잘 먹히고 있는 것 같다(웃음).”
추신수는 무빈이 여름방학 때 까지 신시내티에서 혼자 생활한다. 아빠 따라 자주 전학을 하다 보니 무빈이의 교우 관계가 심각한 상태라 아내 하원미 씨가 오랜 고민 끝에 아이들 셋과 자신은 애리조나에 남기로 했고, 추신수만 신시내티로 이사를 했다. 그러다보니 추신수는 경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하는 일이 영상통화이다. ‘아빠가 보고 싶다’는 글귀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아빠와의 통화를 기다리는 세 아이들,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와 돌아가면서 대화를 나누다보면 하루가 마무리 된다. 그 시간이 추신수한테는 가장 행복한 시간인 셈이다.
추신수는 최근 독서에 푹 빠져 있다. 라커룸에서도
집에서도 책을 놓지 않고 챙긴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책은 잠으로 가는 일방통행이었다. 그러나 지난 해부터 추신수는 책 속에 길이 있다는
진리를 새삼 깨달았다고 한다.
“최근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란 책을 세 번이나 읽었다. 그중에서 몇 가지 구절이 내
가슴을 후벼 파는 듯 했다. 사람들의 험담과 비난에 상처받지 마라. 그들이 하루 1,2분 투자해서 쓴 글들에 나의 24시간이 힘들어진다면
손해라는 내용들,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날 좋아하길 바라지 말라는 글들, 그리고 이 세상은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간다는 조언들이 날 많이
움직였다. 야구만 성장하는 게 아니더라. 야구를 하면서 나도 성장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나한테는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시간들이다.”
꼭 갖고 싶은 게 있다면 안달한다고 갖는 게 아니다. 추신수는 야구도 멈춤이 있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행복도 불행도 다 갖고 가야 한다고 믿는다. 그는 야구를 하는 선수이지만, 인생을 지혜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 중이었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
신시내티의 추신수는 클리블랜드에서의 그와 또 다른 모습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모습에선 의연함에다 경건함까지 엿보였다. 그는 지금의 성적이 올시즌 내내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주어진 시간 동안 그 기회들을 꼭 붙잡고 싶다고 토로했다. 사람들은 그 부분을 FA와 연결시키지만, 추신수한테 FA는 넘어서야 할 벽이 아니라 안고 가는 과정의 일부분이었다. 간절하다고, 안달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치른 이 선수는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첫댓글 자랑스럽다 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