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우편함 외 2편
차효범
리빈호여재*에 봄이 돌아오며
목재 우편함 속에는 둥지가 새로 지어지고
일곱쌍둥이 새알이 앉아 있다
코로나 지나고 다시 만나자
얼굴에 꽃밭 수채화를 그려준다
어미 새는 무단 점거이지만
어미 따라 다가올 새끼 이소에는
잿빛 구름이 내린다
몇 년 전처럼 고마웠어라는 엽서 없이
무소식 자율 퇴거라 해도
이제는 단골로 입주해 주는 혜택만으로도
건물주 입꼬리는 새와 함께 비행한다
새끼 새가 날갯짓하면
짧은 봄은 더욱 메추리 꽁지를 닮고
그리움은 솜깃털 쫓아 먼저 떠오른다
*리빈호여재俐彬浩與齋: 여주시 대신면에 소재하는 통나무 주말주택의 당호이다.
갈라서다
고운 정 저물어
생채기 생기기 전에
때로는 앞뒤 없이 그리워했기에
가시 툭 나오기 전에 떠나간다
가끔은 사무치게 애달파했지만
파도 뒤집히기 전에 포기한다
끝없이 아끼고 싶어도
잔정마저 이울기 전에 들어낸다
언젠가는 한때 불길로
마른 입가에 움터 오겠지
그래 이왕 떠날 거
동백처럼 헤어지자
똑 떨어져 나가도
미소 주듯이
평등
수풀 우듬지에서 잎새는 햇살을 밀봉하지 않아
구석마다 내주고
오솔길 위에서 바닥은 그늘을 포도알처럼 박아
골고루 퍼뜨리고
숲속에서는 불더위 들 틈 없는 바람결을
나무줄기 새새로 흘리고
바위 사이에서 옹달샘은 한결같은 은방울 소리를
누구에게나 나누고
생김생김 색달라도
하늘마음은 수평선에 닿으리라
카페 게시글
◎ 시갤러리
차효범, 봄 우편함 외 2편 (심상 신인상 당선작)
이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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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30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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