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시인
노향림
‘나무의 수사학’을 펴낸 손택수 시인이
한국시인협회가 주는 젊은 시인상을 받을 때
밝힌 수상 소감이다.
시집이 나오고 일주일 동안 책이 하도 잘 나가서
베스트셀러 시인이 되는 꿈을 꾸었단다.
알고 보니 그것은 순전히 가짜였다고,
어머니가 아들 자랑을 하고 싶어 한 권 한 권
사다가 쌀독 속에 쌓아 두었던 것.
가끔 노친네 친구들에게 팔기도 했다는데
시집 외상, 5000원
시집 외상, 8000원
어머니 글씨가 선명했고 시인이 시인 자신의 시집을
사는 것 같아 얼굴을 화끈 붉혔다 한다.
그 뒤 한 달을 기다렸다가 서점에 들러 보니
딱 한 권 팔렸다고.
그 말을 들은 시인은 처음엔 실망했지만
그 한 권을 사간 사람은 혹시 시인일지 모른다고
그 한 권을 산 독자를 위해 계속 쓰겠노라 했다.
시인은 시밖에 몰라서 늘 목말라해도
투명한 영혼의 젖줄은 계속 풀어내야 한다고.
독자 한 사람의 가슴을 울리기 위해 쓰는
오, 진정한 베스트셀러 시인.
ㅡ 시집 <바다가 처음 번역된 문장>, 2012 ㅡ
국내에서 유일하게 세계 베스트셀러 100위에 이름을 올린 책은 홍성대의 ‘수학의 정석’이다.
지금까지 4천만 권 이상 팔렸고 지금도 팔려나가는 스테디셀러이다.
‘시의 시대’였던 80년대 한때 수백 만부가 팔렸다는 시집들은 ‘잽’도 안 된다.
이후에도 고만고만한 베스트셀러 반열의 시집이 있었지만 대개는 낯간지러운 연애편지 모음집 같은 것이었다.
작품성은 논외로 치더라도 그 내막을 알면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다.
언젠가 TV시사프로에서 베스트셀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파헤쳐 보여준 바 있지만, 출판사의 치졸한 편법 사재기가 역시 주원인이었다.
몇몇 주요 서점만 집중공략해도 주간단위로 평가되는 서점의 베스트셀러 순위에 바로 진입할 수 있는데, 더구나 시집의 경우는 진입장벽이 낮아 이딴 식이면 베스트셀러 되는 건 일도 아니다.
결국 저급한 마케팅에 독자들만 휘둘리는 꼴이었다.
최근 황석영 작가도 밝혔듯이 사재기가 도를 넘고 나날이 진화하여 대행업체까지 버젓이 등장했다고 하니 참으로 부끄러운 현실이다.
시가 여름철 매미소리만큼이나 흔하고 시집이 산더미처럼 쌓였는데도 시의 시대는 종쳤다는 자조 섞인 탄식이 들린다.
그 현실의 한 모서리에는 정통 문학의 범주에선 쳐주지 않는 시집이 출판사의 왜곡된 마케팅에 의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양상으로 독자의 입맛을 자극해 베스트셀러 시집이 되고 있다.
이는 시의 몰락의 결과이기도 하고, 시의 몰락을 더욱 재촉하는 조짐이기도 하지만 문화 일반의 저급화현상이라고 본다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이런 환경에서 손택수 시인의 어머니께서 써먹은 마케팅 전략은 참으로 유효한 감동이며 희망적이기까지 하다.
또 시인은 어떤가. 한 달간 서점에서 딱 한권 팔린 그 시집을 사간 독자를 위해 ‘계속 쓰겠노라’ 다짐하지 않는가.
시집 한 권은 불과 '스타벅스'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 값이다.
그 돈이면 한 시인의 ‘투명한 영혼의 젖줄’을 통째로 사는 셈이고, 그 시인은 독자의 고양된 정신을 수호해갈 ‘진정한 베스트셀러 시인’이 되는 것이다.
ㅡ 권순진 (시인) ㅡ
[출처] [스크랩] 베스트셀러 시인 ㅡ 노향림|작성자 상상인
&
여기에 저 개인적인 기억하나 덧붙여 봅니다.
저는 젊은날 인쇄업에 종사했습니다.
그게 직접적인 출판 관련일은 아니었지만 인쇄와 출판은 사실 밀접한 관련이 있고 거의 같은 업종이라고 해도 될듯합니다.
가끔씩 시집을 인쇄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제가 하던 인쇄는 오프셋인쇄라고 해서 글자만 박아내는 활판인쇄보다는 비용도 많이 들고 고급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용을 아껴야 하느 시집 같은 경우는 취급하기 쉽지 않은 편이었습니다.
보통 시집을 인쇄하는 종이는 가장 저급한 용지라서 가격이 매우쌉니다.
우리가 예전 오래전에 나온 책을 갖고 있다보면 그 책이 누렇게 변하고 또 푸석푸석하게 종이가 삭아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종이값이 가장 싼 중질지라는 이름의 종이라서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시집은 작가 이름은 처음 들어보는데 인쇄용지는 아주 고급진 SW Art紙라고 하는 용지에 단색이 아닌 2색도 인쇄로 하는 거였습니다. 비용이 몇배는 더 들어가는 인쇄 방식입니다.
그때 저는 시라고는 낫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문외한이었던 시절이었지만
시라고는 쥐뿔도 모르는 내가 읽어봐도
"이런것도 시라고 썼을까?"
싶더라는 말입니다.
그 작가녀석이 작가 노트에 방패막이로 나는 시를 모른다.
다만 나는 일반적인 시는 모르지만 하느님의 계시를 받아 4차원적인 시를 쓴것이라고 개소리를 하더란 말입니다
하 하 하
그러고 나서 어느날 우연히 교보문고에 들렸는데요 .......... 놀라워라~~
그 덜 떨어진 시집이 시 부문 베스트셀러에 당당히 올라 있는 거였습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일인가? 의아 했는데 그 인간의 추종자가 많은 모양이로구나 했는데
작가 이름은 나중까지도 기억을 하고 있었습니다. 시집이름은 까먹었지만
나중에 그 작가는 크게 사회문제가 되었습니다.
JMS라고 한국이름 정명석
아주 천하에 못된 사이비교주놈 이었습니다.
그 새끼가 신도들과 축구 경기를 하면 한 경기에 골을 30몇점을 넣는다는 놈입니다.
그 책이 어떻게 베스트 셀러 목록에 끼었는지는 안 봐도 비디오였습니다.
첫댓글 재미있고 설득력 있는 글입니다
좋아요!
세상 흘러가는 비화들을, 몰랐던 정보들을 재밌게 소개해주셔서 많이 알게 되네요^^
유 쌤이 알고 계시는 얘기
이곳에 옮겨주시니 흥미롭고 놀랍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