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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고성능 디비전의 성장세 말이다. 메르세데스 AMG의 판매는 지난 4년간 무려 3배 넘게 늘었다. 지난 4년간의 연평균 성장률은 42.7퍼센트. 2013년 3만2000여 대였던 글로벌 판매가 2017년 12만1900여 대로 수직 상승했다. BMW M의 상황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2013년부터 판매가 매년 28퍼센트씩 늘더니 2017년에는 4년 전(3만1000여 대)에 비해 약 2.5배나 많은 8만1000여 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그들의 이런 ‘폭풍 성장’의 중심에는 일반 모델과 고성능 모델을 잇는 스포츠 모델이 있다. AMG에서는 이름에 43과 53이 붙는 모델이고, BMW M에서는 이름이 M과 2~3자리 숫자로 구성된 모델이다. 참고로 BMW의 스포츠 모델인 M퍼포먼스의 작년 판매량은 M 전체 출고의 절반이 넘는 4만511대였다.
그래서 우린 이 두 고성능 디비전의 스포츠 모델 중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두 차를 불러냈다. 바로 AMG E 43 4매틱과 BMW M550d x드라이브다. 두 차는 사용 연료가 달라(E 43 가솔린, M550d 디젤) 성격에 차이가 있지만 최고출력, 구성, 가격 등은 비슷하다. BMW가 M550i를 두고 M550d를 국내에 투입하는 데에도(AMG에는 디젤 스포츠 모델이 없다) 나름의 이유가 있을 터. AMG와 M, 이 두 고성능 디비전을 이끄는 스포츠 모델들이 펼친 결투의 승자는 누구일까?
주행 품질 및 핸들링
두 모델은 임원 바로 아래 있는 부장급 직원들이다. 무슨 소리냐고? 고성능 버전이 아닌 스포츠 버전이라는 이야기다. ‘끝판왕’에 비해 성능은 다소 낮지만 대신 일상생활에서의 실용성이나 합리적인 유지비 등 더 합리적인 ‘에브리데이 스포츠 세단’인 것이다. 평소에는 일반 세단처럼 사용하는 데에 전혀 무리가 없으면서도 마음만 먹으면 깜짝 놀랄 만한 성능을 보여준다. ‘헤드 투 헤드’에서 주행 품질과 핸들링을 평가하면서 오늘처럼 극명하게 장단점이 갈린 적은 없었다. 사실 두 모델을 각각 시승했다면 이 정도의 차이를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두 모델 모두 완성도, 즐거움, 실용성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자리에서 함께 타며 비교해보니 판이하게 다른 둘의 성격이 드러났다.
사실 답은 그 이름에서 찾을 수 있었다. E 43은 부장급이긴 하지만 엄연히 메르세데스 AMG에 소속된 모델이다. 하지만 M550d는 정규 M모델이 아닌 M퍼포먼스 모델이다. 스포츠 브랜드의 소프트 버전이냐, 정규 라인업의 스포츠 버전이냐의 차이는 생각보다 컸다. “E 43은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흥분돼요”라는 구본진 기자의 말과 “M550d는 군더더기가 없고 거친 맛이 느껴지지 않아요”라는 서인수 기자의 이야기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두 모델은 지향점이 다르다.
M550d는 노면을 진득하게 붙드는 듯한, 묵직하고 안정적인 승차감이 인상적이었다. 반면 E 43은 무게를 타이어에 전달해 접지력으로 활용하는 보다 적극적인 타입이었다. 정확한 표현은 아니겠지만 E 43이 훨씬 경쾌하고 명료한 느낌을 준다. 특히 코너에 진입할 때는 체급을 잊을 만큼 민첩하다. 슬라럼 테스트에서 앞뒤 바퀴의 조화도 훌륭하며 급차선 변경에도 앞뒤 움직임의 시간차를 거의 느낄 수 없다. 반면 M550d는 앞머리의 움직임이 확실히 느리다. 디젤 엔진의 무게도 한몫하겠지만 서스펜션도 아주 단단하지 않다. 이렇게 앞머리가 무겁고 회두성이 느린 차들은 보통 급차선 변경 테스트를 2회 이상 반복할 때 꽁무니가 궤적을 따라오지 못하고 바깥으로 미끄러지는 경우가 많은데 M550d는 뒷바퀴가 의외로 안정적이었다. 네 바퀴 조향 장치인 인티그럴 스티어링 시스템 덕분인 듯하다. 뒷바퀴가 궤적보다 바깥으로 부풀어나가는 느낌이 분명한데 타이어는 미끄러지지 않았다. 즉, 뒷바퀴가 역방향으로 흐르며 앞머리의 궤적을 수정하는 것이다. “E 43은 웰터급 복서 같아요. 가속이 경쾌하고 코너링이 유연하죠. 반면 M550d는 헤비급이에요. 코너링이 다소 텁텁하지만 바닥에 착 붙은 듯 안정적이에요”라는 이진우 기자의 말처럼 둘의 장기는 완전히 달랐다.
주행 성능과 테스트 결과
두 모델은 사용 연료가 다르다. E 43은 가솔린을, M550d는 디젤을 쓴다. 따라서 출력 특성도 완전히 다르다. 디젤 엔진은 중저속 토크를 주로 사용하지만 가솔린 엔진은 넓은 회전수에서 비롯된 고회전 출력을 내세운다. 하지만 가솔린 터보 엔진이 트윈스크롤 방식이나 시퀀셜 구조 등으로 저회전 토크와 응답성을 개선한 뒤에는 두 엔진의 특성이 닮아가고 있다. 오늘 두 모델도 3리터 6기통 엔진으로 최고출력 400마력(E 43은 401마력)을 내는 등 공통점이 많다. 옛날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스펙이다. 덕분에 기어비, 특히 최종 감속비에 큰 차이가 없다. 시속 100킬로미터에서의 엔진 회전수가 1350rpm으로 거의 같다는 점이 그 증거다. 크루징에서는 두 모델 모두 여유로운 토크의 풍성함을 내세운다.
하지만 계측기 앞에서는 아무래도 응답성이 우수한 가솔린 엔진이 유리하다. 0→시속 100킬로미터 가속 테스트에서도 발진 응답성이 승부를 갈랐다. E 43이 시속 10킬로미터까지 평균 0.5초가 걸린 반면 M550d는 0.9초 걸렸다. 시속 100킬로미터 도달 평균 기록이 E 43 5.33초, M550d 5.68초이니 처음 벌어진 차이가 계속 이어진 셈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E 43은 3단에서, M550d는 4단에서 시속 100킬로미터에 도달함에도 기록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중저속 토크가 좋은 디젤 엔진은 최대토크 회전 영역 때문에 오히려 고단에서 가속이 강해진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제동 성능에서는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M550d 시승차에 윈터 타이어가 장착돼 있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절대 성능의 비교는 무의미하다. 하지만 두 모델 모두 시속 80킬로미터에서 상당히 짧은 거리 만에 정지했다는 점에서 브레이크 시스템과 새시의 안정성은 확인할 수 있었다. E 43은 즉각적인 응답성이 인상적이었고 M550d는 착 가라앉는 듯한 안정감이 장점이었다. 두 모델의 제동력과 제동 안정성은 매우 높은 수준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둘 모두 ‘에브리데이 스포츠 세단’이라는 성격에 부족함이 없다. 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운전석과 실내 공간
“이 차는 시트가 왜 이렇게 조여? 시트에 몸이 낀 기분이야.” E 43 운전석에 앉은 이진우 기자가 호흡 곤란을 호소하며 시트 조작 버튼을 찾아 헤맸다. 옆자리에 앉은 난 커맨드 컨트롤러를 돌리고 누르면서 대시보드 모니터에 뜬 메뉴를 샅샅이 뒤졌다. 그렇게 겨우 시트 조절 메뉴를 찾았지만 볼스터가 가장 여유롭게 세팅된 상태였다. 결국 이진우 기자는 두꺼운 외투를 벗어던졌다. “음, 다이어트를 부르는 시트로군.” 나윤석 칼럼니스트 역시 E 43의 앞시트에 눈을 흘겼다. “보기엔 스포츠 시트인데 생각보다 패딩이 두툼해서 몸을 잘 잡아준다는 기분이 들지 않아. 시트가 몸을 밀어내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불편해.”
E 43은 실내가 무척 고급스럽다. 센터페시아까지 이어지는 길쭉한 디스플레이와 인조 스웨이드를 덧댄 가죽 스티어링휠, 우아하게 이어지는 대시보드 라인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새빨간 스티치로 장식한 가죽 시트도 근사하다. E 43과 비교하면 M550d의 실내는 투박하고 수수(?)하다. 단번에 눈을 사로잡는 장식이 없다. “이런 게 진짜 요트 분위기구나 하는 인테리어는 벤츠 세단밖에 없어. 이미 익숙한데도 볼 때마다 감탄이 나와. 계기반부터 인포테인먼트까지 한 덩어리인 풀 LCD 모니터를 보면 클래식한 디자인에 첨단 기술을 잘 얹었다는 생각이 들지. 하지만 칭찬은 여기까지야. 보기에만 근사하니까.”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E 43의 실내를 칭찬하는 듯 비꼬았다. “E 43 실내의 단점은 디자인만 예쁘다는 거예요. 키가 180센티미터인 성인 남자가 타기엔 여기저기 끼이고 부딪칠 정도로 죄다 작거든요. M550d는 음, 디자인은 확실히 뒤떨어지지만 모든 게 편해요. 특히 시트는 그야말로 대박이에요. 체형에 딱 맞는 적당한 두께의 패딩을 입고 앉아 있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뚝 떼어서 사무실 의자로 쓰고 싶을 정도라고요.” 구본진 기자 역시 M550d의 앞자리를 칭찬했다. 두 차 모두 앞자리에 메모리 기능을 품은 열선과 통풍 시트를 달았지만 우린 모두 M550d의 시트가 열 배 이상 편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E 43은 M550d에는 없는 마사지 시트로 어필하려 했지만 오히려 시원찮은 실력에 실망만 더 안겨줬다. “M550d 앞자리에서 뛰어난 건 시트만이 아니야. 터치스크린 모니터를 달았다고! 컵홀더 앞쪽엔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도 있어.” 나의 말에 E 43은 더욱더 작아졌다.
그렇다면 뒷자리에선 E 43이 나은 모습을 보였을까? “자로 잰 수치는 그렇지 않은데 실제로 E 43 뒷자리에 앉으면 엉덩이 쿠션이 짧은 것 같은 느낌이야. 그래서 시트에 걸터앉은 기분이 들어.” 나윤석 칼럼니스트는 E43의 뒷자리도 못마땅해했다. “뒷자리에 누굴 태운다는 건 고문일 수도 있겠어요.” 김선관 기자 역시 E 43의 뒷자리를 타박했다. “앞뒤 자리 모두 BMW가 훨씬 편해. 벤츠는 눈으로만 멋지지 실제로 앉아보면 시트가 작고 짧아서 BMW만큼 편하지 않아. 그런데 BMW는 마치 ‘아시안 핏’인 것처럼 시트가 몸을 착 감싸. 앞자리는 운전 자세를 잡기 편하고, 뒷자리는 등받이 각도가 훌륭해.” 이진우 기자 역시 뒷자리에서도 M550d의 손을 들었다. 앞시트만큼 푹신한 BMW의 뒷시트는 우리 모두의 칭찬을 받았다. 뒷자리 무릎 공간 역시 BMW가 조금 더 여유롭다.
뒷자리에서 M550d가 결정적으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옆유리에 달린 선셰이드다. 비록 손으로 올려야 하긴 하지만 뒤쪽 쪽창까지 선셰이드를 달았다(E 43 뒷자리 옆유리에는 선셰이드가 없다). “실내 구성만봐도 두 차가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어. M550d는 기본에 충실해. 앞은 물론 뒷자리까지 중형 세단이라는 장르에 걸맞게 안락하고 여유가 있어. 하지만 E 43은 스포츠카에 좀 더 가까운 모습이야.” 내 말에 김선관 기자가 끼어들었다. “공간과 승차감 모두 M550d의 완벽한 승리예요.” “내가 BMW의 손을 들게 될 줄 몰랐어. 그동안 인테리어는 당연히 벤츠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직접 앉아보고 만져보니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 수 있었어. 몸 맛(?), 손맛이 눈 맛(?)을 이겼다고 할까?” 나윤석 칼럼니스트의 말에 우린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뒷자리 위에도 선루프가 있다는 E 43의 장점(M550d는 앞자리 위에만 선루프가 있다)이 나머지 단점을 덮기엔 역부족이었다. 서인수
연비
공인 연비는 M550d가 E 43보다 높다. 20인치 휠 기준 E 43의 시내, 고속도로, 복합 연비는 리터당 7.8, 10.9, 8.9킬로미터며 M550d는 리터당 10.2, 13.8, 11.6킬로미터다. 이진우 기자는 제원표를 보고 말했다. “연비 결과는 너무 뻔하지 않겠어?” 다른 기자들도 수긍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만도 한 것이 E 43은 가솔린 바이터보 엔진을, M550d는 디젤 쿼드터보 엔진을 얹는다. 구본진 기자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제아무리 쿼드터보 엔진이라 해도 가솔린 엔진보다 연비가 나쁘겠어요? 이 연비 비교가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네요.”
우리가 측정한 실제 연비도 공인 연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각 차에 성인 세 명이 타고 시내 30퍼센트, 고속도로 70퍼센트 정도의 비율로 약 100킬로미터를 달린 결과 E43은 리터당 7.6킬로미터, M550d는 리터당 10.2킬로미터의 연비를 기록했다(트립 컴퓨터 기준). 나윤석 칼럼니스트는 이 결과를 보고 말했다. “M550d는 디젤 엔진치고 연비가 나쁘고, E 43은 고출력 가솔린 엔진치고 연비가 좋네.” 이 이야기를 들은 구본진 기자(구매와 소유 비용을 맡고 있어 유지비에 민감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E 43은 고급휘발유를 권장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연료비 차이가 더 커져요.”
E 43에서 내린 서인수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E 43의 고속도로 연비가 의외로 좋네. 사실 스포츠 모델이라고 해서 연비가 꽝일 줄 알았거든.”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이에 대답했다. “9단 자동변속기 덕분일거야. 벤츠의 9단 변속기는 8~9단을 크루징용으로 사용하거든. 그래서 고속도로에서 연비가 좋지.” E 43은 낮은 속도에서 부지런히 기어를 갈아탔고 고단 기어를 물고 나면 좀처럼 시프트다운을 하지 않았다. 시속 100킬로미터에서의 엔진 회전수는 1350rpm정도를 유지했다.
M550d는 가속페달을 깊게 밟지 않는한 2000rpm을 넘기는 법이 거의 없었다. 항속은 물론 가속할 때도 엔진 회전수를 낮게 쓰는 편이었다. 고속도로에선 공인 연비도 쉽게 넘어섰다. 그런데 M550d를 살피던 류민 기자가 이렇게 말했다. “이거 윈터 타이어잖아?” 윈터 타이어는 연비가 나쁘다. 일반 타이어보다 무겁고 구름 저항도 크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실연비가 잘 나왔어요. 윈터 타이어로 인한 손해가 크지 않은 거 같은데요?” 내가 류민 기자에게 물었다. 류민 기자는 타이어를 가리키며 대답했다. “타이어 바꾸면서 휠까지 바꿨어. 출고 사이즈는 20인치잖아. 지금은 18인치고. 타이어에서 비롯된 손해가 이 때문에 조금 상쇄된 거 같아.” 두 차는 가득 주유한 후 1박 2일 동안 거의 같은 거리를 달렸다. 하지만 두 차의 연료 차이는 확연했다. M550d는 약 50퍼센트가, E 43은 약 25퍼센트가 남았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김선관
구매와 소유 비용
E 43 4매틱과 M550d x드라이브의 신차 가격은 각각 1억1400만원, 1억2370만원이다. M550d를 소유하려면 약 970만원 더 지불해야 한다. 3월 초 기준으로 36개월 할부를 이용할 경우 두 브랜드 모두 이율은 약 5퍼센트다. 30퍼센트 선수금을 지불하면 월 납부금이 E 43은 239만1670원, M550d는 259만5180원이다.
차를 소유하는 데 드는 비용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그러나 두 차를 시승하는 내내 모두의 머릿속은 복잡해 보였다.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구매 비용에 대해 먼저 입을 열었다. “차값과 등록비를 포함한 실제 구매 비용은 AMG E 43이 싸. AMG 모델인데도! 하지만 주유비에서 연간 200만~300만원 차이가 날 거야. 3~5년이면 차이가 충분히 상쇄되겠지? 그런데 솔직히 모르겠어.” M550d를 시승한 뒤 가격표를 살펴본 그는 오히려 고민에 빠졌다. 두 차 모두 단일 트림으로 판매 중이다. 특히 E 43 시승을 마친 뒤 무조건 빼고 싶은 옵션들이 꽤 있었다. 있으나 마나 한 그런 기능들이었다. 서인수 기자는 “개인적으로 E 43 앞자리에서 마사지 기능은 꼭 빼고 싶어. 그럼 몇십만원 싸지는 것 아냐? 쓸모라곤 ‘1도’ 없는 기능을 위해 돈을 더 쓰는 게 아까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두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흔히 국산차 브랜드가 ‘옵션 장사’한다고 비난하지만, 사실 수입차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필요 없는 옵션까지 강매하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건 구매에 드는 비용과 보험료, 주요 소모품 비용이 비슷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두 브랜드가 수입차 판매량 1, 2위 자리를 놓고 다투는 만큼 할인 금액 경쟁이 치열하다. 김선관 기자가 이에 대해 입을 열었다. “가격과 소유 비용이 비슷하니 결국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건 할인 금액 아닐까요?” 이진우 기자도 동의했다. “두 차 모두 오너의 자기만족을 위한 소비라는 측면으로 보면 구매 비용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거야. 다만 할인 금액에 따라 만족도는 더 높거나 낮아지겠지. 하지만 할인을 많이 받은 차는 그만큼 중고차 가격이 내려간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지.”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게 세상 이치다. 구본진
최종 결론
승부는 E 43의 승리로 끝났다. 우린 아무리 고성능이 아닌 스포츠 모델이라도 운전감각이 가장 중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조금 더 경쾌한 건 확실히 E 43이었다. BMW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할 수도 있겠다. 일반 5시리즈와 M5의 사이를 메우기에 더 적절하다고 판단해 M550d를 투입하는 걸 테니 말이다. E 43과의 대결이라면 사실 M550i가 나섰어야 했다.
그리고 우리가 간과하면 안 되는 사실이 있다. M550d의 위대함과 희소성 말이다. 디젤 엔진으로 동급 고출력 가솔린 엔진과 이렇게 대등한 승부를 벌이는 차가 전 세계에 얼마나 될까? 아는 사람들은 안다. 차체 길이 4935밀리미터, 배기량 3.0리터, 최고출력 400마력, 최대토크 77.6kg·m, 복합연비 리터당 11.6킬로미터 등 이 수치들을 한 차에 모으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것만으로도 BMW와 M은 칭송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M550d를 두고 우린 예상하지 못했던 고민에 빠졌다. 이 차를 일반 5시리즈의 최상위 모델로 봐야 하는지, 고성능 M의 엔트리 모델로 봐야 하는지 갑자기 궁금해진 것이다. 뭐가 됐건 일반 모델과 고성능 모델의 가교 역할을 하는 건 변함없다. 하지만 모델명만으로 차의 성격을 파악하게 만드는 건 생각보다 중요하다. 사람들은 이해가 쉬운 전략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난 이 고민의 끝자락에서 한가지 아쉬움이 생겼다. 사실 AMG 43도 시작은 450 AMG였다. 하지만 벤츠는 얼마 지나지 않아 모델 간의 위계를 정리했다. 벤츠 상위 버전으로 출시했다가 바로 이름을 바꿔 AMG의 엔트리 버전으로 옮긴 것이다. 이런 유연한 전략과 빠른 실행은 벤츠가 아닌 BMW의 특기였다. 하지만 최근 BMW에서는 그런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선택과 집중이 탁월했던 BMW. 그들이 예전 모습을 되찾는다면 여전히 빛나는 BMW만의 가치를 더 널리 알릴 수 있을 것이다. 류민
MERCEDES-AMG E 43 4MATIC
내 선택은 E 43이다. E 400과 540i의 대결이었다면 얘기가 달랐을지도 모르겠다.나윤석
이건 벤츠와 BMW의 대결이 아니라 AMG와 M의 대결이다. 성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M이 4개의 터보로 출력과 연비를 끌어올렸다고는 해도 모든 데이터가 AMG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실제 운전감각도 AMG가 더 좋았고. 이진우
볕 좋은 날 창문 열고 아메리카노 한잔 마시면서 여유롭게 타려면 AMG나 M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 이런 차는 날씨나 상황 따위 고려하지 않고 가속페달을 실컷 밟아줘야 제맛 아닌가. 구본진
BMW M550D XDRIVE
주행 실력은 E 43이 앞서지만 이를 뺀 나머지는 M550d가 우세하다. 그래서 내 선택은 M 550d. 난 합리적인 사람이니까. 서인수
내 차로 고르라면 M550d다. 주유소를 처음 가는 순간 현실을 깨달을 테니까. 그리고 E 43은 수명을 다한 끝물이다. E 53 세단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현명하다. 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